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선 토론회’ 개최

“남녀동등권과 성평등권 빠지면 반쪽짜리 개헌”

“지금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 적기”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선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선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8일 국회에서 열린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선 토론회’는 지지부진한 법개정안 논의를 매듭짓고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여성계가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남인순)와 한국여성의정이 마련한 이번 토론회에서 정당·시민단체·학계·언론계 대표들은 법 개정의 당위성은 이미 충분하며 이젠 행동에 옮겨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올해 대통령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최근 본격화된 헌법 개정 논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이 정치관계법 개정의 적기”라며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사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거대 양당의 당리당략 때문에 개정이 무산됐는데 이제 다당제 체제에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표출된 촛불민심이 평등·생활·성평등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방향’ 발제를 맡은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여성의 대표성 확대 논의는 ‘오래된 미래’라며 이제는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논의된 헌법 및 현행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의 문제와 개선 방향을 정리해 발표했다.

김 소장은 헌법 개정안에는 남녀동등권과 비례대표제/국회의원 정수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관계법 개정 방향으로는 △국회의원 정수 및 지방의회 의원 정수 확대 △지역구 30% 여성할당제 의무화 및 강제이행조치 도입 △무배우자 후보의 선거운동 확대 △지방의회 선거에서 투표용지 게재 순위 △공직후보자 여성추천보조금제도 개선 △여성 가산점 부여 당내 경선 효력 명문화 △여성정치발전기금 용도 제한 △정당의 책무와 그 의무이행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법 개정의 의미를 역설했다. “법은 윤리의 최소화가 아니라 이제는 법이 윤리를 만드는 것 같다”면서 “지역구 30% 여성 공천 의무화, 비례 강제조치가 적극적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정신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개헌 논의할 때 두 가지 결의사항을 반드시 통과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정치발전비 대부분을 인건비로 지출해 논란이 된 것과 관련, 이음재 새누리당 중앙여성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여성 당직자의 증가로 인해 여성정치발전비의 대다수를 인건비가 차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각 당의 결정권을 가진 지도부나 사무총장급 당직자가 토론회에 참석해 개선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미정 국민의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류은숙 정의당 여성위원장도 정당 내 여성 정치 참여 확대에 관한 활동이 어려운 현실을 설명하고 개선 방안을 소개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남인순)과 한국여성의정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춘숙 의원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남인순)과 한국여성의정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춘숙 의원실

전문가들은 정치관계법의 강제조항 법제화에 적극 동의하면서 성평등한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외국의 개헌 사례를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장이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프랑스는 2000년에 헌법 개정 후 정치관계법을 개정해 남녀동수제를 도입했듯이, 우리도 성평등을 담은 헌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정당 내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지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10만명인 YWCA 회원과 여성단체가 힘을 합해 정당 내 여성조직과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에 여성단체가 참여해 성평등 강조를 당부했다. 특히 여성 정치 대표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서 스웨덴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지방선거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평등 관한 여러 가지 착각이 존재한다며 이 문제를 정치권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회 개헌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6명 중 여성 의원은 2명뿐인 5.5%라고 회의 때 말했더니 의원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성평등한 헌법이 필요한 단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정문자 이사는 “헌법 개정에 남녀동등권과 성평등권이 들어가지 않으면 반쪽짜리 개헌일뿐”이라며 여성단체의 국회 개헌특위 참여 주장에 힘을 보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 정치 인재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방림 한국여성정치연맹 총재는 정당 차원에서 여성 정치 예비후보군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여성정치발전비 운용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밑에서부터 성장한 인재가 아니라 엘리트 여성, 슈퍼우먼이 횡으로 치고 들어와서 정치를 하기 때문에 사람을 키운다는 의식이 없다”고 일부 여성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했다.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도 여성의 정치권 진입 확대 방안을 제안했다. “여성이 국회의원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지방자치단체장(광역시·도 및 기초)”이라며 “자치단체장들은 부단체장을 러닝메이트로 지정해 선거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영옥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여성 정치와 관련해 과거보다 오히려 더 퇴색한 점은 여성 정치 후보자 육성이라고 지적했다. 1980년대에는 인재 발굴을 위한 교육을 활발히 해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정치발전기금이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효선 여성신문사 대표이사는 성평등 의회 개정안의 모범답안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반복하는 논의는 의미가 없다며 “마스터베이션 테이블을 치우자”고 말했다. 이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새로운 방식으로 얘기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으로 인해 여성 리더십에 생긴 오염에 주목하고 치유해야 한다”며 “디톡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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