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원 기자
진주원 기자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네티즌들에게서 거센 공격을 받았다. 대권주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남 의원을 캠프의 여성본부장으로 임명한 다음날부터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 의원이 메갈이고 남성혐오자이므로 문재인 후보의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선언이 이어졌다. 이 주장 속에는 ‘메갈은 나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30년 경력의 대표적인 여성운동가 출신인 남 의원이 메갈이라는 증거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발언과 법안 관련 내용에는 허위 사실이 더 많았다. 의원실은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조목조목 반박한 보도자료를 서둘러 만들기도 했다. 끝내 배포하지 못한 이유는 혼자 짐작할 뿐이다. 이번 일은 대선 정국 속 넘쳐나는 전형적인 가짜뉴스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맥락을 볼 때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다. 지난해 뜨거웠던 메갈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유력 대권주자 캠프에 갔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 남 의원은 그 희생양이 됐다.

메갈은 페미니즘 운동의 일부이다. 메갈이 칭하는 메갈리아 사이트는 사회에 성차별, 여성혐오가 얼마나 만연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시작됐다. 메갈들은 남성들의 거친 언어를 구사하면서 대상화된 여성의 자리에 남성을 대입시켜 여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방법론에서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메갈의 문제의식을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에 온라인에서 “내가 메갈이다”이라는 해시태그 운동까지 일어났다. 단순히 소수자를 혐오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막무가내 언행을 하는 일베와는 본질이 다르다.

메갈이 대중성을 확보하기에 한계가 큰 페미니즘 운동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메갈리아가 왜 과격한 언어를 구사하는지 알맹이는 보지 않고 껍데기만 벗겨내서 메갈을 편파적이고 비이성적인 집단으로 몰아부치고 있다. 이제는 페미니즘을 적대시하는 남성 일부만이 아니라 적지 않은 국민이 메갈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흔드는 상황이 됐다. 심지어 메갈의 본래의 의미를 인정하는 이들까지 공격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8월 시사인 잡지 절독 운동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정치권도 무사하지 못했다. 문재인 지지 철회 논란이 일자 지난해 메갈 논쟁으로 당원들의 탈당 사태를 겪었던 정의당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논란이 반복되면서 메갈은 페미니스트들과 여성주의 활동을 억압하는 족쇄가 됐다. 평범한 페미니스트의 발언이나 행동에 반사적으로 메갈이라고 낙인찍고 재단한다. 이는 페미니스트에게 자기검열을 부추겨 재갈을 물린다. 정의당 관계자들은 반년이 지난 지금도 메갈 논란을 언급하기 꺼려한다.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가능성에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제도 정치권이 흔들렸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이제 그 여파가 유력 대선후보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메갈이라는 낙인과 차별이 성평등이라는 시대정신을 바꿀 순 없다. 페미니스트들은 모든 차별을 부당하다고 여겨 싸우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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