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이 여전히 성희롱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온라인 강의에  치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지난 6~9월 산하 단체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효과를 개선하려면 형식적 교육을 지양하고 제대로 된 교육방법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일터 성폭력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신 교수는 주제발제자로 나서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개선 과제를 발표했다.

신 교수는 “동영상 자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면 교육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동영상 자료가 전체 강의에서 10분 안팎만 활용하고 강사의 직접 강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신 교수는 “현재 확대되는 사이버 강의는 실효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내용과 강사진에서 사업장의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신 교수는 “현재 성희롱 예방교육은 사업장 특징과 성희롱 발생 사건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각 사업체의 현실에 적합한 성희롱 예방교육 내용을 구성하고 강사진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지식 전달중심의 교육을 피하고 실제 사건 발생 시 대응 절차를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건의 접수, 조사와 처리 절차, 피해자 상담과 보호, 가해자 처벌 등 전 과정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현재 성희롱 예방교육은 개념 설명과 기본 사례 소개 정도에 그쳐 조직의 실질적인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2차 피해를 막고 고객에 의한 성희롱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성희롱 예방교육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결과 비정규직, 협력업체 직원 등은 성희롱 예방교육에서 제외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야말로 성희롱 피해의 위험이 가장 큰 집단”이라며 “이들이 예방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이 필요하고, 교육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예방교육과 사후 처리의 책임을 지닌 주체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교수는 “성희롱 고충상담기구, 노동조합, 사업장 내 주관부서 책임자의 성희롱 예방과 처리를 위한 의지와 능력·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응절차를 수립하고 이를 명시화해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외부 강사 양성 체계, 여성단체 등 관련 기관과의 유기적 협력체계도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등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주관하는 정부부처는 성희롱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이나 업무 현장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하고 개선책도 세울 필요가 있다. 신 교수는 “이번 조사결과 병원이나 건설현장, 톨게이트 근무 노동자들은 성희롱의 빈도나 양상에서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이런 분야에 대한 엄밀한 조사를 통해 성희롱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처리와 감독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도적으로 명시된 명예고용평등감독관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가령 여성노동자가 일정 비율 이상 되는 사업장에서 반드시 명예고용평등감독관을 두도록 하고 고용노동부가 정기적인 교육과 관리를 통해 이들이 성희롱 예방과 처리,양성평등 확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조사내용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교육방법, 교육시간, 교육담당자, 교육내용, 주관부서 등으로 구성됐다. 조사에는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노조, 전국민주연합노조, 희망연대노조, 건설노조, 공무원노조, 서비스 연맹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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