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이화여대 석학교수
이어령 이화여대 석학교수
  • 박이은경기자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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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석학교수인 이어령씨가 60년대 초 출간한 '흙속에 저 바람



속에'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신사고적 발상으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었다. 90년대 초 초대 문화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한 이교수는



최근 자라나는 꿈나무들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열정적으로 ‘신사고적



’학습 교육론을 펼쳐 큰 호응과 더불어 교육위기론이 대두되는 요즘



또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전 12권으로 구성된 '이어령 석학교수의 생각에 날개를 달자'(웅진



출판 펴냄) 출간을 계기로 이어령 교수는 평창동에 위치한 그의 연구



실에서 본지 이계경 발행인과 21세기를 향한 교육대안과 비전제시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두시간 동안 펼쳤다.







-선생님의 이번 책이 특히 11세에 중점을 두어 기술하셨다고 했는



데, 이 11세를 인생의 전환기로 보시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이젠 옛 이야기가 돼버렸는 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엔 ‘일레븐 패



스’(11 Pass)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는 11세에 국가에서 적성검사



를 해서 고급두뇌와 기술교육을 시킬 아이들로 가르는 교육방침이죠.



11세에 진로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인간의 두뇌가 성숙하고 怜煮?



력이 결정된다는 말입니다. 오늘날의 민주사회에서는 이때부터 아이



들을 트레이닝시켜야 돼요. 너무 일찍 조기교육을 시키다 보면 천재



가 둔재가 돼 버리는 부작용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창의력과 감수성을 키워주고 싶어도 이를 해줄 수 있



는 곳이 없다고 말들 합니다. 어떻게 출구를 찾아야 할까요?



“우리 어머니들은 창의력이나 나쁜 버릇도 외부에서 주는 것이라 생



각해요. 또 창의력을 길러주면 애들에게 새 인생을 주는 것이라 생각



들 하죠. 그러나 어머니 자신이 변해야 해요. 11세 때는 독서도 만화



에서 동화책으로 바뀌는데, 이때 어머니는 ‘제2의 이유기’를 경험



합니다. 아이는 11세 때 어른이 되면서 소위 연령적 사춘기를 맞게



되고 (사내녀석들은 여자라면 무시하게 돼서) ‘엄마가 뭘 안다고 그



래’하고 말대꾸 하잖아요? 이제 걔들이 어른세계로 들어온 것이니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가 돼줘야 합니다. 아이는 컴퓨터게임



에 열중하고 저들끼리 어느 떡볶이집이 맛있다는 등의 비밀성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데, 엄마가 이런 것을 도통 몰라봐요, 비밀이 생기기



시작하는 거지. 애들에 대해 고민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식 낳으면



애의 성장과 함께 부모가 달라져야 합니다.







즉 ‘역성장’을 해야된다는 말이죠. 엄마와 아이들 간에 가장 많은



대화내용이 ‘너희들은 몰라도 돼’와 ‘엄마는 몰라도 돼’잖아요?



이래선 가정에서 바람직한 모자관계가 형성될 수 없죠.



이 책을 쓰면서 편집부의 교열을 보는 분들이 핵심부분중 상당부분



을 삭제하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프레밍 박사가 실험을 할 때 문을



닫아라 했는데 게으른 조교가 실험실 문을 닫지 않아 바깥에서 포자



가 들어와 포도상구균을 실험하는 접시에 떨어져 실험을 완전히 망쳤



다가 바깥에서 날아온 균중 곰팡이가 있어 이 곰팡이균이 박테리아를



잡아먹는다는 세계적 발견을 우연히 하게 됐다는 부분이었죠.







조교와 프레밍 박사에게 똑같은 우연이었는데, 조교는 야단맞을까봐



얼른 접시를 내다버렸고 박사는 버리기 전에 한번 더 조심스럽게 살



펴봤다는 겁니다.우연이 찾아왔을 때 이를 어떻게 캐치 업(catch up)



하느냐는 것이 중요한데,지금까지는 우연성을 전부 배제한 교육으로



‘그건 재수다’하고 말았죠.그래서 편집부에서 그렇게 위대한 사람



이 우연히 발견했다고 하면 교육적 효과가 나쁘다,노력해서 됐다고



해야 된다 해서 이 부분을 삭제했던 거예요.이렇게 가르칠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의 힘으로 못하는 것은 운명처럼 찾아오는데, 이것을 잡



느냐 못잡느냐에 따라 앞으로 크게 달라진다’이렇게 해서 애들에게



희망을 줘야하는 거예요.







21세기 정보화시대엔 기업이고 정치고 간에 이 우연이 굉장히 중요



한 역할을 합니다. 이 우연, 즉 챈스를 어떻게 논리보다 더 직관적으



로 받아들여 응용하느냐가 문제가 되죠.



그래서 21세기 과학자는 논리 합리적이기 보다는 영감이나 우연이



강한 ‘예술가’가 돼야 해요. 예전엔 예술가는 잘 되면 피카소, 못



되면 간판쟁이 하고 과학자는 리스크가 없고 안정성이 있다고 했는



데, 이젠 과학자도 예술가처럼 되는 시대예요. 그래서 외국에선 과학



교육, 과학교육 하지 않습니다. 알다시피 ‘뉴 사이언스’란 대단히



예술과 가까운 것 아니겠어요?







