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소 지도 바꾼다 

불편 감수하고도 갈 곳은 간다 

사진찍기 좋은 곳이 인기

 

‘#망리단길 #샤로수길 #문래동 예술촌 #용산 해방촌...’

핫플레이스가 바뀌고 있다. 강남, 명동과 같은 전통적인 도심이 아닌 좁은 골목길이다. 이들 골목길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명성을 얻었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및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하루 평균 7000만장의 사진이 올라오며 하루 평균 25억개의 ‘좋아요’가 달린다. 특히 키워드를 검색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가 발 빠른 입소문 역할을 했다. 해시태그가 자발적 홍보 창구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는 상권은 주로 구도심의 저층 주택가나 노후지역이다. 주요 상권에서 밀려나 교통 또한 편리하지 않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찾아가는 분위기다.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 맛집을 찾는다는 유민지(26)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분위기가 독특하거나 끌리는 음식점을 찾고 이를 또다시 인증하는 게 주변에서 유행"이라며 "어딜 가고 싶으면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부터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뜨고 있는 '인스타 상권'을 특징별로 소개한다.

#망리단길 #샤로수길 #연트럴파크

유명지역과 비교…특징따라 이름 지어

 

얼핏보면 일반주택처럼 보이는 프랑스 빵집 오브니와 루프탑카페 817워크샵.
얼핏보면 일반주택처럼 보이는 프랑스 빵집 '오브니'와 루프탑카페 '817워크샵'. ⓒ여성신문

인스타 상권 대표주자는 바로 ‘망리단길’이다. 해시태그로 망리단길을 검색하면 약 4만 개의 게시물이 뜬다. 망리단길은 ‘망원동’과 ‘경리단길’이 합쳐진 이름이다. 처음 대중에게 알려진 건 한 리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가수 육중완이 망원동 옥탑방 라이프를 보여주며 소박한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그 후 1년 사이 망리단길엔 약 20개의 가게가 새로 생겼다.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 소규모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어 유동인구 또한 적었지만 최근 1~2년 사이 방문객이 늘며 동네에도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골목 곳곳 가게가 숨어 있고, 간판을 달지 않은 곳도 많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주로 카페와 음식점, 공방과 작업실 등이 많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얼핏보면 주택처럼 보이는 프랑스 빵집 '오브니'와 루프탑카페 '817워크샵' 등이 유명하다.

 

해시태그(#)로 샤로수길을 검색하면 약 5만개의 사진 및 동영상이 뜬다. 오른쪽은 서울대입구 음식점 안녕베트남을 검색했을 때 뜨는 사진들.
'해시태그'(#)로 '샤로수길'을 검색하면 약 5만개의 사진 및 동영상이 뜬다. 오른쪽은 서울대입구 음식점 '안녕베트남'을 검색했을 때 뜨는 사진들. ⓒ인스타그램 캡처

‘샤로수길’과 ‘연트럴파크’ 또한 대표적인 인스타 상권이다. 샤로수길은 ‘샤’ 모양의 서울대 정문 조형물과 ‘가로수길’이 합쳐진 이름이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를 나와 조금 걸으면 샤로수길에 도착한다. 이전에는 학생, 직장인들이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음식점들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특이한 맛집도 많이 생겼다. 베트남 음식점 '안녕 베트남'과 태국 음식점 '방콕야시장' 등이 뜨고 있다.

‘연트럴파크’는 ‘연남동’과 ‘센트럴파크’ 두 곳을 모두 떠오르게 한다. 경의선 숲길은 경의선 지상 철길 주변에 공원이 들어오면서 조성됐다. 옛 철길을 따라 1km 정도 은행나무를 심어 봄이나 가을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도 좋다. 낡은 주택을 개조해 만든 아기자기한 음식점, 카페, 편집숍 등이 있다. 카페 '에스프레소부티크'와 '카페꼼마' 등이 인기 있다.

#성수동 수제화거리 #문래동 예술촌

수제화 장인, 예술가들이 살아 숨 쉬는 곳

 

성수동에 위치한 한식집 할머니의 레시피. 낮은 건물과 담벼락이 특징이다.
성수동에 위치한 한식집 '할머니의 레시피'. 낮은 건물과 담벼락이 특징이다. ⓒ여성신문

성동구에 위치한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신발업체들이 모여 있는 공장 지대가 랜드마크로 떠오른 곳이다. 약500개의 수제화 관련 업체들이 밀집돼 있다. 50년 이상 수제화 장인에게 배우는 수제화 제작 공방도 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독특한 디자인의 카페와 음식점이 생기고 있다. 주말이면 한식당 '할머니의 레시피'와 '소녀방앗간' 등이 북적인다.

 

담장에 그려진 벽화와 철공소 풍경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문래동 예술촌.
담장에 그려진 벽화와 철공소 풍경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문래동 예술촌'. ⓒ여성신문

문래동 ‘예술촌’은 예술과 공장이 공존하는 이색 골목이다. 철공소 밀집지역인 이곳은 2000년대부터 예술가들의 작업실이나 갤러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이 철공소 담장이나 벽에 그린 그림과 철공소 풍경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독특한 분위기로 입소문이 났다. 특히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함박스테이크와 크림파스타 등을 파는 '칸칸엔인연'이 알려졌다. 

 

서촌에 위치한 대오서점. 가수 아이유가 앨범 재킷사진을 찍은 이후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유명해졌다.
서촌에 위치한 '대오서점'. 가수 아이유가 앨범 재킷사진을 찍은 이후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유명해졌다. ⓒ아이유 앨범 캡처·여성신문

종로 ‘서촌마을’은 서울 경복궁 서쪽 마을을 부르는 이름이다. 한옥이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 낡은 상점과 새로 생긴 가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미로 같은 골목 또한 매력이다. 60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오서점'이 유명하다. 가수 아이유가 앨범 재킷사진을 찍어 화제가 됐다. 수요미식회에 나온 짜장면집 '영화루'와 흑초탕수육을 파는 '포담'이 가볼 만하다.

#용산 해방촌 #서교동 카페거리 #T자골목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옆 상권 덩달아 인기

 

해방촌은 경리단길과 육교 하나를 둔 곳에 있다. 해방 후 조성된 마을이라 붙은 이름이다. 원래는 판자촌의 가난한 동네였다. 90년대 이후 환경 개선사업으로 다가구 주택들이 형성됐다. 오래된 건물에 자리한 이국적인 느낌이 특징이다. 뉴질랜드 출신 사장님이 만든 피자 펍 ‘보니스피자’와 치킨집 '치맥라이프'가 특히 유명하다.

‘이태원 T자골목’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남쪽에 있다. 제일기획 뒷골목에 위치한 T자 골목에서는 작은 패션숍, 개인 의상실, 소품 가게 등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오래된 슈퍼와 세탁소, 미용실 등과 막 들어선 카페, 서양 음식점, 고급 부티크 등의 상인들이 모여 공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카페 '플리플리'와 칵테일 바 '레이지 헤븐'이 인기다.

마포구 ‘서교동 카페거리’ 또한 홍대 상권 임대료를 피해 맛집, 개인 커피숍, 공방들이 자리를 옮기며 형성된 골목이다. 서교동 카페거리는 합정역 일대에 주상복합 아파트,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서 홍대 주차장 거리에서 끊겼던 상권이 서교동까지 확대됐다.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 '반듯'과 '아이들모먼츠'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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