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표현하는 ‘그들만의’방식

샐리 포터, 캐슬린 비글로우, 마린 고리스, 제인 캠피온, 이정향. 각각 다른 개성과 스타일을 가진 여성감독들이다. 물론 캐슬린 비글로우 같은 지극히 남성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감독도 있지만 이들의 작품 속엔 특유의 여성성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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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샐리 포터의 <탱고 레슨>은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감독 샐리가 자료조사차 들른 파리에서 파블로라는 댄서를 만나 탱고를 배우면서 이를 매개로 죽음과 신, 에로티시즘을 탐구한다는 내용이다.

감독은 앵글로 색슨과 라틴 아메리카, 남과 여, 보는 사람과 보이는 사람 등의 반대항들은 탱고처럼 밀고 당기는 역학관계 속에서 이해할 때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마린 고리스의 <안토니아스 라인>은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모계가족의 일대기를 유쾌하게 묘사한 수작이다. 마린 고리스를 널리 알린 <침묵에 관한 의문>이 너무나 교과서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데 반해 이 작품은 가족 구성원의 독특한 캐릭터 묘사와 유럽의 아름다운 풍광을 잘 담아낸 수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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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옆 동물원>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 감독 못지않은 스케일을 보여준 캐슬린 비글로우. 그의 작품은 심연같은 푸르름이 전편을 감싸는 것이 특징. 여자 경찰관 메건 터너의 일상과 삶을 보여준 <블루스틸>은 할리우드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여성 경찰관의 섬세한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이제는 매니아 버전으로 빠져 비디오 가게에서 대여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 감독이 정 궁금하다면 <폭풍 속으로>를 빌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호주의 여성감독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를 못보았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감독이 만삭의 몸으로 담아낸 소통과 사랑에 대한 따뜻한 진실이 있다. 오직 피아노를 통해서만 세상과 교우하는 벙어리 아다와 사랑의 힘으로 그녀 내면의 문을 열게 한 벤즈의 이야기다. 초반 도입부 영상은 미학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줘 또다른 영화보기의 기쁨을 준다.

이정향의 <미술관 옆 동물원>은 귀여운 여자 춘희와 또 귀여운 남자 철수의 잔잔한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 꾹 눌린 두루마리 휴지의 사랑스런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예쁜 영화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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