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관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지난해 ‘메갈리아’ 등장 이후 일상의 차별과 폭력에 대한 경험을 고발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관심은 페미니즘으로 이어졌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생존 문제다. 여성들은 애도와 분노를 담은 포스트잇으로 강남역을 물들였고, ‘티셔츠’ 한 장 때문에 교체된 성우를 위해 여성들이 연대해 시위에 나섰으며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 운동에 뛰어들었다. 촛불 정국 속에선 대통령 퇴진과 함께 광장의 여성혐오를 비판하며 젠더 민주주의를 외쳤다. 세상의 변화를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2017년 한국 사회는 어떤 응답을 할 것인가. 올 한 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16장면을 모아봤다.

 

성우 김자연씨가 7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 사진. ⓒ김자연 트위터 캡처
성우 김자연씨가 7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 사진. ⓒ김자연 트위터 캡처

7월 18일 게임회사 넥슨의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의 티셔츠를 입은 인증샷을 트위터에 게시해 논란이 일자 넥슨은 이튿날 서둘러 성우를 교체했다. 해당 티셔츠는 메갈리아가 페이스북과의 소송 진행을 위한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여자들은 왕자가 필요없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문구가 쓰여졌다.

그러자 넥슨 측의 성우 교체 결정이 이례적으로 신속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과거 미성년자 성희롱 논란이 있었던 ‘메이플스토리2’의 성우의 경우 교체 결정까지 일주일이 걸린 바 있다. 22일에는 메갈리아 회원들과 넥슨 이용자들은 넥슨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성우 교체 사건은 시사주간지 시사인 절독 사태로도 번졌다. 시사인은 ‘분노한 남자들’, ‘정의의 파수꾼들?’ 등의 제목으로 기획 보도를 하면서 나무위키의 메갈리아 항목을 분석해 남성들의 집단심성을 분석한 글을 비롯해 여성 문제에 관한 기사를 중점적으로 실었다. 시사인은 티셔츠 인증사태 이후 온라인 공간에 분노한 남자들이 대규모로 쏟아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사인이 메갈의 편에 섰다”는 비난과 함께 구독을 중단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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