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성공회대 반성폭력 실천모임 자보 게시

피해당사자, 가해 학생과 같은 수업 듣게 되자  

“언젠가 강간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들어” 호소

가해 학생에 수업 철회제대로 된 사과 요구 

 

지난 21일 성공회대 반성폭력 실천모임 ‘내일’이 학내에 게시한 대자보.
지난 21일 성공회대 반성폭력 실천모임 ‘내일’이 학내에 게시한 대자보.

성공회대학교(이하 성공회대)에서 남학생이 같은 과 후배 여학생에게 “네가 남자친구랑 헤어지면 널 강간해버리겠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피해당사자 A씨는 “대학이라는 곳에서 강간을 위협받고 있다. 나는 살고 싶다”며 선배 B씨의 수업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21일 성공회대 반성폭력 실천모임 ‘내일’은 피해자 증언이 담긴 대자보를 학내에 게시했다. 자보에 따르면, 피해당사자 A씨는 “2016년 7월 같은 과 선배에게 ‘네가 남자친구랑 헤어지면 널 강간해버리겠다’는 말을 들었고, 진짜 나를 그렇게 할 거냐고 되묻자 ‘내가 무슨 비위로 널 먹냐’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선배 B씨로부터 성폭력 발언을 들은 후 A씨는 “당시에는 아무 말도 못 했으나 한 달 뒤에 화를 냈다. 그러자 그는 “‘네 남자친구를 아끼는 마음에 둘이 헤어지지 말라고 협박처럼 말한다는 게 그렇게 됐다’며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후 한 학기가 지난 현재, A씨는 B씨와 같은 수업을 듣고 있다. “선배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마음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는 A씨는 “학교를 다니는 중에 언젠가 강간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A씨는 해당과목 교수에게 사정을 말했지만 “‘둘을 같은 조로 묶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가해 학생은 ‘사과할 만큼 다했다. 네가 안 받은 거다’라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또 ‘빨리 졸업을 하고 싶고, 조용히 살고 싶다’며 이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졸업요건이 걸린 일이라며 철회를 피하고 있다”며 “그에게는 졸업이 달린 일인지 몰라도 나에겐 생존이 달린 일”이라며 “가해 학생은 해당 수업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자보에 따르면, 사건 이후 교내 성폭력 상담실은 B씨에게 성평등 교육 이수를 명했다. 또 A씨에겐 해당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또는 제3의 인물에게 알리지 말라고 요구했다. A씨는 “학교와 제3자들에게 ‘방관하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주변인들의 침묵은 묵인과 같다”며 “저는 살고 싶다”고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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