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심상정·안철수·이재명

여성신문·여성연합 공동주최

‘성평등마이크’ 행사 참석

젠더폭력·성차별 해소 약속

 

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한 (오른쪽 부터)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라는 표어를 들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한 (오른쪽 부터)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라는 표어를 들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유력 대선주자들이 한 목소리로 ‘성평등 실현’을 외쳤다. 집권하면 남녀동수 내각과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추진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임기 내에 단계적으로 내각의 여성 비율을 50%대로 끌어올리고,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해 성별 임극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다. 이날 참석한 대선 주자 모두 남녀동수 내각에 동의하면서 남녀동수 내각에 소극적이던 2012년 18대 대선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가나다 순) 등 유력 대선주자 4인은 700여명의 여성들에게 자신의 성평등 관련 정책을 소개하며 여성들의 표심잡기에 나섰다.

한국여성대회 일환으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여성신문사가 공동주최한 ‘성평등마이크’에 참석한 대선 주자들은 각자 10분 동안 3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성평등 정책을 설명했다. 이들은 저마다 여성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보라색 넥타이나 스카프를 둘렀고 손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뜻하는 장미꽃을 들고 입장했다.

 

문재인 ‘10 to 4’ ‘성별 격차 해소’ ‘안심·안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성평등은 모든 평등의 출발이며 성평등해져야 더 좋은 민주주의와 가능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면서 “무엇보다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남성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성평등은 모든 평등의 출발이며 성평등해져야 더 좋은 민주주의와 가능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면서 “무엇보다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남성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 전 대표는 친누나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공부 잘하던 누나는 집안형편 때문에 여상을 나와 작은 회사 경리직으로 취직했고, 나는 누나의 희생에 기대 대학에 갈 수 있었다”며 “집집마다 누나나 여동생의 희생으로 오빠, 남동생을 공부시키던 시절이 지났지만 여성이 희생하는 현실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여성들은 독립적 인격체, 보편적인 시민으로 살기 위해 악전고투한다”면서 “민주주의와 평등이 여성의 삶, 현실로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한다는 뜻의 ‘10 to 4’를 제시했다. 그는 “엄마아빠가 함께 육아할 수 있도록 주 52시간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하며 초등학교 입학 전 자녀를 둔 부모가 임금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과 남성 간의 일자리·임금 차별 해소도 공약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블라인드 채용제’, 여성 고용 우수기업에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남녀동수 내각’은 임기 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친족 장애인 성폭력 가중처벌, 공교육에 인권과 성평등 포함 등도 함께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성평등은 모든 평등의 출발이며 성평등해져야 더 좋은 민주주의와 가능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면서 “무엇보다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남성도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슈퍼우먼’ ‘아이가 다섯’ ‘강남역’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슈퍼우먼이라는 말이 칭찬인 줄 알고 우쭐했던 적이 있지만 알고보니 사회와 국가가 책임질 일을 여성에게 독박씌우는 말”이라며 “그래서 내놓은 공약이 ‘슈퍼우먼(강요) 방지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슈퍼우먼이라는 말이 칭찬인 줄 알고 우쭐했던 적이 있지만 알고보니 사회와 국가가 책임질 일을 여성에게 독박씌우는 말”이라며 “그래서 내놓은 공약이 ‘슈퍼우먼(강요) 방지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심 대표는 “촛불정국에서 치러지는 대선은 성차별 해소와 성평등 시대의 골든타임”이라며 “유일한 여성 후보인 아직 저보다 더 잘하는 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슈퍼우먼이라는 말이 칭찬인 줄 알고 우쭐했던 적이 있지만 알고보니 사회와 국가가 책임질 일을 여성에게 독박씌우는 말”이라며 “그래서 내놓은 공약이 ‘슈퍼우먼(강요) 방지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이 아이도 키우도 일도 잘하려면 일을 남편과 나눠야 한다”면서 “맞벌이부부 시대는 진작에 왔지만 맞돌봄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80조2000억원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자를 아이낳는 기계로 봤기 때문”이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공적 인프라 강화와 함께 가족없는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면서 “저출산 문제는 엄마·아빠·기업·사회·국가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대표는 ‘육아휴직 3년법’을 제시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선 “직장을 3년 떠나있으면 퇴출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는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고 급여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아를 엄마아빠가 나눠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배우자 출산휴가를 한 달로 늘리고 육아휴직 중 3개월을 반드시 아빠가 쓰도록 한 ‘파파쿼터제’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심 대표는 이외에도 재혼 가정이라는 새로운 가족 구성 형태를 보여준 드라마 ‘아이가 다섯’을 거론하며 이성 간 혼인에 의한 가족 뿐만 아니라 동성 가정, 미혼모, 동거노인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으로 대표되는 여성폭력 근절도 약속했다.

