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구도로 촬영해 여성 신체 부각

흰 셔츠와 딱 달라붙는 치마로 몸매 강조한

여성 교사를 남학생의 연애 대상으로 그려

“특정 직군 여성 성적대상화” 비판 확산

 

SM 보이그룹 NCT DREAM이 지난 9일 발표한 신곡 ‘마지막 첫사랑’ 뮤직비디오에서 여성 교사를 성적 대상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튜브 영상
SM 보이그룹 NCT DREAM이 지난 9일 발표한 신곡 ‘마지막 첫사랑’ 뮤직비디오에서 여성 교사를 성적 대상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튜브 영상

SM엔터테인먼트 보이그룹 NCT DREAM(엔시티 드림)이 지난 9일 공개한 신곡 ‘마지막 첫사랑(My First and Last)’ 뮤직비디오에서 여성 교사를 성적 대상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직군의 여성을 성애화한 뮤직비디오를 기획·제작하고 미성년자 멤버들에게 관련 장면을 촬영하게 했다는 점에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NCT DREAM은 NCT의 청소년 멤버(천러, 런쥔, 재민, 지성, 제노, 마크, 해찬)로 구성된 유닛 그룹이며, ‘마지막 첫사랑’은 NCT DREAM이 발표한 첫 싱글 앨범 ‘The First’의 타이틀 곡이다. 

첫사랑을 주제로 한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사랑에 빠진 남학생’을 연기하며 여성 교사에 대한 집단적 관심을 드러낸다. 일부 언론은 이를 “요즘 10대들의 당찬 첫사랑” “사랑에 빠진 소년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뮤직비디오 내에서 학생들은 교사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볼 뿐이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자로서 주체성을 갖지 못하고, 남학생에 의해 ‘보여지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교사를 ‘여성’이라는 성별에 국한시켜 성적 이미지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남학생의 여성 교사 대상 몰카·성희롱·성추행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뮤직비디오를 남학생들의 풋풋한 첫사랑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 교사의 풀어진 블라우스 앞섶 사이로 목선이 강조된다. 뮤직비디오에서 ‘사랑에 빠진 남학생’을 연기하는 NCT 멤버는 수업 중인 선생님 뒤로 가 “(노래로) 나에겐 너뿐이야”라고 고백한다. ⓒ유튜브 영상
여성 교사의 풀어진 블라우스 앞섶 사이로 목선이 강조된다. 뮤직비디오에서 ‘사랑에 빠진 남학생’을 연기하는 NCT 멤버는 수업 중인 선생님 뒤로 가 “(노래로) 나에겐 너뿐이야”라고 고백한다. ⓒ유튜브 영상

 

분홍색 립스틱을 칠한 교사의 입술은 클로즈업 대상이 되고, 선생님의 립스틱이 묻은 컵은 성적 대상이 된다. 멤버들은 립스틱 묻은 컵을 갖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유튜브 영상
분홍색 립스틱을 칠한 교사의 입술은 클로즈업 대상이 되고, 선생님의 립스틱이 묻은 컵은 성적 대상이 된다. 멤버들은 립스틱 묻은 컵을 갖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유튜브 영상

화면에는 몸에 붙는 블라우스와 H라인 스커트를 입은 여성 교사의 뒤태가 비춰지고, 멤버들은 감탄하며 그를 감상한다. 이어지는 영상에선 한 멤버가 수업 중인 선생님 뒤로 가 “(노래로) 나에겐 너뿐이야”라고 고백한다. 이밖에도 분홍색 립스틱을 칠한 교사의 입술은 클로즈업 대상이 되고, 풀어진 블라우스 앞섶 사이로는 목선이 강조된다. 멤버들은 선생님의 립스틱이 묻은 컵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이화여대 여성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수아(25)씨는 “뮤직비디오의 주 소비층이 10대인 것을 감안할 때, 해당 장면들은 여성 교사에 대한 남학생들의 인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실제로 피해를 입는 것은 교사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뮤직비디오에서 선생님은 ‘가르침을 주는 지성적 혹은 모범적 사회상’이 아니라 ‘베이비걸’ 등으로 환원되는 성적 판타지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뮤직비디오는 “사실 선생님은 남편과 애가 있는 유부녀였다”는 내용으로 결말을 맺는데, 관련 장면에선 양복을 쫙 빼입은 남성과 차량이 함께 등장한다. 또 승용차 후미 부분에는 ‘BABY ON BOARD’ 스티커가 부착돼있어 그에게 아이가 있음을 암시한다. 정씨는 “한국사회에서 여성 교사가 돈 많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최고의 신붓감’이라는 기호로 인식되는 맥락을 고려할 때, 마지막 장면은 여성 교사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더욱 고착화한다”고 비판했다. 

