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체포를 요구하며 분신을 시도한 정원스님(64)이 이틀 만에 숨졌다.

서울대병원은 고인이 9일 오후 7시40분 화상으로 인한 다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원스님은 지난 7일 밤 10시 30분쯤 11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잔디밭에서 자신의 몸에 휘발성 액체를 끼얹고 스스로 불을 붙였다. 스님이 분신한 자리에는 ‘한일 군사협정 비판, 박근혜 대통령은 내란사범, 즉각 물러나라.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이라고 적힌 스케치북이 발견됐다.

정원스님은 분신 직전인 오후 8시2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벗들이여 그동안 행복했소, 고마웠소. 고마운 마음 개별적으로 하지 못하오, 사랑하오, 민중이 승리하는, 촛불이 기필코 승리하기를 바라오”라며 “박근혜와 그 일당들을 반드시 몰아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 땅에 정의가 바로 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정원스님 분신항거 비상대책위원회는 "'소신공양으로 매국노 집단이 일어나는 기회를 끊고 촛불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는 스님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밝혔다.

정원스님은 1977년대 해인사로 출가했고 1980년 광주 학살에 저항하는 불교탄압 공동대책위 일원으로 활동했고 1987년 6월항쟁에도 참여했다. 1990년대부터는 소속된 종단이나 사찰 없이 활동했다. 지난해 1월 초에는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앞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며 정문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려고 시도했다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는 박영수 특검 앞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규명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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