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여성의날 맞아 사상 최초 국제 여성 파업...전 세계 50여개국 여성들 참여

“오늘은 세계가 여성들에 귀 기울이는 날”

 

 

오늘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50개여 국에서 최초의 ‘여성 파업’ 시위가 열린다. ⓒFlickr
오늘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50개여 국에서 최초의 ‘여성 파업’ 시위가 열린다. ⓒFlickr

오늘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50개여 국에서 최초의 ‘여성 파업’ 시위가 열린다. 여성들은 이날 직장과 가정에서 일손을 내려놓고 성별로 인한 차별·억압 없는 사회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다. 

여성들은 오늘 하루 유급·무급 노동 모두를 그만두고 소규모나 여성이 경영하는 비즈니스에만 지갑을 열 계획이다. ‘지역의 여성혐오자들을 보이콧하자’는 의미에서 불매운동, 섹스 파업, 도로와 거리 점거 시위, 행진과 피케팅 등을 벌이는 이들도 있다. 자신이 파업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 비움’ 메시지를 남기고 떠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 여성들도 ‘세계 1위’ 성별 임금격차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이날 오후 3시까지만 일하고 퇴근할 계획이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6.6%로 OECD 회원국 1위다.

파업 시위에 동참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연대의 의미에서 붉은색의 옷차림을 할 예정이다. 붉은색은 예로부터 국제 노동 운동의 상징이다. 연대의 표식은 다채롭다. ‘낙태죄’에 반대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의미에서 검은색 옷차림을 하거나, 인간의 존엄을 상징하는 보라색을 연대의 의미에서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어떤 식으로 시위를 벌이건, 파업에 동참하는 여성들의 메시지는 하나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We are united, we are international and we are everywhere)!”

 

이번 국제 여성 파업은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을 이끈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 총파업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당시 아이슬란드 여성의 90%가 직장에 가지 않거나 가사노동·육아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성평등 요구 파업 시위를 벌였다. 수도 레이캬비크에선 여성 2만5000명이 거리로 나섰다. 지난해에도 아이슬란드 여성 수천 명은 ‘남성보다 임금의 14%를 덜 받는 것’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였다.

국제 여성 파업을 조직한 이들이 채택한 올해 세계여성의날의 주제는 ‘변화를 위해 용기를 내라(#BeBoldForChange)’다. 여성들이 그간 이룬 사회·경제·문화·정치적 성취를 기념하는 날이자, 국제적인 보수화 흐름 속에서 ‘성평등’이 실로 절실한 가치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날이다. 이번 파업을 기획·조직하는 폴란드의 페미니스트 클레멘티나 수카노프는 가디언 지에 이렇게 말했다. “오늘 전 세계 여성들은 더는 세상에 귀 기울여달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가 우리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 

 

지난 1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여성공동행진. ⓒFlickr
지난 1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여성공동행진. ⓒFlickr

 

지난 1월 21일(현지 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여성공동행진. ⓒFlickr
지난 1월 21일(현지 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여성공동행진. ⓒFlickr

 

지난 1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여성공동행진 중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Flickr
지난 1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여성공동행진 중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Flickr

 

지난 1월 22일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열린 세계여성공동행진.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 1월 22일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열린 세계여성공동행진. ⓒ이정실 사진기자

여성들의 ‘국경 없는 연대’는 지난해부터 거대한 물결을 이루기 시작했다. 성폭력과 여성혐오적 언행을 일삼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은 여성들의 반발을 불렀고, 지난 1월 ‘세계여성공동행진(International Women’s March)’으로 이어졌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200여 개 도시에서 2백만여 명이 여성혐오와 성폭력에 반대하는 행진과 시위를 벌였다. 

수카노프는 국제 여성 연대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폴란드의 ‘낙태죄’ 폐지 운동, 남미의 반 페미사이드 운동이건 여성들이 각자의 전쟁터에만 몰두한다면 이는 거인의 손가락 하나와 싸우는 셈입니다. 우리는 손가락이 아니라 거인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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