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리 갑순이’ 중 한 장면. 갑돌(송재림 분)이 헤어지자는 갑순(김소은 분)을 벽에 밀치고 키스하는 장면이 데이트 폭력 논란을 빚었다. ⓒSBS TV 캡처
드라마 ‘우리 갑순이’ 중 한 장면. 갑돌(송재림 분)이 헤어지자는 갑순(김소은 분)을 벽에 밀치고 키스하는 장면이 데이트 폭력 논란을 빚었다. ⓒSBS TV 캡처

드라마에서 나이 지긋한 여성이 젊은 여성의 얼굴에 물을 끼얹으며 “왜 하필이면 내 아들이야. 재산보고 반반한 얼굴로 꼬리친 거지?”라고 소리지른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격정을 표하기 위해 자동차 유리창을 부수고, 상대방을 벽이나 침대에 밀어 붙인다. 짧고 민망한 의상을 입은 아이돌이 선정적인 몸동작을 하고, 상대방의 외모를 폄하하며 웃음거리로 삼는다.

이 모든 장면은 매우 익숙하지만 폭력적이고 성차별적이다. 이런 장면에 수시로 노출된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연인에게 마음대로 추측하고 폭언하거나, 누군가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행동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삶이 성평등한 사회가 되기를 원한다면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성차별과 성폭력을 없애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의식 있는 기관이나 개인은 매체를 모니터하고 문제점을 분석하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모니터 결과의 수용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막장과 선정성과 외모주의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한 미디어는 그것을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중매체 모니터를 강화할 뿐 아니라 미디어 교육을 하는 것이 대안이다. 미디어는 우리 일상의 의식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교육은 미디어가 갖고 있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시민이 되도록 하고, 스스로 미디어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미디어의 긍정과 부정, 판단 기준에는 반드시 젠더가 들어간다. 젠더의 관점에서 삐딱하게 보는 눈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 같은 미디어 교육을 통해 우리의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성평등에 대해서도 새로운 대안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성평등 지수가 낮은데도 역차별 사회 운운하는 것은 대중문화로부터 비롯된 왜곡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미디어를 분석하고 교육하는 과정을 통해 성평등의 새로운 대안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게 만들어야 하겠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목을 아무렇게나 잡아쥐는 것 말고 “손 잡아도 될까”라고 묻는 모습이 엄청나게 매력적인 데이트 장면이 일상에서 자리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막장이 상업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존중과 배려가 재미의 뼈대가 되는 대중문화의 르네상스가 열리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