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6년 병신년은 저물어가고 있다. 촛불은 세밑을 맞아서도 여전히 밤을 밝히고 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기지 못함을 역사로 생생히 써 내려가고 있다.

비록 촛불의 온기는 약하지만 그래도 많이 모이면 훈훈해진다. 100만명이 모인 광화문의 온도가 3도 가까이 올라감은 바로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어깨 맞대어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웃고, 울고, 함성 지르고, 노래 부르며 살아야 하는 게 사람 사는 일일 거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싱글공화국이 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싱글로 살아가고 있는 1인 가구 중에는 미혼 가구가 5년 전보다 44만3000명이나 증가해 228만6000명(43.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인 가구로 사별 인구 145만1000명(27.9%)과 이혼 인구 84만5000명(16.2%) 순으로 조사됐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모든 연령대에서 미혼 인구 비율이 늘었지만, 특히 30대가 7.1%포인트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30대 미혼 인구 비율은 2000년 13.4%에서 2015년 36.3%로 15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해 30대 청년 10명 중 4명 정도가 미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여성 미혼 비율은 28.1%로 5년 동안 7.7% 포인트 증가한 반면 30대 남성 미혼 비율은 5년 동안 6.3%포인트 증가한 44.2%로 나타났다. 30대 남성의 미혼이 44.2%로 여성 28.1%보다 무려 16.1%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남성 중 절반 가까이, 여성은 10명 중 3명 정도가 결혼을 못하거나 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30대에서 미혼 인구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한 이유는 만혼 경향과 가치관의 변화 등을 들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제문제가 결혼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 미혼 비율이 높은 것은 출생 성비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많고, 보통 남성이 2~4살 어린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음을 고려해 볼 때 혼인 적령기의 여성 인구가 감소한 탓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도 전국 출산력 조사’ 결과를 보면, 30세 이상 미혼남녀가 결혼하지 않은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 문제, 여성은 눈높이 문제로 나타났다. 미혼남녀 839명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남성은 ‘소득이 낮아서’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 ‘결혼생활 비용 부담이 커서’ ‘고용상태가 불안해서’ ‘결혼비용이 마련되지 않아서’ 등 경제적 이유를 댄 응답자 수가 40%를 넘었다. 반면 여성은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해지고 싶어서’ 등이 많았다. 이는 결혼환경은 변화하는데 가부장적 가족문화나 직장환경은 아직 전통적인 관행을 유지하고 있어 여성 결혼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혼장벽은 저출산을 가속시키고, 결국 심각한 노동력 공백을 초래해 국가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년층의 고용불안정, 주거비용 부담, 육아부담 등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국가 차원의 개입이 중요하다. 양성평등적인 가족문화와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의 조성 등 사회 차원의 노력도 절실하다. 특히 파격적인 보육비용 지원, 육아휴직 강제 시행, 육아휴직 시 대체인력 지원, 비정규직을 위한 육아 지원 방안 등 육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

광화문 촛불의 궁극적인 방향은 무엇보다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근간이 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뼈대를 우리 모두 함께 세우는 일이다. 그래서 촛불을 든 남녀 젊은이들의 모습은 너무 든든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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