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작 ‘자고새가 있는 밀밭’.
빈센트 반 고흐 작 ‘자고새가 있는 밀밭’.

강릉가는 길

윤후명

 

삶을 이어가기에는 감자가 아리고

사랑을 나누기에는 물고기가 비리고

죽음을 이루기에는

산과 바다가 죽음보다 길쭘하여

그리운 사람들 모두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고 싶던 날이 있었다

뒷산 호랑이가 나무되어 걸어 내려와

처녀 데리고 살았다는 옛곳

옥수수 수염같은 고향길

그렇건만 

삶과 죽음이 새삼 서로 몸을 바꿔

사랑을 더듬는 모습속에

더욱 알 길 아득하여

어디인가 어디인가

 

살아가는 일은 풍선과도 같아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쑥 커지고 만다. 슬프고 불안함을 잘 다스려도 그리움은 그칠 줄을 모른다. 인생은 늘 아리고 아프다. 옥수수 수염같은 고향길처럼. 시인의 멋진 비유처럼. 윤후명은 우리나라 대표소설가 이전에 시인이다. 그리고 화가이기도 하다. 호랑이가 나무가 되고, 삶과 죽음이 서로 몸 바꾸는 생으로 시선. 그 깊이는 헤아릴 길이 없다. 여기가 어딘가 어딘가 살피며 가도 알 길이 없다. 그래도 시 한편이 봄외투가 되어주니 이만하면 따스한 오늘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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