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심리 11명 대법관 중 여성 1명, 전원 백인

“대법원 심리 다양성 부족으로 국민 대표성 상실” 주장 제기

영국 여성 판사 비율 30%로 유럽 최하위 수준, 상부는 더욱 심각

 

영국 대법원 전경. ⓒUK Supreme Court
영국 대법원 전경. ⓒUK Supreme Court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향방을 결정할 영국 대법원의 심리가 시작된 가운데 편향적인 대법관 구성원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 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정부가 유럽연합(EU)와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는데 앞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4일간의 심리를 시작했다. 이번 심리는 지난 11월 3일 의회의 승인 없이 정부가 브렉시트의 협상 개시를 의미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할 권한이 없다는 고등법원에 판결에 이은 것. 내년 3월 이전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테레사 메이 총리 등 정부 측은 고등법원의 판결해 불복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영국은 올해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지만 브렉시트 협상 개시 권한이 정부와 의회 중 어느 쪽에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현재 유럽연합 잔류파가 다수인 영국 하원의 분위기를 볼 때 대법원 결정에 따라 브렉시트 협상 일정이 미뤄지거나 브렉시트 결정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정부 대 의회의 힘겨루기 싸움에 법원이 뛰어든 상황에서 첫날 대법원 심리를 지켜 본 네티즌 사이에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다. 영국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는 판결을 맡은 11명의 대법관 중 여성은 단 한명 뿐이고 모두 백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영국 국민들의 다양성을 대표하기에 부족하며 이들에게 영국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할 수 없다는 주장이 SNS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법원의 성별 불균형을 지적한 트윗. ⓒtwitter.com/al_exb
대법원의 성별 불균형을 지적한 트윗. ⓒtwitter.com/al_exb

 

트위터를 중심으로 대법원의 성별 불균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witter.com/SiobhanFenton
트위터를 중심으로 대법원의 성별 불균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witter.com/SiobhanFenton

특히 많은 사람들은 “영국 최고 법정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더 바네스로스 패션플러스매거진 편집장은 트위터에 여성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대법원 생중계 화면을 링크하며 “대법원 내에 여성은 어디 있나”라는 메시지를 올렸고, 시오반 펜튼 인디펜던트 기자도 트위터에 “대법원의 브렉시트 심리 생중계를 3시간 동안 시청한 결과 남성의 발언시간은 2시간59분14초이며 여성의 발언 시간은 46초”라고 썼다.

실제로 영국의 법조계는 유럽의 다른 국가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0월 EU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판사 중 여성의 비율은 30%로 유럽 전체 평균 51%에 크게 밑도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성별불균형은 상부로 올라갈수록 더욱 심각하다. 지난 10년간 대법관으로 임명된 판사는 모두 백인 남성이며 그 대부분은 사립학교 출신이라는 점은 법조계 상부의 성별과 계층 불균형을 엿볼 수 있다.

 

브렌다 헤일 대법관. ⓒUK Supreme Court
브렌다 헤일 대법관. ⓒUK Supreme Court

이번 브렉시트 관련 심리에서 남성들이 점령한 판사석의 유일한 여성인 브렌다 헤일 대법관의 과거 인터뷰는 영국 법조계의 보수성을 대변해 준다. 영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대법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헤일 대법관은 그동안 법조계 상부의 성적 불평등과 여성 목소리 부재를 끊임없이 지적해 왔다. 2013년 BBC와의 인터뷰에선 “2004년 대법관이 된 후 10여 년 동안 13명의 대법관 지명이 있었지만 그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며 “일반적인 법조계의 상황은 발전하고 있지만 이 곳은 아직”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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