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예전에는 빠른 인구 증가가 국가경쟁력의 장애요소였지만 이제는 인구 감소에 의한 노동력의 절대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당근 같지도 않은 당근’으로 유인하지만 그 미끼를 덥석 물 멍청한 물고기가 아니다, 우리는. 1%를 제외하고는 이 나라에서 아이 하나 키우고 가르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게다가 그렇게 키워봤자 그 아이의 삶이 장밋빛도 아닌 듯하니 아이 낳는 게 모험에 가깝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다 봉창 두드리듯 아이 더 낳으라고 푼돈 몇 푼 얹어주겠다고 꾄다. 참 같잖은 짓이다. 그렇다고 조롱이나 비판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기업은 인재를 모아 업무를 수행해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갈수록 전문화된 노동력과 경쟁력 있는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입사원 때부터 막대한 비용을 들여 투자하고 교육한다. 요즘은 남녀 구분 없이 입사하기 때문에 당연히 여직원들도 그런 투자와 교육을 받는다. 그러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여직원들이 예전처럼 허드렛일이나 하는, 그래서 업무가 고작 ‘커피 앤 카피’에 그쳐서 커리어(career)우먼이 아니라 말 그대로 ‘캐리어(carrier)우먼’이 되는 시절이 아니라 각자가 고급인력이다. 그리고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많은 여성들이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 투자비용을 회수할 정도의 시간과 커리어가 쌓이면 심각한 고민에 부딪힌다. 결혼을 하게 돼도 요즘은 경제적 이유와 자기실현 욕구 때문에 직장을 다닌다 해도 막상 출산 문제에 직면한다.

아이를 낳게 되면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직장은 포기하고 엄마로만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운 좋게 친정이나 시부모님이 가까이 살면 아이를 맡기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어린이집에 탁아하는 것이다. 어떤 선택도 마뜩찮다. 도대체 뻔히 예측되는 이 문제에 대해 지난 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나 몰라라 내빼고 있다 심각한 문제가 구체화되니 호들갑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방법이 있을까? 개인은 개인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고민하지만 뾰족한 답이 없는 듯하다. 그럴까?

예를 들어 20층쯤 되는 건물에 1000명이 근무한다 치자. 그 중 여직원이 200명이라 치고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있는 직원이 20∼30명이라 치자. 남직원의 경우도 가능하니 그쯤의 숫자는 채울 수 있다. 기업은 가능한 한 아웃소싱하는 형편에 탁아시설을 직접 운영하기 꺼린다. 그럼 공간을 마련해서 위탁하면 된다. 한 건물에 단일기업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 있다면 공동출자하면 된다. 그러면 아이와 함께 출퇴근할 수 있다. 교통이나 회식 등 소소한 변수야 있겠지만 아이를 맡길 시설이 직장 내에 있으면 불안도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생각을 바꾸면 삶이 바뀌고 세상이 변화한다. 당면한 문제라면 구체적인 해법을 찾아야지 기껏 한다는 게 출산 장려금이나 몇 푼 지급하는 따위의 미봉책이나 궁리해서야 되겠는가. 이미 육아는 엄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아빠의 몫이기도 하고 사회가 떠안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법을 실현해야 한다. 기업이 거기에 들여야 할 비용보다 기껏 투자하고 양성한 고급인력을 놓치는 비용이 훨씬 더 크다. 당장 지갑에서 나가는 돈만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아예 사업을 접는 게 낫다.

이제 막 은퇴해서 노년에 접어드는 부모들의 입장에서도 직장 다니는 딸이나 며느리가 맡기는 손자 손녀를 거절하는 게 곤혹스럽다. ‘황혼육아’의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 힘든 삶을, 의무의 삶을 마치고 권리의 삶을 겨우 맛보기 시작하는 분들이다. 전업맘도 워킹맘도 힘겹게 하는 ‘기승전-육아’의 ‘맘고리즘’에 빠져 방전되게 할 일이 아니다. 육아, 엄마만의 몫이 아니다. 사회의 몫이다. 구체적이고 섹시한 대안과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나도 곧 닥칠 ‘황혼육아’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게! 더 늦기 전에. 절벽이 바로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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