차별금지법제정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선포를 위한 각계각층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차별금지법제정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선포를 위한 각계각층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대선후보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가 전달됐다. 10년 간 이어져온 보수정권이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그간 유보돼온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대다수의 대선 후보들이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107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루어진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이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각 정당 대선후보의 공식입장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5일 각 정당에 발송했다.

질의서 내용은 △차별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법·정책의 필요성 공감 여부 △국제인권조약기구들의 차별 금지법 제정에 관한 권고 이행 계획 여부 △차별 예방을 위해 계획하는 법·정책의 내용 △법·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 등이 담겼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측은 “각 후보의 답변 내용은 시민들이 각 후보의 정책방향과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여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12일 이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오는 14일까지 각 당 당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 의사를 밝힌 대선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 뿐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2월 1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각종 여성 및 인권 정책을 발표하고 3·8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차별금지법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지난달 30일 불교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헌법 11조 1항을 들어 하위법을 굳이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정부가 제정을 추진한 이후 국회에서 수 차례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일부 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지금까지 입법이 미뤄지고 있다. 이후 10년째 되는 올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은 유엔이 한국에 권고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유엔의 각 위원회는 국회에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입법 권고 및 내용에 관해 의견을 표명해왔다. △2007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최종견해 △2009년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 최종견해 △2011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최종견해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최종견해 △2012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최종견해 △2012년 유엔 인권이사회 제2차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보고서 △2015년 유엔 자유권위원회 최종견해 등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올해 대선이 임박하면서 107개 단체가 모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을 재개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공개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시민단체들도 저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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