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사업체를 운영하는 38세 여성입니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3년 전부터 규모는 작지만 기획사를 차려 일하고 있어요. 광고 인쇄물을 만들거나, 행사를 대행하는 일을 합니다. 상근직원도 있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감이 많이 줄어 사업운영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우리 업체 사정을 아는 한 거래처 사장님께서 제게 직원과 함께 자신의 회사로 들어와 관리자를 맡아달라고 제안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직원들의 월급날, 결제대금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과연 이 상태대로 버텨야 할까요? 사업을 접어야 할까요? 무엇을 결정하든 두렵고 망설여지기만 합니다. 도와주세요!

A. 창업을 결심했던 목표와 비전을 되새겨보세요

윤희씨는 지금, 창업 후 누구나 겪는다는 ‘죽음의 3년 고비’를 맞이하신 듯합니다. 크나 적으나 하나의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입장에서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감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무겁기만 합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 지금 윤희씨의 고민은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질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창업뿐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3년차의 고비가 찾아온다고 하지 않던가요? 저는 이번 기회에 윤희씨가 창업에 나섰던 이유와 비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창업을 결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만나온 다양한 사례들을 크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그 아이템에서 사업성을 본 경우입니다. 직장생활보다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또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며 일하고 싶은 경우겠지요. 두 번째는 나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일반 회사에서 그 꿈을 실현하기 어려운 경우는 자신의 회사를 차려 독립하기도 하지요. 마지막으로, 업무의 성향이나 개인적 가치관이 조직생활보다는 내 조직에서 독립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창업이 어느 한 가지 이유만으로 결심하고 이뤄지는 일을 아닙니다만, 어떤 이유가 가장 큰 동기가 되었느냐에 따라 이 고민에 답을 찾아가는 길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윤희씨는 어떤 이유에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는지요?

만약 첫 번째 이유가 원인이라면, 지금은 잠시 쉬어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추진하려는 사업에서 이익을 얻지 못하고, 직원들에게 고정적인 수익과 커리어를 보장해주기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판단했던 것들이 틀렸을 수도 있고, 나만의 강점을 살리기에 뭔가 부족한 점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거래처로부터의 제안도 받으셨다고 하니, 오히려 지금까지 스스로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 배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많은 성공한 기업가들이 수차례 실패했던 자신의 경험을 오히려 소중한 자산으로 삼는 경우를 봅니다. 또한 직장생활의 경험을 ‘배우고 경험하는 시절’로 여긴다면, CEO로서의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지요. 좀 더 큰 기업에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며 일하다,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자신이 생겼을 때 다시 도전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단, 윤희씨가 사업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만 잊지 않는다면요.

하지만 두 번째나 세 번째 이유로 창업했다면, 저는 좀 더 버텨보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윤희씨가 생각했던 일이 있고, 그 일을 위해 창업을 결심한 경우라면 지금 사업을 접는다고 해도 또 언젠가는 이 시기를 겪고, 넘어야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은 당분간 조직의 규모를 줄이더라도, 허리를 졸라매고 우리 회사만의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조직의 앞날을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외부에 경영 컨설팅을 의뢰하거나, 조직진단을 받아보세요. 사업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혹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지원 사업을 통해 임대료를 줄이거나, 자금이나 판로 등을 지원받는 방법을 알아보세요. 중소기업청이나 소상공인지원센터, 지자체의 창업지원센터 등에서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여성경제인협회에서도 여성기업가를 위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특히 여성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면 주어지는 혜택이나 지원도 있으니, 그런 정보들을 꼼꼼히 챙겨두는 것도 유용할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윤희씨 스스로 처음의 뜻과 목표를 잃지 않고, 사업방향을 그려나가는 겁니다.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 끊임없이 되짚으면서, 경로를 수정해가더라도 꾸준히 나아가세요. 때로는 돌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걸음이 느려지기도 하겠지만, 언젠가는 윤희씨가 원하는 그곳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사업의 성패에 너무 고심하지 마세요. 30대 여성으로서 창업해 본 경험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윤희씨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끊임없이 샘솟는 에너지 원천이 될 겁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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