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성별’ 고려 않고 이식하면 치명적일 수도”
“줄기세포 ‘성별’ 고려 않고 이식하면 치명적일 수도”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6.12.20 16:58
  • 수정 2016-12-22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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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성별’ 중요 실험변수로

유럽·미국은 연구 기획부터

성별·젠더 고려하도록 명시

과학기술 경쟁력 갖추려면

‘젠더혁신’ 로드맵 짜야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 젠더혁신 정책방향 국회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 젠더혁신 정책방향 국회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젠더혁신’ 지원 정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과학기술기본법 등 법과 제도에 젠더혁신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학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국가 과학기술 중점기술에 우선 적용하고 연구비 예산에도 반영하는 등 한국 과학기술 생태계에 맞는 젠더혁신 로드맵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여성과총)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 젠더혁신 정책방향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새누리당 이은권·윤상현, 더불어민주당 변재일·문미옥,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성(sex)와 젠더(gender) 분석을 의무화하는 국제사회 추세에 맞춰 국내 과학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정부의 정책지원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엔 신상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도 참석해 젠더혁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숙경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젠더혁신연구, 어떻게 해야 하나’ 기조강연에서 “동일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세포에도 성별이 있다”면서 “세포의 성별을 고려해 사용하지 않으면 실험에 사용된 세포의 성별과 같은 성별을 갖는 환자는 인구의 절반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수컷과 암컷 세포, 조직, 동물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사실과는 다르게 편중된 결과와 정보를 얻게 된다”며 “기초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가 환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실험에서 성별 균형을 맞추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노르웨이 과학자와 호주 과학자들이 수행한 골수줄기세포 이식 공동연구 결과를 꼽을 수 있다. 골수줄기세포 생쥐 실험에서 어떤 때는 성공적 결과를 얻고, 어떤 때는 이식받은 생쥐가 모두 죽었는데, 연구진은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연구자들이 젠더혁신 강의를 들은 후 데이터를 성별로 분석하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실험에 사용된 골수줄기세포는 모두 암컷이었다. 골수줄기세포 이식이 암·수 생쥐에게 모두 이뤄지면서 수컷 생쥐만 죽은 것이다. 이 교수는 “이 결과는 성별을 고려하지 않은 줄기세포 이식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젠더혁신이 비단 여성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준다.

문제는 연구자가 성별을 구분해 실험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고, 인식하더라도 연구자가 세포의 성별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세포를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 조차 세포의 성별 표시를 안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교수는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에는 성별 표기를 의무화하고 성별 확인이 손쉬운 활용법도 연구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성별을 구분해 관리하려면 연구비가 늘고 인력 보충도 필요하지만 연구가 수월해지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중요한 연구지원 프로그램의 연구계획서에는 반드시 젠더를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대규모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Horizon) 2020’에서 연구자들이 젠더를 어떻게 고려해 연구할 것인가를 명시하도록 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은 동물과 조직을 사용하는 모든 실험에서 성별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이혜숙 여성과총 젠더혁신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젠더혁신을 위한 과제지원이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적정한 연구비 지원과 함꼐 국가 차원의 법·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과학기술기본법 등에 젠더혁신을 반영하고 모든 연구지원 기관에서 젠더혁신 지원정책을 공표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제안서 평가에도 반영하는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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