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새 앨범 ‘레모네이드’> ‘블랙 페미니즘’, 가가는 오스카서 성폭행 고백

정치, 스포츠 등 분야별로 돋보인 여성들의 활약

“침묵은 그만” 집단 행동으로 일으킨 여성의 목소리

 

2016년 가장 큰 활약을 보인 여성 정치 리더인 힐러리 클린턴(왼쪽)과 테레사 메이. ⓒhillaryclinton.com / 뉴시스·여성신문
2016년 가장 큰 활약을 보인 여성 정치 리더인 힐러리 클린턴(왼쪽)과 테레사 메이. ⓒhillaryclinton.com / 뉴시스·여성신문

유엔의 새로운 개발목표인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시행 원연인 2016년은 여성인권과 양성평등을 위한 새로운 시작을 알린 한 해였다. 기대를 모았던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여성 유엔사무총장의 탄생은 실패로 돌아가 양성평등의 한계를 실감했지만 세계 곳곳에서 여성 정치 지도자가 탄생하며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또한 여성 인권과 양성평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집단 시위가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활발하게 전개되며 세계 여성들의 새로운 연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해이기도 했다.

2016년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은 여성이슈를 정리해본다.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도전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은 실패했지만 주요 당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도전은 올 한해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슈였다. 결과적으로는 패배했지만 전체 득표수에서는 앞서는 선전을 보여줬고 가장 거대한 ‘유리천장’을 깨는 데는 실패했지만 큰 금이 갈 정도로 뒤흔든 것은 분명하다. 그는 대선 패배 후 공식연설에서 “언젠가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깨길 바란다”며 소녀들에게 “계속 꿈을 추구하며 성취하라”는 응원으로 감동을 줬다.

한편 대선과 함께 실시된 총선에선 유색인종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상원에서 4명의 유색인종 여성의원이 탄생했을 뿐만 아니라 소말리아 난민 출신 여성이 하원의원에 당선되는 등 미 의회의 다양성이 한 단계 성장을 기록했다.

유럽정치는 여성민주주의 물결

지난 7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로 혼란에 빠진 영국을 수습하기 위한 새 총리에 테레사 메이가 당선되면서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두 번째 여성총리가 탄생했다. 메이 총리와 함께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유럽정치를 이끄는 새로운 여성민주주의, ‘페모크라티’(Femokratie)라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 독일 쾰른,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체코 프라하 등 최근 몇 년간 주요 도시에서 연이어 여성시장이 당선됐고 올해에도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 이탈리아의 로마와 토리노 등 4명의 여성 시장이 탄생하는 등 여성 민주주의는 지방정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임자들의 부패 스캔들 이후 여성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선된 도쿄, 로마 등의 사례로 볼 때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부패 없는 깨끗한 정치를 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이 여성 정치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레이디 가가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축하공연을 벌이고 있다. ⓒoscar.go.com
레이디 가가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축하공연을 벌이고 있다. ⓒoscar.go.com

비욘세, 가가 등 스타들의 페미니즘

지난 4월 비욘세는 블랙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앨범 ‘레모네이드’를 발표했다. 말콤X의 발언으로 시작하는 장편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발표된 이 앨범은 ‘블랙 페미니즘의 혁명적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고 슈퍼볼 경기 하프타임 공연에선 흑인 인권문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또 다른 여성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대학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의 주제가 ‘틸 잇 해픈스 투유’를 발표하고 과거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또한 아카데미 시상식 축하무대에서 성폭행 피해자 50명과 함께 한 퍼포먼스로 큰 감동과 강력한 메시지를 선사했다.

이 밖에도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은 허핑턴포스트에 보낸 공개편지에서 여성 연예인의 외모와 사생활에 집착하는 미디어를 비판했고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질 솔로웨이는 수상소감에서 “가부장제를 무너뜨리자”고 하는 등 여성 스타들의 페미니즘 발언도 화제를 모았다.

폴란드 ‘검은 월요일’ 등 여성 집단 시위

국내에서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가 ‘최순실 게이트’를 밝혀내는 도화선이 된 것처럼 2016년은 전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의 집단 항의 시위가 화제가 됐다. 지난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정부의 전면적 낙태금지법에 항의하는 수만 명의 여성들이 검은 옷을 입고 파업 시위를 벌였다. 독일과 영국, 벨기에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폴란드 여성들의 ‘검은 월요일’을 지지하는 연대시위가 열렸고 결국 폴란드 정부는 추진 중이던 낙태법의 철회를 발표했다.

폴란드에 이어 아르헨티나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는 ‘검은 수요일’ 시위가 열려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의 물결이 거리를 뒤덮었고 멕시코, 볼리비아, 칠레, 파라과이 등 남미 주변국으로 확산됐다. 또한 10월 24일 아이슬란드를 시작으로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여성들은 각 나라의 ‘이퀄 페이데이’에 일제히 일손을 놓고 남녀 간 임금차별에 항의하는 파업 시위를 전개했다. 이와 같은 각국 여성들의 집단 시위는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됐으며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연대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

 

브라질에서 새 삶을 찾은 시리아 난민 소녀 하난 칼레드 다카흐가 리우 올림픽 브라질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 화제를 모았다. ⓒRio 2016/André Mourao
브라질에서 새 삶을 찾은 시리아 난민 소녀 하난 칼레드 다카흐가 리우 올림픽 브라질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 화제를 모았다. ⓒRio 2016/André Mourao

‘성평등올림픽’ 새 역사 쓴 리우올림픽

지난 8월 브라질에서 개최된 리우올림픽은 성평등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간 올림픽으로 기록됐다. 참가선수 1만1444명 중 여성은 5175명(약 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 종목에 여성이 참가하고 모든 참가국 선수 명단에 여성이 포함된 첫 올림픽이었다. IOC의 ‘트랜스젠더 선수 참가 자격 완화’ 지침에 따라 43명의 LGBT 선수도 참가했다.

특히 종합1위를 차지한 미국 선수단의 경우 ‘여성들의 승리’로 일컬어질 만큼 여성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특히 첫 참가에서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19세의 흑인 여성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는 미국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고 안티 무슬림 정서가 가득한 가운데 히잡을 쓰고 펜싱경기에 출전한 이브티하즈 무하마드의 동메달 획득은 전 세계 무슬림 여성들에게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성 선수에 대한 외모 평가, 남성과의 비교, 메달리스트 본인보다 남편의 이름 언급 등 미디어의 성차별 보도는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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