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의 황당한 출산율 제고 대책 제안

불꽃페미액션, 27일 비판 기자회견 열어

“정부는 결혼이 여성에 지우는 부담 해결할 방도부터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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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고소득 여성이 소득과 학력 수준이 낮은 남성과도 결혼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 국책 연구기관이 최근 내놓은 출산율 제고 대책이다. 여성들이 답했다. “정부야 네가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 키우지.” 

지난 24일 보건사회연구원은 ‘고소득·고학력 여성의 하향결혼 유도’ ‘채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스펙엔 불이익 부여’ 등을 출산율 제고 대책으로 제안했다. 제13차 인구포럼에서 원종욱 인구영향평가센터장(선임연구원)이 발표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 결정요인 분석’이다. 전자의 경우, “사회적 규범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은 단순한 홍보 차원을 넘어 거의 ‘백색음모’ 수준으로 철저하게 기획되고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여성들은 경악했다. 국책 연구위원의 ‘망언’을 성토하는 이들은 연구원 측에 온오프라인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해당 연구원의 책임 있는 사퇴를 요구했다. 페미니즘 단체 ‘불꽃페미액션’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고학력 고소득의 여성이 그들보다 수준이 낮은 남성 아무나와 결혼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먼저 그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여성도 결혼할 경우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이탈하게 되며, 특히 자녀 출산과 양육의 문제는 결혼 적령기 여성에게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다. 결혼 직전의 여성은 고용 시장을 대거 이탈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배우자를 하향 선택해가며 결혼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제의 보고서에 대한 항의가 쇄도하면서 작성자는 보직에서 물러났다. 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4일 인구포럼에서 발표된 학술논문 중 최근의 만혼과 독신현상을 분석한 내용에 부적절한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원종욱 박사는 인구영향평가센터장에서 자진해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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