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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단 동시입장을 성사시킨 결정적인 공로자는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 대한체육회장이며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인 김회장은 우리의 국기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재 사마란치 IOC위원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임자 중 한 사람으로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한국스포츠계의 ‘총수’ 김운용 회장을 만나 한국스포츠의 발전과 여성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비전을 들어보았다.

- 우선 한국스포츠의 현 주소를 말씀해 주시지요.

“한국은 올림픽에서 세계 200개국 중 10위권을 차지하는 스포츠강국이다. 또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성장과 더불어 스포츠 시장이 열리면서 대중화됐다. 엘리트체육의 발전은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여자 핸드볼과 하키는 팀이 2∼3개 정도지만 그 수준은 세계적이다. 엘리트체육은 집중적으로 투자가 돼야만 그만한 성적을 거둘 수가 있다.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의 발전도 엘리트체육의 수준이 받쳐주어야 따라가 줄 수 있다고 본다”

- 여성스포츠의 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예전엔 스포츠에서 여성은 구경이나 하면 된다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여성스포츠의 참여종목도 거의 똑같아졌다. 그만큼 여성스포츠인의 참여가 두드러진 것이다. 이번 올림픽의 성과에서도 보듯이 한국 여성스포츠인의 활약은 뛰어나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스포츠인의 40%가 여성이고 기록 면에서도 남성과 비등해지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한국이 핸드볼, 하키, 배구, 농구 등 구기종목에서 강한데 특히 여성 스포츠인이 강세다. 남북한 동시입장에서 남한 대표로 정은순 선수가 대표로 나선 것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본다”

- 행정직과 지도층 여성인력은 미비하다는 평이 있는데.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고 꾸준히 여성인력을 끌어주어야 한다. IOC는 스포츠 의사결정직에 여성인력을 10∼15%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KOC, 체육회 등 각종 행정직에 여성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스포츠 행정직에서의 여성인력 활성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다만 남성들이 그냥 자리를 내주지는 않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도 기회를 찾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심판, 코치, 감독, 행정직 등에 앞으로 많은 여성 스포츠인들의 참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여성의 참여가 부족한 생활체육의 활성화 방안은.

“스포츠는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고 건강하고 건전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장려해야 한다. 생활체육의 발전을 위해 대단한 것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잔디, 풀장, 스케이트장 등 시설은 마련해 줘야 한다.

여성 스포츠인들 중에 전주원, 정은순 선수 등 결혼 이후에도 뛰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생활체육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경기력에서 우수한 한국 여성스포츠 인력이 생활체육 활성화에 앞장서 줄 것으로 기대한다”

- 학원스포츠 발전에 많은 관심이 있으신 것 같은데.

“학교체육은 많이 무너졌다. 사실 교육적 측면에서 스포츠의 역할은 크다. 학교체육은 팀워크, 페어플레이, 배려와 응원, 최선을 다하는 자세, 자기발전 등 전인교육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21세기엔 학교체육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의식개혁과 지도자 양성이 필요하다. 입시위주 교육의 극복과 더불어 학교체육을 문광부와 교육부가 어떻게 조율하고 활성화시킬 것인가 하는 제도적 문제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다”

- 국기 태권도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

“태권도를 국제무대에 올려놓겠다는 방대한 계획이 있었고 이번 시드니에서 성과를 거뒀다. IOC 재평가를 거쳐야 하지만 훌륭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자리를 굳히게 될 것이다. 세계화란 우리의 정신을 지켜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기수로서 앞장서 나가야 한다. 태권도에서도 여성스포츠인의 활약은 두드러질 것이다. 앞으로 계속 체급도 남녀 12체급으로 확대시키고 세계적으로 태권도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

- 스포츠를 통한 남북교류 전망은.

“남북한 선수단 동시입장은 남북 체육교류에 물꼬를 텄다. 물론 그냥 보여주기 식으론 안되고 체육적인 면에서 결실을 거둬야 한다. 현재 남과 북은 체육교류에 있어 긍정적으로 함께 나아가자고 합의한 상태다. 지금은 북한의 경기력을 우리와 비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이것이 토대가 돼야 활발한 교류가 가능할 것이다. 스포츠에 있어서 남북의 화합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 올림픽이 갈수록 상업화된다는 우려가 많은데.

“예전엔 스포츠가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이들의 것쯤으로 여겨졌고 부가가치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매체의 영향으로 급속히 대중화되면서 스포츠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또 스포츠가 갖는 메시지가 크기 때문에 정치도 상당히 개입했고 마케팅 등 상업적인 성격도 강해지고 있다.

시드니에서도 상업성과 마약복용, 환경문제 등이 지적됐고 청소년의 교육과 세계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이 훼손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스포츠의 대중화는 상당부분 상업적인 면과 맞물려 나가고 있고 이를 막을 방도도 없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올림픽의 기본 정신을 살려나갈 수 있는지 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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