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10일 오전 11시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다음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전문.

 

지금부터 2016 헌나1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다.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의 진행 경과에 관해 말씀드리겠다. 재판관들은 90여일 동안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여 왔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저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희 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재판소에 접수된 지난해 12월 9일 이후 오늘까지 휴일을 제외한 60여일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했다. 재판과정 중 이뤄진 모든 진행 및 결정에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재판장인 저나 주심 재판관이 임의로 진행한 사항은 전혀 없다.

그간 3차례 준비기간과 17 차례에 거친 변론 기일을 열었다. 그 과정에서 청구인 측 증거인 갑 제174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12명의 증인, 5건의 문서송부촉탁결정 및 한 건의 사실 조회 결정, 피청구인측 증거인 을제65증에 이르는 서증과 17명의 증인, 6건의 문서송부총탁결정 및 68건의 사실 조회 결정을 통한 증거조사를 하였으며 소추 의원과 양쪽 대리인들의 변론을 경청하였다. 증거 조사된 자료는 4만8천여쪽에 달하며 당사자 의외 분들이 제출한 변론은 40박스에 이른다.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런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다.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고자 한다.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뤄지는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과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다.

먼저 이 사건 탄핵 소추안의 가결 절차와 관련하여 흠결이 있는지 살피겠다. 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대해 보겠다. 헌법상 탄핵 소추 사유는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사실이고 여기서 법률은 형사법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탄핵 결정은 대상자를 공직으로부터 파면하는 것이지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심판 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 관계를 기재하면 된다. 이 사건 소추의결서의 헌법 위배 행위 부분이 분명하게 유형별로 없지 않지만, 종합하여 보면 소추 사유를 특정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 사건 탄핵 소추안을 의결할 당시, 국회 법사위 의결 조사도 없이 공소장과 신문 기사로 정도만 증거로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다. 국회의 의사 절차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상 존중돼야 한다. 국회법에 의하더라도 탄핵 소추 발의시 사유조사 여부는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의결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음 이 사건 소추 의결이 아무런 토론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다. 의결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토론 없이 표결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나 국회법상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미리 찬성 또는 반대의 뜻을 국회의장에게 통지하고 토론할 수는 있다. 그런데 당시 토론을 희망한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국회의장이 토론을 희망하는데 못하게 한 사실도 없었다. 탄핵 사유는 개별 사유 별로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여러 개 탄핵 사유 절차에 관하여 일괄하여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겠다.

소추사유가 여러 개 있을 경우 사유별로 표결할 것인지, 여러 사유를 하나의 소추로 표결할 것인지는 소추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린 것이고 표결방법에 대한 어떠한 명문 규정도 없다.

8인 재판관에 의한 선고가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결과에 대해 살펴보겠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재판관의 공무상 출장이나 질병, 재판관 퇴임 이후 후임 재판관 임명까지 공백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일부 재판관이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 발생한다. 헌법과 법률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 규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탄핵 결정을 할 때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다. 9명의 재판관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헌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는 결국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으로써 탄핵 소추로 인한 대통령의 권한 정지 상태라는 헌정 위기 상황을 그대로 방치는 결과가 된다. 8명의 재판관으로 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하는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 헌법재판소로서는 헌정 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국회 탄핵 소추 가결 절차에 헌법이나 법률 위법한 것이 없으며 다른 적법 요건에 어떠한 흠결도 없다.

 

이제 탄핵 사유에 대해 살피겠다. 탄핵 사유별로 피청구인 직무집행에 있어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살피겠다. 공무원 임명권을 남용하여 직업 공무원 제도의 본질을 침해하였다는 점에 대해 보겠다. 문화체육관광부 노국장과 진과장이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하고 노국장은 결국 명예퇴직, 장관 유진룡 면직,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이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에게 지시하여 1급 공무원 6명으로부터 사직서 제출받아 그 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노국장과 진과장이 최소한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인사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고, 유진룡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이 6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 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아니한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대해 보겠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압력을 행사하여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피청구인이 이러한 보도에 의하여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하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하였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세월호 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 성실 의무 위반에 대해 보겠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피청구인은 관저에 머물러 있었다. 헌법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떠한 말로도 희생자를 위로하기 부족하다.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하여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 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 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의무는 기본적으로 이해의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 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지금부터는 피청구인이 최서원에 대한 국정 남용과 권한 남용에 대해 살피겠다. 피청구인에게 보고되는 서류는 대부분 부속비서관 정호성이 피청구인에게 전달하였는데 정호성은 2013년 1월 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각종 인사 자료, 국무 회의 자료,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과 미국 국무부장관 접견 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하였다. 최서원은 그 문건을 보고 이에 관한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고 피청구인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하기도 했다.

또한 최서원은 공직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했는데 그 중 일부는 최서원의 이권 추구를 도왔다. 피청구인은 최서원으로부터 케이디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 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자동차에게 거래를 부탁받았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 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하여 대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를, 286억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K스포츠를 설립하게 했다.

그러나 두 재단법인 임직원 임명,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피청구인과 최서원이 하였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 최서원은 미르가 설립되기 직전에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 운영했다. 최서원은 자신이 추천한 임원을 통해 미르를 장악하고 자신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이익을 취하였다.

그리고 최서원의 요청에 따라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KT에 특정인 두 사람을 채용하게 한 뒤,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했다. 그 뒤 플레이그라운드는 KT의 광고 대행사로 선정, KT로부터 68억여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다. 또 안종범은 피청구인의 지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전달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여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다.

한편 최서원은 K스포츠 설립 하루 전 더블루K를 설립, 운영했다. 최서원은 노승일과 박헌영을 K스포츠 직원으로 채용, 더블루K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K가 스포츠 팀의 소속 선수 에이전트나 운영을 맡기도록 하였다. 최서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종을 통해 지역 스포츠 클럽 전면 개편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문건을 전달 받아 K스포츠가 이에 관여하여 더블루K가 이익을 취할 방안을 마련했다. 또 피청구인은 롯데 그룹 회장을 독대해 5대 거점 체육 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 하남시에 체육 시설을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 롯데는 K스포츠에 70억원을 송금했다.

 

다음으로 피 청구인의 이러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 보겠다.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익의 실현 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 공무원법과 공직자 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 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다. 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설립,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그리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 엄수 부분을 위배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겠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피 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의혹제기를 부인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 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K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K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추구 관여하고 지원했다. 피청구인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국회, 언론에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해왔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 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주의의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하였다.

이 사건 소추 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배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위배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 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 한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결정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피청구인은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국가 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하였고 다만 그러한 사유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 의견이 있었다. 또한 이 사건 탄핵 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정치적 페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안창호의 보충 의견이 있다.

 

이것으로 선고를 모두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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