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이혼녀’직함에서 자유로운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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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나이’에 대한 편견이 매우 강하고 여성에게는 더욱 부정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나이 앞에 여자, 남자를 붙여 각기 다른 시간표를 부여하는 것이다. 익숙하게 쓰이는 ‘여자나이’라는 말엔, 여자는 25세가 넘으면 ‘꽃다운 나이’에서 서서히 멀어진다는 인식이 짙게 배어 있다. 여자의 가치가 ‘피부나이’를 따라 상승, 하락한다는 말인가?

여성의 삶에 있어 중대사란 ‘일’이 아니라 ‘결혼’이라고 보는 사회인식은 많은 여성이 평생 직업을 가진 요즘에도 변하지 않고 있다. ‘남자나이’ 삼십은 ‘한창 일할 나이’지만 같은 나이의 여자는 노처녀 아니면 아줌마로 보기 일쑤다. 일하는 여성은 점점 늘어가지만 ‘나이편견’은 그녀들을 재고 자르고 ‘시집이나’ 보내려고 안달하고 있다.

일하는 여자의 서른 살을 그린 만화 <아름다운 시절>)(오사카 미에코, 도서출판 대원)은 연예잡지 기자 스즈키 키레이가 이제 막 서른 살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전문분야에서 나름의 노하우와 인맥을 쌓아가며 까다로운 일들을 능숙하게 헤쳐나가는 그는 연하의 남자친구와 함께 즐거운 동거생활을 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자 떨어지는 책으로부터 작가 남성을 보호하면서 자신이 편집자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말하는 모습, 애인과 즐겁게 지내다가 일할 땐 신경쓰이지 않게 옷장 속에 착착 접어넣는 상상을 하는 에피소드는 워킹우먼의 심리를 섬세하고 재밌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작가의 시선은 키레이 한 사람 뿐 아니라 결혼과 이혼, 일과 육아문제를 안고 30대를 지나는 그녀의 주변인에게도 뻗어 있다. 순종적인 모습으로 남자를 띄워주면서 열다섯 번 맞선에 무패를 기록한 요시코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배팅하기 위해 직업을 갖는 모습, 이혼과 함께 복귀한 배우 린다가 ‘결혼엔 천국과 지옥이 모두 있다. 해보길 잘했다’고 회고하는 장면은 ‘노처녀’와 ‘이혼녀’란 직함이 자랑스러워지는 이야기다.

30대를 지나 온 57년생의 작가는, 세상의 기준과는 달리 30대야말로 여자에게 더 없이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말한다. 일과 사랑, 어느 것 하나도 포기 못하는 욕심 많은 여자에게 20대는 서툴고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으며 사십, 오십대마저 아름답게 가꾸려는 노력으로 더욱 빛나는 때라고 말이다.

이미선 객원기자/ gogocici@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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