심 대표는 이날 참석한 모든 대선 주자가 ‘성평등 내각’ 실현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그는 2015년 남녀동수 내각을 실현한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예로 들며 “대한민국도 늦었지만 성평등 내각을 실현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가책무성’ ‘돌봄사회’ ‘인권’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생각을 일상에서 실천하려 노력해왔지만, 대한민국이 성평등하지 않음도 절감한다”면서 “국민이 평등하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함께 바꾸겠다”라고 밝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생각을 일상에서 실천하려 노력해왔지만, 대한민국이 성평등하지 않음도 절감한다”면서 “국민이 평등하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함께 바꾸겠다”라고 밝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 전 대표는 맞벌이 부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평생 못해본 말이 ‘밥 줘’였다.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밥을 차려야 해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해 호응을 끌어냈다. 그는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생각을 일상에서 실천하려 노력해왔지만, 대한민국이 성평등하지 않음도 절감한다”면서 “국민이 평등하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함께 바꾸겠다”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국민 모두의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 대개혁을 추진하겠다”며 그 방안으로 여성가족부를 성평등인권부로 개편하고 현재 국무총리 산하의 양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의 국가성평등위원회로 격상해 위상을 강화할 것을 공약했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내각의 여성 비율 확대를 꼽았다. 안 전 대표는 “내각의 여성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30%부터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성평등 개헌’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그는 “헌법 11조 개정을 통해 국가 실질적인 평등촉진 의무를 구체화하겠다”고 제시했다.

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인 심각한 성별 임금격차에 대해서는 안 전 대표는 “임금 투명성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면서 “성평등 임금공시제도를 도입하고 동일임금의 날을 지정해 비정규직 차별과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육아는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라 남녀 공동의 책임”이라며 “제도·문화적으로 정착되려면 직장 내에서 문화로 정착되는 것과 돌봄 공공성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성평등 육아휴직제 도입과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 돌봄노동자 처우개선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돌봄사회기본법 제정을 제시했다.

 

이재명 ‘평등’ ‘공동체’ ‘책임’

 

이재명 성남시장은  “여성이 학교와 직장, 가정에서 어떤 성차별을 겪고 있는 처참하게 기록한 『82년생 김지영』이 유행”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2017년생 김지영’으로 바꿔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고 당당하도록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여성이 학교와 직장, 가정에서 어떤 성차별을 겪고 있는 처참하게 기록한 『82년생 김지영』이 유행”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2017년생 김지영’으로 바꿔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고 당당하도록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이 시장은 공약 설명보다 실천 의지를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특히 이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하며, “정치에서 정책에 대한 저작권은 없다. 문제는 말만 하고 안 지키는 것이다. 말 많이 해놓고 안 지키는 대표적인 사람이 ‘박근혜’”라며 “‘광장’의 민심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도 성평등 정책으로 성별 임금격차 해소, 남녀동수 내각,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제시했다. 특히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거론하며 여성이 겪는 성차별 현실에 공감을 표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이 생애주기적으로 겪는 성차별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받는 소설이다. 그는 “여성이 학교와 직장, 가정에서 어떤 성차별을 겪고 있는 처참하게 기록한 『82년생 김지영』이 유행”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2017년생 김지영’으로 바꿔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고 당당하도록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시장은 특히 여성 대표성 강화를 위해 “청와대 내각부터 성평등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초기엔 여성 비율을 30%로 시작해 임기 안에 남녀동수 내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저는 말하면 지킨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 성소수자 비율이 30% 를 넘도록 하고 학교에서 성평등 교육도 실시도 약속했다.

이 시장은 “남자는 생계의 책임자, 여자는 보조자, 가사전담자라는 틀을 깨고 남녀공히 가사담당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성평등이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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