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마지막 수요시위에 시민 2000여명 모여

숨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하고 행진

민변,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진행

추미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치권도 참여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63차 정기 수요시위 2부 행사인 ‘한일 일본군‘위안부’합의 무효를 위한 시민행동’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63차 정기 수요시위 2부 행사인 ‘한일 일본군‘위안부’합의 무효를 위한 시민행동’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공식 사죄도 배상도 아닌 위로금만 받고 한·일 합의를 했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대통령을 믿은 게 우리의 불찰입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63차 정기 수요시위 2부 행사인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시민행동’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시력이 악화돼 앞을 거의 보지 못하는 김 할머니는 “박근혜 정부 들어 눈이 더 안 좋아졌다”며 시민들이 앉은 방향이 아닌 측면을 바라보고 발언을 시작했다. 시민들이 김 할머니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자 그제야 김 할머니는 시민들을 향해 몸을 돌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법적인 처벌을 받기 전엔 일본을 용서할 수 없다”며 “우리는 돈이 필요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할머니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민변) 소속 이상희 변호사는 “오늘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민변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 11명과 숨진 피해자 5명의 유족과 함께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앞서 세 번이나 일본 정부를 상대로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문제가 해결됐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소송 역시 쉽지 않겠지만 언론과 시민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도와준다면 일본 정부를 한국 법정에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합의 이후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1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것은 △불가역적·졸속적 합의 폐기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와 법적 배상이 담긴 재협상이었으나 한국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일본으로부터 위로금 10억엔을 받아 화해치유재단을 세우고 합의 이행을 강행했다.

 

이날 수요시위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올 한해 숨을 거둔 일곱 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날 수요시위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올 한해 숨을 거둔 일곱 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날 수요시위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올 한해 숨을 거둔 일곱 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이들은 돌아가신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꽃을 손에 들고 일본대사관 앞에서부터 외교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행진했다.

두 살배기 딸을 안고 수요시위에 참가한 이미선(34, 서울 강서구)씨는 “평소에도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었지만 한·일 합의 1년을 맞이한 의미 있는 오늘 목소리를 보태고 싶어 수요시위 현장에 나왔다”며 “2017년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정권 교체와 더불어 한·일 합의와 같은 문제들도 원상복구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역사동아리 ‘사다리’에서 활동하는 강명규(22, 서울 구로구)씨는 “24년 전 첫 수요시위가 시작됐는데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게 화가 나 수요시위 현장을 찾았다”며 “한·일 양국이 피해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정부 주도로 합의를 강행하고 국민에게 통보한 건데, 2017년에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63차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63차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정치권에서도 2016년 마지막 수요시위에 참가해 한·일 위안부 합의를 강력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표 국정교과서에는 위안부라는 용어도 사라지고 위안부 할머니의 사진조차 제거됐다”며 “심지어 박근혜 정부 2기를 맡은 황교안 권한대행 정부의 외교부는 일본을 향해서 한·일 정부 간에 맺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겠다고 한다. 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이고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했다. 박 시장은 “일본군위안부 관련 모든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2017년 시 예산을 편성했다”며 “할머니들이 정말 행복한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최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정의로운 해결 전국행동,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 평화비전국연대가 공동 주관한 이날 수요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2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한·일 합의 폐지와 박근혜 퇴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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