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페미니스트 대통령
[기자의 눈] 페미니스트 대통령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7.02.17 16:27
  • 수정 2021-01-05 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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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성평등으로 열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7차 포럼에서 성평등 정책 관련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성평등으로 열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7차 포럼에서 성평등 정책 관련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얼마 전까지 ‘페미니스트’라는 이름표는 일종의 ‘낙인’이었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지지율 1위 대선 주자가 굳이 ‘페미니스트’라는 ‘위험’한 언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의미 있다. 다른 대선 주자들이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모르겠다” “페미니스트이려고 노력한다”고 답한 것과는 상반된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한 대선 주자 행보와도 비교된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는 ‘대한민국 남자’라는 슬로건으로 특전사 출신의 기혼 남성임을 강조했다. 곧바로 가부장적 성역할 구분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슬로건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최근엔 아내 김정숙씨가 여성에게 고정된 성역할을 부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성이슈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문재인 캠프가 5년 만에 확 변한 것이다. 이 선택은 이번 대선을 위한 당연한 결정으로 보인다.

먼저 성평등 가치는 이제 부차적인 문제가 아닌 시대정신이다. 페미니즘이 빠진 정책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의 불균형을 바로 잡을 수 없다. 또 하나는 20~30대 여성유권자의 표심이 대선 승리를 가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20대 여성유권자는 지난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낸 주역이다. 게다가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 20~30대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은 ‘생존’을 위한 무기로 자리잡았다.

한쪽에선 문 전 대표의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은 텅 빈 기표이자 정치적 전략이라고 비판한다. 나흘 전 기독교단체를 찾아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다른 성적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서는 안 되도록 규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평등 정책 발표 당일에도 한 성소수자가 문 전 대표에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입장을 묻자, 문 전 대표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리겠다”고 답했다. 포럼장에선 “나중에”를 외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대선 공약에 넣었던 5년 전보다 오히려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선 후퇴한 셈이다.

성소수자들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꿈꾸며 “약자를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문 전 대표에게 묻는다. “지금이 아니면 성소수자 인권 문제는 대체 언제 말할 수 있느냐”고.

현재 여성운동 진영에서는 페미니즘을 ‘계급, 인종, 종족, 능력, 성적 지향, 지리적 위치, 국적 혹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들’이라고 정의한다.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뜻이다.

소수자 인권에 ‘사회적 합의’나 ‘나중에’ ‘언젠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어야 한다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는 선언도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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