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미래를 이끌어 갈 여성 지도자상] 이혜진 전국금융산업노조 부위원장

여성할당·남성 육아휴직

단협 개정 운동 ‘주목’

“일하는 자리 내가 가겠다

쟁취 못한 것 없어 뿌듯”

 

이혜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노동운동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숭고하다”면서도 “실은 평생 이렇게 재밌는 일은 해본 적 없다. 음지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드러내서 살려주고 빛나게 해주는 보람이 크다”며 웃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혜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노동운동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숭고하다”면서도 “실은 평생 이렇게 재밌는 일은 해본 적 없다. 음지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드러내서 살려주고 빛나게 해주는 보람이 크다”며 웃었다. ⓒ이정실 사진기자

“미지상 수상 통보를 받고 ‘내가 받을만한가’ 고민했는데 노동운동가 선배가 그러더군요. 이혜진을 조명하는 상이라기보다 금융권 여성활동가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는 걸 사회에 알려야 한다고요.”

이혜진(42)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금융권 여성활동가들은 노동운동뿐 아니라 장애인차별 철폐 등 여성 특유의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끌어안는 활동에도 온힘을 쏟고 있다”며 “선후배들을 대표해 미지상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민망함이 덜했다”고 말했다.

22년 전 SC제일은행에 입행해 평범한 은행원으로 살던 그의 인생행로가 바뀐 것은 2011년이다. 그해 여름 SC제일은행 노조의 63일 속초 옥쇄파업에 참여하면서 노조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부위원장에 당선됐고, 한 차례 재선됐다. 2014년 금융노조 부위원장에 당선됐고, 한국노총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직도 겸하고 있다.

특히 금융노조 부위원장으로 벌인 단체협약 개정 운동이 주목된다. “여성할당제가 10년동안 제자리걸음인데 2017년까지 단계별로 30% 여성할당을 이뤄야 한다고 요구했지요. 결국은 매년 사용자와 조합이 별도로 점검해 여성관리자와 임원승진 비율을 점검 관리하는 선에서 단협이 개정됐어요.” 금융권 유리천장을 깨는 여성할당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자직원에게 인사고과 등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규정 신설도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제로’에 가까운 금융권 조직문화를 바꾸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노동운동 5년만에 ‘쌈닭’이란 별칭을 얻은 일화를 들려주며 “사리사욕을 위한 게 아니라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중 쟁취하지 못한 건 없다”고 뿌듯해 했다.

금융권 여성 비율은 절반이 훌쩍 넘는다. 노조원도 전체 10만명 중 여성이 5만1000여명에 달한다. 그런데도 56년 역사의 금융노조와 SC제일은행은 단 한 명도 여성위원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노조도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 조직문화가 뿌리 깊어요. 경영진이 남성 일색이고 고위직일수록 여성이 없는 조직문화가 노조에 투영돼 있는 거죠.”

이 부위원장은 “노동운동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숭고하다”면서도 “실은 평생 이렇게 재밌는 일은 해본 적 없다”며 웃었다. 음지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드러내서 살려주고 빛나게 해주는 보람이 크다. “일하는 자리는 이혜진이 가겠다”는 각오로 뛰는 탓에 초5 아들, 중2 딸은 가끔 뒷전으로 밀린다. 그가 앞으로 금융권 노조의 유리천장을 어떻게 깨나갈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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