그러므로 지금 애들에게 이런 느낌을 부모들이 보충해줘야 돼요. 요



즘 애들이 새로운 21세기에 적응하기 위해선 어떤 ‘영양분’이 필요



한가, 어떤 사고가 필요한가 부모들이 알아야 비로소 부모노릇이 가



능한거죠. 앞으로 20년, 30년 후에 애들이 어떤 환경에 살 지 예측할



수 있어야 돼요.”







-어머니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학교교육도 똑같이 중요



하지 않겠어요? 우리나라 학교들에서도 몇년 전부터 미술관이나 음악



회를 가게 하고 그 증거로 티켓을 가져오게 합니다.



이처럼 시킬 줄만 알았지 본질적인 것을 간과하는 맹목적인 학교교



육도 깨야되지 않겠어요?



“나를 엉뚱한 이상주의자로들 아는데 나는 어떤 면에선 현실주의자



이고 틀에 꼭 맞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얘긴데, 대통령이나 사회, 제



도가 교육의 부조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렇게 문제



를 크게 잡지 말아야 돼요. 이런 시도는 요순임금 시대 이후로 돼 본



적이 없는, 또 될 리도 없는 현실성 없는 얘기예요. 한사람 한사람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뀌죠.







제 자식 가장 잘 아는 것이 나고 또 가장 절실한 것이 나니까 학교



에서 어떻게 가르치건 자기가 그 교육 가르쳐야 돼요. 어머니는 애를



관찰해서 학에?뭐라 하건 ‘내가 낳은 자식 내가 키워야 한다’



결심해야지 이것 없으면 (심한 말로) 애 낳지 말아야 해요. 학교에서



애를 버려놓을 것 같으면 (좀 무책임한 얘기같지만) 데리고 나와야



됩니다. 우리부부도 애를 그렇게 키웠어요. 낳는 것은 아주 냉정하고



키우는 것은 아주 뜨거워야 돼요.이처럼 학교에서의 제도교육과 가정



에서의 탈제도교육이 서로 부딪치며 아이를 양 날개로 날 수 있게 해



주는 거예요. 그래서 내 책 제목 '생각에 날개를 달자'가 날자는 얘



기가 아니라 날자의 양의성을 생각하자는 거예요.나와 너, 제도와 개



인, 역사와 공간 모든 면에서 양의성을 생각해야 됩니다. 이자택일이



아닌 이자병합으로 가르쳐야 돼요. 21세기는 바로 그런 시대입니다.



답이 하나가 아니라 둘도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21세기엔 새로운 윤리관이 필요하고, 기존 윤리관으로 응징해야 될



것들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이때 어떤 기준이 필요하겠습니까?



“어릴 때부터 ‘아빠가 좋으냐, 엄마가 좋으냐’ 묻는데 이게 무슨



짓입니까? 같은 걸 물어도 ‘엄마의 어떤 점이 좋고, 아빠의 어떤 점



이 좋니?’ 이렇게 물어야 이民쳄舅岵?것이 아니고 편 가르는 것이



아니게 되죠. 부모의 역할이 서로 다르니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다



양성도 인정해주고 모순성도 인정해주면서 양자합일적 방향으로 나가



야겠죠. 그런데 유독 아이들의 가치관만은 흑백을 가리게 만듭니다.



이래서 논술시험까지 왔는데, 따지고 보면 이것도 하나의 거대한 O·



X문제예요. 이러니 어느 세월에 국가와 학교가 변하겠습니까? 결국



각 가정에서 ‘게릴라전’을 펼쳐야 돼요. 난 교육을 ‘알깨기’로



보는데, 외부 내부적인 것이 서로 반반씩 도와줘야 됩니다. 영어의



‘어웨이크’(Awake)는 ‘흔들어서 깨우다’는 타동사의 뜻도 있고



‘스스로 눈뜨다’는 자동사의 뜻도 있죠. 내가 눈뜬 것이지만 동시



에 바깥 자극도 있어야 된다는 얘기인데, 이 원칙을 알아야 합니다.













-요즘 청소년 폭력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



는 이를 규제만 하려고 하는데, 이들 폭력 청소년들의 잠재력을 키워



줄 정책이나 대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교내폭력은 ‘패’를 만드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런 배타적 교육환



경에선 ‘우리 패거리가 정다운 이들이고 우리에게는 좋다’는 사실



을 증명하려면 하나를 쳐서 파워를 과시해야 합니다. 사회화 과정에



서 패 만드는 것은 일종의 비밀 결사의식인데, 어른들이 이들의 이



통과의례를 잘 넘기도록 도와줘야 겠죠. 캠프장에 보내 격려 속에서



자연, 하다못해 돌멩이를 상대로라도 ‘위험 속에서도 함께 살아남는



다’는 의식을 불어넣어줘야 됩니다. 그래서 캠프파이어로 위험을 극



복한 동맹의식을 함양하게 되는 겁니다. 아이들이 비밀의식을 만들기



전 학교에서 이처럼 건전한 방향으로 미리 대처해주어야 됩니다.



우리 어린 시절에도 이와 같은 의식이 많았어요. 동네에 유령집을



일부러 만들어 놓는다거나 끼리 끼리 ‘남이 알면 안 자란다’고 해



서 개똥참외를 몰래 키운다거나 차돌멩이를 뜸 많이 주면 자란다고



하는 등이 바로 그런 의식이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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