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는 8일 서울 명동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민낯’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알바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알바노조
알바노조는 8일 서울 명동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민낯’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알바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알바노조

대부분의 여성 알바노동자들이 업무 중 외모 품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돈을 냈으니 여성 직원이 예뻐야 한다는 식의 여성 상품화도 빠지지 않았다.

알바노조는 8일 서울 명동에서 3.8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민낯’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알바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옷가게, 편의점, 영화관, 음식점 등 다양한 직종의 여성 알바노동자 495명 가운데 싱당수가 외모 통제·친절한 태도 강요·준비시간 임금 미지급·업무 물품 사비 지출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일하면서 손님이나 사업주, 다른 직원 등에게서 외모 품평을 경험한 응답자의 비율은 전체의 98%를 차지했다. 사실상 모든 여성알바노동자가 외모를 평가받으며 일을 하는 것이다.

외모 품평 사례로는 사업주로부터 ‘너는 살이 쪘다, 어디를 고쳐야겠다’ 등는 식이 흔했다. 또 손님에게 몰카를 당한 것 같다고 사업주에게 말하자 ‘너네가 다 어리고 예뻐서 그런거니 즐기라’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모 백화점은 교육 내용 중에 ‘우리도 거울로 생얼 보면 좀 그렇잖아요? 고객분들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화장하고 출근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여성의 상품화도 흔했다. 손님들은 돈을 냈으니 여성 직원이 예뻐야 한다는 식이나, 서비스직원이니 얼굴과 몸매가 중요하다는 압박 등을 받는다고 전했다.

 

여성 알바노동자 중에서 근무 중 외모품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98%로 높게 나타났다. ⓒ알바노조
여성 알바노동자 중에서 근무 중 외모품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98%로 높게 나타났다. ⓒ알바노조

사업장에서 지급되는 유니폼이 편하지 않다는 응답도 81%에 달했다. 가장 큰 이유는 ‘치마를 입어서 동작이 제한됨’ 이었다. ‘주머니가 없어 생리대 등의 필요물품을 넣고 다닐 수 없음’, ‘스타킹이 자주 찢어져서 관리가 어려움’도 각각 23%, 20%에 달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패딩도 입지 못해 홀로 추움’, ‘반팔 유니폼 뿐이어서 겨울에 추웠다’, ‘남자는 긴팔, 여자는 반팔’, ‘몸매가 너무 드러나는 재질에 옷으로 딱 붙고 통풍이 안되고 활동에 불편’ 등이 제시됐다. 또 ‘근무자의 절도예방을 위해 주머니가 없다고하는데 남자는 주머니가있고 여자만 없음’, ‘사다리를 오르내려야 하는데 나풀나풀한 치마를 입게 해 근무 시 굉장히 불편함’, ‘여성유니폼은 허리를 너무 강조해서 활동하기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구두 문제도 많았다. ‘구두를 신으면 발이 너무 아픔’, ‘오래 서있어야 하는데 굽있는 구두가 너무 발이 아프다’, ‘구두 때문에 발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생겼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알바노조는 8일 서울 명동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민낯’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알바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알바노조
알바노조는 8일 서울 명동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일민낯’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알바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알바노조

용모 단정이 업무 평가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했다. 응답자 가운데 60%는 ‘머리 색깔, 화장 등 용모 단정과 관련하여 벌점을 주거나 지적한다’고 응답했다. 여성과 남성의 유니폼이 다른 경우도 36%에 달했고, 그 중 여성의 유니폼이 남성에 비해 불편하다는 응답은 80%에 달했다.

특히 화장품가게의 경우 외모 지적은 심각했다. “눈에 다래끼가 났는데도 미적기준을 이유로 안경을 쓰지 못하고 렌즈를 착용하도록 강요했고, 예뻐야한다는 이유로 편한 플랫슈즈를 신도록 강요했다. 너같으면 예쁜 직원이 있는 곳에서 물건을 믿고사지, 못생긴 직원이 있는 곳에서 사겠냐,라는 말도 자주했다”는 것이다. 또 “다리가 두껍다. 뱃살이 잡힌다. 얼굴 윤곽이 흐릿하다. 눈매가 매섭다는 등 외모 지적을 많이 하면서 같이 일하는 남자 실장은 슬리퍼 착용 등 복장과 자기관리에 아무런 제지없었다”는 답변도 있었다.

용모 단정을 위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다. 최저시급 수준의 급여를 받는 알바노동자들이 화장품, 스타킹, 머리망, 콘텍트 렌즈, 구두 등 용모 관련 물품을 사비로 구입해 충당하고 있다. 알바 사업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화장과 복장을 갖추기 위해 시간도 적지 않게 소요된다.

알바노조는 고용 관계에 있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대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불편한 유니폼과 화장 강요, 복장 제한 등도 지나치다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3·8세계여성의날은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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