뮤직비디오를 본 누리꾼들도 “여성 교사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여교사 이미지와 소비방식은 문제가 많다” “타이트한 옷과 몸매 강조, 몰카 구도는 논란되기에 충분하다” “뮤비 보는 내내 불쾌했다. 연출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SM엔터테인먼트에 실망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돌 전문 평론 웹진 ‘아이돌로지’는 지난 10일자 기사(이것이 청소년의 꿈과 희망이라면 그 꿈과 희망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에서 “10대의 첫사랑을 표현하는 데 AV 여교사 판타지를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팬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SM이 여교사 성희롱 대상으로 삼은 것 수정해줬으면 좋겠다” “여교사에 대한 ‘시선강간’을 남학생의 시선에서 첫사랑으로 미화시켰다”는 반응을 찾아볼 수 있다. “현실에서 행해지고 있는 폭력(여교사에 대한 남학생들의 성추행, 시선강간 등)을 뮤직비디오 소재로 사용했다”며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트위터리안 @co_co_****은 “여교사 정말 극한 직업이다. 공부해서 임용 잘 치면 남자들은 어떡하냐고 징징. 교사 되고 나서는 온갖 성희롱과 성적대상화에 시달린다. 연차 쌓이면 일등신붓감이란 이름하에 ‘한남’ 개인 노예하기 딱 좋은 직업이라고 평가받는다. 이게 끝이게? 나중엔 교장·교감 되기도 정말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에 맞서 반대 입장의 팬들은 “순수한 소년들의 풋풋한 첫사랑으로 보였다” “심각하게 의미부여 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구글에 ‘여교사’ ‘여선생’을 검색하기만 해도 각종 성적 이미지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사회서 여성 교사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은 그 심각성이 막대하다. 지난해 5월 발생한 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여성 교사 17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0.7%가 교직 생활 중 성희롱,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교사 10명 중 7명 꼴로 성폭력을 경험한 셈이다. 또 응답자의 67.1%는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원인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선’을 꼽았다. 여성 교사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왜 문제가 되는지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미디어 내의 여성 대상화 등 여성혐오 관련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있어 왔지만 그에 대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장면이나 복장 등은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나 섹슈얼리티를 그려내는 일정한 패턴을 갖는다”며 “미디어가 특정 직업군의 여성을 성적 이미지로 다루는 방식은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직 여성에 대한 무분별한 성적 대상화는 해당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능력과 전문성을 격하시킨다는 설명이다.

정 사무국장은 “미디어 관련 종사자나 콘텐츠 제작사는 과거부터 지속해온 여성 재현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콘텐츠 제작자들은 대중문화가 10대 청소년에게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기본적인 윤리의식을 갖고 도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뮤직비디오는 “사실 선생님은 애가 있는 유부녀였다”는 내용으로 결말을 맺는데, 관련 장면에선 양복을 쫙 빼입은 남성이 등장하고 차량 뒤에 붙은 ‘BABY ON BOARD’ 스티커가 비춰진다. ⓒ유튜브 영상
뮤직비디오는 “사실 선생님은 애가 있는 유부녀였다”는 내용으로 결말을 맺는데, 관련 장면에선 양복을 쫙 빼입은 남성이 등장하고 차량 뒤에 붙은 ‘BABY ON BOARD’ 스티커가 비춰진다. ⓒ유튜브 영상

 

선생님이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허탈함과 씁쓸함을 내비친다. ⓒ유튜브 영상
선생님이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허탈함과 씁쓸함을 내비친다.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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