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게스트 불러놓고 외모·몸매 품평

‘섹드립·담배 드립’도 거리낌 없어

무례하고 폭력적인 멤버들 태도에

시청자들 “불쾌하고 불편하다”

 

‘아는 형님’ 멤버들은 게스트가 낸 퀴즈를 맞힌 후 상으로 뽀뽀를 바란다. 이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아는 형님’ 멤버들은 게스트가 낸 퀴즈를 맞힌 후 상으로 뽀뽀를 바란다. 이는 여성을 성적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이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형님고(高)’ ‘형님 학교’라는 포맷으로 변화를 준 뒤 입소문을 탔다. 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형님들’이 모여 앉아 전학생(게스트)을 맞이한 후 토크쇼·게임 등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날로 높아지는 유명세와 함께 시청률도 증가 추세에 있다. 2.9%로 시작한 ‘아는 형님’은 자리를 잡은 뒤 3%대를 유지하다가 최근에는 4% 언저리까지 올랐다. 특히 지난 2월 1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가수 비가 출연한 회차는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 4.8%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기가 많아질수록 ‘아는 형님’이 여성 게스트를 소비하는 방식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에게 거리낌 없이 행하는 성희롱적 발언과 무례한 태도에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수근은 지난해 4월 22회차에 게스트로 출연한 전효성에게 “CF에서 의자 댄스 춘 거 너 맞지?”라고 묻는다. 강호동은 곧바로 의자를 대령하고, 멤버들은 ‘섹시 댄스’를 선보이는 전효성을 감상한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이수근은 지난해 4월 22회차에 게스트로 출연한 전효성에게 “CF에서 의자 댄스 춘 거 너 맞지?”라고 묻는다. 강호동은 곧바로 의자를 대령하고, 멤버들은 ‘섹시 댄스’를 선보이는 전효성을 감상한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섹드립’과 외모 품평, 여성 대상화

‘아는 형님’에선 “모두가 친구”라는 설정 하에 게스트와 멤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반말을 사용한다. 게스트 외모·몸매 품평, 교묘한 ‘섹드립’(성적인 농담이 섞인 애드리브)이 개그로 용인된다. 특히 여성 게스트가 나오면 “나이도 똑같고 결혼 경험도 없고, 재산도 같다면 우리 중에서 누가 제일 맘에 들어?” “키스 해봤냐” “남자친구 있냐” 같은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퀴즈를 맞힌 후 상으로 ‘뽀뽀’를 바라기도 한다.

지난 2월 소녀시대 서현이 게스트로 출연했을 당시, 강호동은 “첫키스를 연기로 먼저 경험했냐 사랑으로 경험했냐”는 질문을 던졌다. 서현이 정색하며 “뭐 이런 걸 물어보지?”라고 황당한 기색을 내비치자, 강호동은 “우리끼리만 알자는 거 아니야! 예능에서 그럼 뭘 물어보니 임마?”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역정을 내며 되받아쳤다.

 

러브라인 만들기에 ‘혈안’이 돼있는 듯한 강호동은 배우 한채아에게 ”현재 교제하는 남자친구가 없느냐”고 묻는다. 한채아가 답하지 않자 강호동은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야!”라며 윽박지른다.(지난 2월 25일 방송된 64회차)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러브라인 만들기에 ‘혈안’이 돼있는 듯한 강호동은 배우 한채아에게 ”현재 교제하는 남자친구가 없느냐”고 묻는다. 한채아가 답하지 않자 강호동은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야!”라며 윽박지른다.(지난 2월 25일 방송된 64회차)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러브라인 만들기’도 빠질 수 없다. 2월 25일 게스트로 등장한 배우 한채아가 “서장훈이 좋다”고 하자, 멤버들은 한채아를 좋아한다는 김영철과 함께 셋을 삼각관계로 몰아갔다. 이수근이 “채아 다음 주에 다른 사람이랑 열애설 나면 (배신감 들겠다)”라고 하자, 강호동은 “현재 교제하는 남자친구가 없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한채아가 답변하질 않자 강호동은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야!”라며 윽박질렀다. 화면엔 ‘촬영 보이콧 선언’이라는 자막이 떴다.

지난해 7월 게스트로 등장한 가수 서인영은 자신의 취미를 퀴즈 문제로 냈고, “모으는 것에 있다”는 힌트를 줬다. 민경훈은 가슴을 모으는 동작을 취해 서인영을 당황케 했다.

