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풀무원, 롯데, KT

국내 주요 기업 가족친화경영

 

일·가정 양립, 경력단절 예방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책

여성 임원 30% 달성 로드맵

목표로 여성친화경영 도입도

 

유한킴벌리는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탄력적 점심근무제 등 유연한 근무체계를 갖췄다. 임신부용으로 설계된 책상은 임신부 우선석으로 정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한킴벌리는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탄력적 점심근무제 등 유연한 근무체계를 갖췄다. 임신부용으로 설계된 책상은 임신부 우선석으로 정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한킴벌리 사회책임팀 곽은정(43) 부장은 여섯 살 딸과 네 살배기 아들을 키우면서 시차출근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곽 부장은 첫 아이를 낳은 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2012년 4월 시차출근제를 신청해 오전 10시∼오후 7시로 근무 형태를 바꿨다. 지난해부터는 오전 9시반∼오후 6시반으로 30분 당겼다. 곽 부장은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보낸 후 오전 9시까지 출근하려니 아침이 전쟁이더라. 일찍 깨지 않는 아이들 야단쳐가며 어린이집에 보내고 복잡한 출근길에 시달리려니 힘들었다”며 “시차출근제 덕에 아이들도 엄마 닦달을 덜 받아 좋고, 저도 스트레스가 확 줄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동육아휴직이나 다양한 휴가제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여성리더십 역량 강화나 생애주기별 맞춤형 패키지 등 지원책 역시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의 여성친화경영은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일터로 만들어 경력단절을 예방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풀무원에서 근무하는 임신부가 전자파 차단 담요를 선물받은 후 행복한 대디&맘을 위한 배려문화 캠페인 ‘아이손JOB고’ 홍보물을 읽고 있다. ⓒ풀무원
풀무원에서 근무하는 임신부가 전자파 차단 담요를 선물받은 후 행복한 대디&맘을 위한 배려문화 캠페인 ‘아이손JOB고’ 홍보물을 읽고 있다. ⓒ풀무원

풀무원은 매달 1회 태아검진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임신기 단축근로제도를 법정기준인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서 임신 14주 이내 또는 34주 이후로 늘려 시행 중이다. 자동육아휴직제, 가족사랑의날·자기계발데이를 비롯한 리프레시 휴가 등 다양한 제도 덕에 출산 후 복귀율은 96%에 달한다. 올해부터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패키지’를 설계해 임신기 배우자 태아검진휴가 제도부터 육아기의 영유아 보육수당, 복직기의 시차출퇴근제까지 체계화했다. 행복한 대디&맘을 위한 배려문화 캠페인 ‘아이손JOB고’도 함께 시행 중이다.

이같은 여성친화경영은 여성 임원 3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목표로 시행 중이다. 김원식 인사운영팀장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실현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여성 인력을 발굴해 여성 임원 30%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대기업 중 처음으로 남성직원 의무 육아휴직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 전 계열사 남성 직원들은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 의무적으로 최소 1개월 이상 휴직해야 한다. 회사는 정부지원금(최대 100만원)을 뺀 차액을 주는 방식으로 휴직자의 첫 달 통상 임금을 100% 보전해 준다. KT는 리프레시 휴직부터 가족돌봄 휴직, 휴일근무 원칙적 금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까지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유한킴벌리에는 여성네트워크 K-WIN이 조직돼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즐겁고 도전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맘컨퍼런스를 주관해 워킹맘들을 응원했다. ‘일맘’은 ‘매일 행복한 워킹맘’을 의미한다. 김혜숙 지속가능경영부문 부문장(상무)은 “여성들이 스스로 리더십을 어떻게 키울지 K-WIN에서 연간계획을 짜고 컨퍼런스도 열고 있다. 일맘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는 여성들이 단절돼 있었다면 이제는 여성들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소통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여성이 행복해야 회사도 행복하고 사회도 행복해진다는 경영철학이 담긴 조직이 K-WIN”이라고 말했다. 

 

유한킴벌리 모성보호공간에서 여성들이 잡지를 읽으며 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한킴벌리 모성보호공간에서 여성들이 잡지를 읽으며 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한킴벌리의 가족친화경영은 출산과 육아, 자녀교육 책임을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도록 격려하고, 직원들이 일과 삶을 조화시켜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장 눈에 띄는 제도는 시차출퇴근제(사무직), 4조2교대(생산직), 재택근무제, 탄력적 점심근무제 등 유연한 근무체계다. 김영일 홍보실 부장은 “재택근무제는 임신부들이 많이 선택한다”며 “본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할 수 있으니 업무에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출근 시 발렛파킹(주차대행·valet parking)부터 모성보호공간까지 임신을 축하해주는 다양한 임신부 보호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 임신부용으로 설계된 책상을 임신부 우선석으로 지정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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