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미래를 이끌어 갈 여성 지도자상] 페미니스트 배우 김꽃비

페미니스트 영화·영상인 모임 ‘찍는 페미’ 개설

“찍는 페미 활동 자체가 ‘페미니스트’ 선언”

 

배우 김꽃비가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배우 김꽃비가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영화계_성폭력_고발’ 해시태그 이후 업계 내 성차별 문제가 나아질 거란 희망이 보여요.”

여성신문사가 선정한 ‘2017 제15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이하 미지상) 수상자인 배우 김꽃비(31)씨는 영화계에 내일의 희망이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영화 ‘삼거리 극장’(감독 전계수)으로 데뷔한 김씨는 영화 ‘똥파리’(감독 양익준)로 2009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최고상, 라스팔마스국제영화제 남녀 주연상 등을 수상한 한국 독립영화계 대표 배우다. 동시에 ‘#나는_페미니스트다’ 해시태그 선언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씨는 직접 바이크를 몰고 나타났다. 그는 헬멧에 눌린 머리카락에도 개의치 않고 사진촬영에 응했다.

“배우로서 인터뷰하거나 공식 석상에 오를 때 얼마만큼 꾸미고 가야 하는가는 늘 고민하는 지점이죠. 인터뷰를 할 땐 내 직업이 연예인이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독자들이 불쾌해하지 않을 정도론 깔끔하게 하고 나오는 게 예의니까요.”

하지만 김씨는 “‘꾸밈’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성차별적”이라고 했다. “같은 시사회에 참석해도 남배우들은 거의 민낯에 평상복 차림으로 오지만 여배우들은 그러기 쉽지 않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배우 김꽃비가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배우 김꽃비가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김씨는 비슷한 고민을 품은 페미니스트 영화·영상인들과 함께 페이스북 그룹 ‘찍는 페미’를 개설했다. 김씨를 비롯해 박효선, 신희주 감독을 주축으로 지난 10월 결성된 찍는 페미는 12월 27일 현재 1438명이 참여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 12월 3일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 2012에서 열린 첫 모임엔 55명의 회원이 참석해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 논의했다. 이들은 2017년 영화잡지 『세컨드』와 함께 정기 상영회를 열고, 영화계 내 성폭력을 알리고 반대하는 캠페인 영상도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김씨는 “2016년엔 해시태그를 통한 성폭력 고발도 있었고 찍는 페미가 나오는 등 영화계 내 성차별을 타파할 계기가 마련된 한 해였다”며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하니 2017년 영화계에선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전국영화산업노조는 성희롱 예방교육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여성영화인모임은 2017년 사업으로 추진하는 성폭력피해자지원 상설기구를 통해 모든 성폭력 피해 영화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씨의 2017년 궁극적인 목표는 찍는 페미 회원 중 마음 맞는 이들과 모여 소모임 형식으로 ‘찍는 페미 프로덕션’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2017년에는 배우로서 상업적인 활동보다 찍는 페미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우리끼리 뭉쳐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하면서도 재미있는 페미니스트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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