 

지난해 7월 31회차에 게스트로 등장한 가수 서인영은 자신의 취미를 퀴즈 문제로 냈고, “모으는 것에 있다”는 힌트를 줬다. 민경훈은 가슴을 모으는 동작을 취해 서인영을 당황케 했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지난해 7월 31회차에 게스트로 등장한 가수 서인영은 자신의 취미를 퀴즈 문제로 냈고, “모으는 것에 있다”는 힌트를 줬다. 민경훈은 가슴을 모으는 동작을 취해 서인영을 당황케 했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애인 있냐” “현재 교제하는 남자친구가 없느냐”와 같은 고정 질문은 여자 연예인을 잠재적 연애 대상으로 위치시킨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애인 있냐” “현재 교제하는 남자친구가 없느냐”와 같은 고정 질문은 여자 연예인을 잠재적 연애 대상으로 위치시킨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아는 형님’ 시청자인 대학생 김민경(24)씨는 “‘섹드립이나 뽀뽀받기 안 하면 웃길게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남자 멤버들 때문에 매주 챙겨볼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온라인상에서도 “아는 형님 폐지해달라. 강호동 같은 현실 감각 없고, 개념 없고, 예의 없는 진행자들이 어린 여자 연예인들 불러놓고 더러운 농담하는 거 더 이상 보기 싫다”(트위터리안 @oton*****) 같은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김희철의 ‘담배 드립’

김희철의 여성 한정 ‘담배 드립’(담배를 소재로 한 애드리브)도 꾸준히 비판을 받았다. 여성 게스트가 “내가 꼭 소지하고 다니는 물건은?” “나의 취미는?”이라는 퀴즈를 낼 때마다 “담배, 라이터” “담배 종류별로 모으기”라고 답하는 식이다. 당황해하는 여성 게스트를 보며 멤버들은 즐거워한다.

 

전혜빈이 “내가 자주 하는 척은?”이라는 퀴즈를 내자 김희철은 “금연중인 척”이라고 답한다.(지난해 6월 30회차 방송분)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전혜빈이 “내가 자주 하는 척은?”이라는 퀴즈를 내자 김희철은 “금연중인 척”이라고 답한다.(지난해 6월 30회차 방송분)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시청자들의 비판이 일면서 김희철은 지난해 8월 한 달여간 ‘자중’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담배 드립을 곧 재개했다. 지난해 9월 출연한 가수 솔빈이 “스무 살이 되자마자 꼭 하고 싶었던 것은?”이라는 퀴즈를 내자, 멤버들은 “묵비권 행사말고, 드립하라!”고 외치며 김희철을 자극했다. “말XX 두 갑이요!”라는 김희철의 외침에 제작진은 ‘긴급 속보. 방송인 김희철, 3주 만에 담배 드립 재개’라는 자막을 띄웠다.

 

지난해 9월 40회차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 솔빈.  “스무 살이 되자마자 꼭 하고 싶었던 것은?”이라는 솔빈의 질문에 김희철은 입이 근질근질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멤버들은 “묵비권 행사말고, 드립하라!”고 외치며 김희철을 부추겼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지난해 9월 40회차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 솔빈. “스무 살이 되자마자 꼭 하고 싶었던 것은?”이라는 솔빈의 질문에 김희철은 입이 근질근질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멤버들은 “묵비권 행사말고, 드립하라!”고 외치며 김희철을 부추겼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말XX 두 갑이요!”라는 김희철의 외침에 제작진은 ‘긴급 속보. 방송인 김희철, 3주 만에 담배 드립 재개’라는 자막을 띄웠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말XX 두 갑이요!”라는 김희철의 외침에 제작진은 ‘긴급 속보. 방송인 김희철, 3주 만에 담배 드립 재개’라는 자막을 띄웠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박우성 영화평론가는 지난 1월 트위터를 통해 김희철의 이러한 태도가 “담배를 악마화시키고, 여성을 폭력적인 구경거리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김희철은 담배라는 기호식품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 후, 다시 그 이미지를 여성에게 부과한다”며 “그것으로 중년 남자들 무리 앞에서 아무런 잘못 없이 일격당한 여성 게스트의 난감한 표정은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되고, 동시에 ‘담배=악=여성’과 같은 왜곡된 이미지가 강화된다”고 분석했다.

