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과잉 비만 시달리는데

비수도권 영양실조로 비실비실

 

우리는 두 개 나라에 살고 있나

지역 골고루 잘 사는 균형발전을

 

서울 광화문광장이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광화문광장이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을 수도권이라고 부른다. 수도권이 휴전선 이남의 땅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8%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 우리나라 사람의 절반이 산다. 2015년 11월 1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5107만명이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 사는 인구는 2527만명으로, 전체인구의 49.5%라고 한다. 엄청난 수의 인구가 이곳에 모여 있다.

사람만이 아니다. 돈, 일자리, 정보, 문화도 다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에 자원이 몰리는 것은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특별하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인서울’을 목표로 뛰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에는 좋은 기회가 몰려 있고 비수도권은 그렇지 못한 불균형 상태는 심각할 정도다. 그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이런 상황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게 좋지 않다. 비유하자면, 수도권은 지금 과잉비만에 시달리고 있고 비수도권은 영양실조로 비실비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도권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환경도 나쁘고 교통도 복잡하며 물가도 비싸다. 주거비는 또 얼마나 높은가. 반면에 비수도권은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주하고 있다. 그래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말 걱정스러운 대목은 이런 사정이 지속되면서 우리의 의식에 어떤 편견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은 우월하고 비수도권은 뭔가 열등하다는 차별의식이 생기고 있다. 오래전 일이다. 서울에서 학회를 하는데 어느 교수가 ‘시골에서 오신’ 여러분에게 감사한다고 한다. 멀리서 온 것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으나 인구 200∼300만명 이상의 메트로폴리탄을 시골이라고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차별의 용어로 들렸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이라는 말도 그렇다. 비수도권 대학을 지방대학이라고 부르는데 세상에 ‘지방’대학이라는 말을 쓰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 나라의 수도에 소재하고 있지 않은 미국의 유수한 대학들도, 유럽의 전통 있는 대학들도 우리식으로 하자면 지방대학이라고 불러야 할 텐데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만 별나게 지방대학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차별의 용어로 들린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개의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자조를 한다. 수도권을 가리키는 서울공화국과 그 밖의 지역으로 이뤄진 공화국이다. 이런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수도권은 성인병에, 비수도권은 탈진에 빠져 우리나라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지역이 골고루 잘 사는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도권에 자원이 집중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에 강력한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있는 곳에 돈이 모이고, 돈이 흐르는 곳에 사람이 모이며, 사람이 몰려드는 곳에 정보가 모이게 되는 것이다. 권력을 동심원의 핵으로 돈, 사람, 문화, 일자리, 기회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 ‘서울공화국’이 나오게 된 원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권력집중체제를 해체하는 것이 ‘서울공화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대안이라고 하겠다. 국가의 정점에 놓여있는 권력을 아래로 나누어주면 그 권력을 둘러싸고 있던 자원들도 분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에 집중돼 있는, 즉 국가에 집중돼 있는 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분권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우리의 중요한 과제다. 첫째는 지방에 재정권을 나눠주어야 한다. 지금 세금의 8할은 국가가, 2할은 지방이 걷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지방자치를 2할자치라고 말한다. 이 비율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지방 입법권이다. 지금 각 지방에서 필요한 조례는 상위 법령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다. 법령에 근거가 없으면 조례를 만들지 못한다. 이것도 바꿔야 한다. 상위 법령의 취지를 벗어나지 않으면 자유롭게 조례를 만들 수 있는 지방 입법권을 허용해야 한다. 셋째는 지방 조직권이다. 지금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은 중앙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각 지방의 특성에 따라 조직을 확대하거나 인원을 늘릴 수 없다. 지방이 자신의 실정에 맞게 조직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을 새로 만드는 헌법에 분명히 못을 박아야 한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국가권력의 초집중현상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의 원인이기도 하다. 지방에 권력을 나누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탄핵 국면이 끝나면 우리가 꿈꾸는 나라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이어질 것이다.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개헌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서울공화국’을 해체해 지방이 차별 받지 않고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 성별, 인종, 종교, 이념뿐만 아니라 지방이라는 말도 차별을 가리키는 이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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