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뉴욕 같은

세계 대도시들처럼

물가도 비싼데,

시급이 왜 이렇게 낮지?

서울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부터 홍대 근처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유럽에서 돈을 너무 팍팍 써서 빨리 돈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엄마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 알바 자리가 있다기에 감사히 출근했다. 출근 첫 날 10시간, 그 다음날 9시간 그리고 다다음날 7시간 일했다. 1분도 서서 쉴 시간 없이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적응했다. 한국 시급이 5000원선이라고 들었기에 시급이 6200원이라고 했을 때 큰 불만도 없었다.

베를린에서 친구들이 “한국 시급이 얼마냐?”고 물었었다. 한국에는 팁 문화도 없고, 시급도 굉장히 적다고 말했다.

“아~ 그럼 서울은 물가도 싼 거야?”

“어… 아닌데… 서울 꽤 비싼데….”

친구들이 서울 물가에 대해 묻자 나도 갸우뚱했다. “서울은 뉴욕 같은 세계 대도시들처럼 물가도 비싼데, 시급이 왜 이렇게 낮지?” 미스터리에 대해 궁리하다 서울에선 많은 사람들이 취직한다는 걸 떠올렸다.

속상했다. 서울에선 대기업이나 회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슬픈 현실로 느껴졌다. 26시간 일하고 나서 16만1200원을 받았다. 일주일에 50시간 일한다면 한 달에 124만원. 이 돈으로 월세 내고 생활비 쓰며 잘 살 수 있을까? 알바하러 갈 때 지하철 1300원. 알바 시작하기 전 아이스 커피 3500원. 하루 일 시작하기 전에 한 시간 시급을 벌써 써버린다.

서울보다 물가가 비싼 뉴욕에서도 알바 하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서는 팁 문화가 있어서 카페, 레스토랑에서 일해도 웬만한 돈을 벌 수 있다. 어느 친구는 여름에 치즈 가게에서 파트 타임 일을 했는데 ‘치즈 맛보기’ 서비스를 하면서 팁을 잘 받는 날엔 하루에 200불을 벌었다. 내가 홍대 알바 26시간한 것 보다 많은 돈! 어느 레스토랑 겸 카페에선 시급과 팁을 합하면 1시간 당 25불 정도 벌 수 있다고 했다. 하루에 8시간 일하고, 일주일에 4번 일한다고 치면, 한 달에 3000불을 벌 수 있다. 독립한 젊은 사람은 저금하면서 살 순 없지만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돈이다.

지난 여름 베를린에서 어떤 커플을 만났다. 둘은 좋은 동네에서 넓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남자는 샌드위치 가게, 여자는 카페에서 알바로 일하고 있었다. 둘은 귀여운 강아지도 입양했다. “부모님 도움을 받는 건가?” 의심도 살짝 갔지만 부러웠다. 적당히 알바하고, 큰 욕심 없이, 쉬는 시간도 적당히 있고, 개인적인 일할 시간도 있고.

취직한 사람들은 회사가 인생을 지배하는 것 같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고, 더 좋은 자리로 승진하려고 모든 에너지를 회사에 넣어야 한다. 엄마가 서울에서 거의 20년 직장생활할 때를 뒤돌아 보면 내 기억 속의 엄마는 항상 회사 안에 있거나 회사 밖에선 힘들어 지쳐 있는 모습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버는 일은 우리의 아이덴티티와 인생에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돈 버는 일 말고도 중요한 건 많다. 내가 사진 블로그를 만들고 싶을 수도, 유튜브 비디오를 만들고 싶을 수도, 친구들과 여유 있게 놀고 싶을 수도, 어른들은 자기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을 수도….

서울의 6000원 대 시급은 회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먹고 살 자격이 없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음악 만들고 싶어하는 나의 한국 친구는 카페에서 알바를 한다. 졸업 후 카페 알바로 먹고 살 수 없어서, 다른 일자리를 구하고 음악 만들 시간이 적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돈 버는 일은 우리 인생의 모든 것이 아니다. 해결책은 뭘까? 시급이올라가야 한다. 내 친구가 알바를 하면서 음악도 만들 수 있도록, 커피 한 잔 죄책감 없이 마실 수 있도록 시급을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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