 

김희철이 소녀시대 멤버 써니에게 한 ‘담배 드립’.(지난해 5월 25회차 방송분)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김희철이 소녀시대 멤버 써니에게 한 ‘담배 드립’.(지난해 5월 25회차 방송분)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김희철 외의 멤버들도 여성 게스트에게 ‘담배 드립’을 하는 데 거리낌 없다.(지난해 7월 31회차 방송분)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김희철 외의 멤버들도 여성 게스트에게 ‘담배 드립’을 하는 데 거리낌 없다.(지난해 7월 31회차 방송분)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이외에도 민경훈이 배우 전소민에게 종이컵으로 여성 속옷을 만들어준 일, 멤버들 간에 ‘돌아이’ ‘쌍싸대기’ ‘쌩구라’ 등 비속어 사용 등이 문제가 됐다. 한 남자 아이돌이 출연한 당시 “춤, 리액션이 여성스럽다”거나 “OO이 꿈이 ‘여성스러움’이야”라고 발언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민경훈은 지난해 6월 28회차 게스트로 등장한 배우 전소민에게 종이컵으로 여성 속옷을 만들어 선물했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민경훈은 지난해 6월 28회차 게스트로 등장한 배우 전소민에게 종이컵으로 여성 속옷을 만들어 선물했다.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아는 형님’의 뼈대인 ‘남성연대’는 무례하고 폭력적인 언행을 부추기고 합리화한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아는 형님’이라는 제목 자체가 남성연대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김희철은 ‘난 애초에 그런 캐릭터니까’를 무기로 내세워 할 말 못 할 말을 ‘형님’들을 대신해서 한다. 남성연대 안에 한 명씩은 꼭 있기 마련인 캐릭터”라며, “강호동은 그 뒤에서 군림하는 형태로 전체 판을 좌지우지하고, 멤버들은 김희철이 게스트에게 무례한 질문을 던져도 괜찮다고 자위하며 김희철에게 더 까불어보라고 부추긴다”고 분석했다.

출연자들의 교복 차림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황 평론가는 “여성 청소년들은 교복을 입고 나오는 여자 연예인들을 본인과 동일시하고, ‘나도 저렇게 예뻤으면 좋겠다. 주목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했다. 또 “‘형님’이라고 불리는 권력위계 하에 있는 성인 남성에게 사랑받는 것을 여성으로서 최고 가치로 생각할 경우 ‘귀엽고 섹시한’ 대상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꿈꾸게 될 수 있다”며 “‘나도 저렇게 애교 잘 부렸으면, 귀여웠으면,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대상화의 맥락 하에 놓인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짚었다.

 

김희철은 태민이 예쁘게 생겼다는 이유로 ‘여성스러움’ 이미지를 덧씌우고 지속적으로 괴롭힌다.(지난해 11월 50회차 방송분)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김희철은 태민이 예쁘게 생겼다는 이유로 ‘여성스러움’ 이미지를 덧씌우고 지속적으로 괴롭힌다.(지난해 11월 50회차 방송분)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김희철은 태민이 예쁘게 생겼다는 이유로 ‘여성스러움’ 이미지를 덧씌우고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다른 멤버들도 이에 동참한다.(지난해 11월 50회차 방송분)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김희철은 태민이 예쁘게 생겼다는 이유로 ‘여성스러움’ 이미지를 덧씌우고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다른 멤버들도 이에 동참한다.(지난해 11월 50회차 방송분) ⓒJTBC ‘아는 형님’ 방송영상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아는 형님’에 ‘경고’ 징계를 내렸다. 여성 출연자 성적 대상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대사, 출연자 간 (언어)폭력, 방송 중 부적절한 언어 사용, 출연자의 범법 행위·이혼 등 사생활 희화화가 ‘방송 품위를 저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는 형님’ 측은 징계에 앞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에서 “젊은 PD들이 인터넷 용어 구별을 잘 못하는 것 같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3위에 올랐기 때문에 저질 프로그램은 아니다”라고 항변한 바 있다. 당시 여운혁 CP는 “비속어 사용을 줄일 수 있게 감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아는 형님’은 어느덧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지닌 프로그램이 됐다. 더 큰 책임감을 지녀야 하건만,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아는 형님’에 시청자들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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