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겪기 쉬운 여성 구직자들

고액 연봉보다 ‘일과 삶 균형’ 추구

스타트업 입장서도 워라밸 제도는

젊고 유능한 인재 영입 위한 전략

 

출산·육아 과정에서 경력단절을 겪기 쉬운 여성 구직자들 사이에서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 이하 워라밸)를 찾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결혼과 함께 퇴사한 안주영(26)씨는 “첫 직장을 구할 땐 급여조건을 가장 우선시했지만 출산을 준비 중인 지금은 돈보다도 추가근무 없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등 탄력근무제나 일정 기간 근무 후 리프레시(재충전)제도를 시행하는 스타트업은 독특한 사내복지로 안씨와 같은 구직자들에게 호응이 뜨겁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출산·육아 과정에서 경력단절을 겪기 쉬운 여성뿐 아니라 요즘 젊은 구직자층은 일에만 얽매여 살기보단 개인의 취미생활도 함께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므로 워라밸 기업을 찾는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고액 연봉을 주는 기업보다 연봉은 평균수준이더라도 야근이 적은 기업을 택한 응답자 비율이 절반 이상인 65.5%였다. 뒤이어 연봉이 낮아도 야근 없는 기업이 22.8%로 2위에 올랐다. 연봉은 높지만 야근이 잦은 기업을 선택한 비율은 11.8%에 그쳤다.

워라밸 제도는 기업 입장에서도 젊고 유능한 인재 영입을 위한 전략으로 사용된다.

실제로 서울시 중소기업 지원기관 SBA(서울산업진흥원)가 꼽은 ‘서울시 일자리 우수 강소기업’ 17곳은 고용창출 등 일자리성장성과 복지가 뛰어나 평균 고용성장률이 29%에 육박했다. 최근 조선·IT·해운 등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영향으로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주목되는 수치다.

신정훈 서울산업진흥원 강소기업팀장은 “스타트업 중 다수가 신생 소기업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생활을 존중하는 조직문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일·가정 양립 실천 등 복지정책을 내세워 고용성장률을 높이고 있다”며 “특히 여성 구직자들로부터 좋은 기업문화를 가진 스타트업과 강소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등 O2O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워라밸 제도 시행으로 2016년 여성가족부 가족친화인증을 받았다. 가족친화인증은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기관에 대해 여성가족부 장관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우아한 형제들은 주 4.5일 근무제(월요일 오후 출근), 임신기 자율선택 근무, 본인과 배우자·자녀·양가 부모님의 생일 등에 조기 퇴근을 보장하는 ‘지만가(지금 만나러 갑니다)’ 제도 등으로 가족친화 중시 경영을 펼쳐오고 있다.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 ‘야놀자’는 모든 직원의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구내식당에서는 삼시 세끼를 모두 다 제공하고 샤워실과 수면실도 운영하고 있다. 명절수당을 비롯해 건강검진비, 교육비, 도서구매비 지원 등의 복리후생도 갖췄다. 야놀자는 2014년 포춘코리아와 잡플래닛으로부터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됐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워라밸 제도는 장기적으로 기업 생산성과 창의성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그는 “창의적이고 차별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시장 상황에서는 생산성·창의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근무시간만 두고 생각하더라도 야근 없이 주어진 근무시간에 맞춰 열심히 일하게 하는 구조가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고 이는 당연히 기업 성장과 매출, 장기적 지속성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대기업에서도 부서 집단 성과를 측정할 때 육아 휴직자가 배치되는 부서에 가점을 주는 등 기업 차원에서 워라밸 제도를 확산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워라밸 제도가 장기적인 기업성장과 인재유치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경영자의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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