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도 재산권 행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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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재산형성 기여도를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우리나라 부부재산 관련법은 사실상 형식에 그친다. <사진·민원기 기자 minwk@dreamwiz.com>

21세기에 들어섰지만 여성의 경제적 평등은 아직도 요원하다.

이혼을 하고 싶어도 실질적인 경제적 독립이 보장되지 않아 원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거나 이혼을 해도 전업주부의 경우 가정경제 기여도에 대한 지분을 정확히 확보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혼 소송을 내도 남편의 일방적인 재산처분으로 인해 현금을 손에 쥐기 힘든 상황 등은 결국 여성계로 하여금 부부재산공동제 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도록 만들었다.

한국 여성들은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이 규정한 여성의 재산관리 동등권을 얼마나 누리고 있을까. 이에 대한 문제가 지난 10월 26일 한국여성의전화연합(공동대표 신혜수 이문자 이승렬 이재희) 주최 ‘여성의 재산권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다.

우리나라 부부재산관련법을 전면적으로 뒤집어 본 이 날 토론회에서는 여성의 재산 소유, 취득, 운영, 관리, 처분 권리가 남성과 동일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부부별산제나 재산분할청구권, 상속세 등에서 나타난 여성차별 요소를 개정할 것과 경제적 평등 정착을 위한 부부재산공동제 운동을 선언했다.

여성계에서는 국내 민법에서 시행하도록 한 부부별산제가‘언뜻 보기에는 부부평등의 원리에 입각한 듯하나 실상은 형식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재희 여성의전화연합 공동대표는 “부부 중 한쪽의 명의로 등록된 재산을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보긴 하지만 가계 수입 대부분이 남편 명의로 취득되고 이것으로 인해 구입한 부동산도 거의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국내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농촌 여성의 경우 농업과 가사노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재산형성 기여도에는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아내의 가사노동으로 인해 남편의 노동력이 재생산되는 것인데도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해 현실적으로 노동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을 반증하는 실례를 발표한 정영금 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에 의하면 “재산분할청구권제도가 신설된 이후인 1991년부터 1992년 초까지 선고된 사례를 보면 전업주부의 경우 재산의 30%를, 취업주부는 50%”를 인정하고 있었다.

더욱이 92년 중반부터 94년까지의 판례를 보면 재산분할에 있어서 전업주부는 10∼30%, 맞벌이주부나 가업을 공동으로 운영한 경우 30∼48%까지 인정해 주부 기여율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분할 청구권 또한 부부 재산상의 명의에만 의존한 청구는 불합리하다고 보아 ▲분할 비율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혼 전에 명의자가 일방적으로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하며 ▲별거 시에도 재산분할권을 허용하고 ▲배우자의 재산 현황을 추적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독일이나 영국 미국의 경우 이혼 시에는 결혼초기 재산과 이혼 시 재산의 차액을 비교하여 재산분배를 하며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재산분할에 대한 면세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었다. 재산분할과 관련된 세제로는 증여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록세가 적용된다. 이중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명목으로 이전된 부동산에 대한 증여세와 자산이전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면세이다, 그러나 취득세는 2%, 등록세는 3%를 과세하고 있어 공유물 분할에 인한 취득이므로 비과세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속 재산에 있어서도 배우자의 기여도 분이 빠져있다고 지적되었다. 오정진 강사는 “상속재산 중에도 배우자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실질적 공유재산이 포함되어 있는데 현행 법제는 이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1990년 개정으로 기여분제도를 신설했지만 ‘특별한 기여행위’에 아내의 가사노동은 여전히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판례는 보고 있다. 배우자 몫에 대한 평가는 아예 배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상속재산에 대한 과세에서 나타난다. ‘잔존배우자는 피상속인의 고유재산과 피상속인 몫의 재산뿐만 아니라 자신의 몫에 대해서도 상속세를 내고 있다. 더욱이 그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다시 상속세가 과세되어 1세대 2과세’를 하게 된다.

오정진 강사는 “상속재산의 형성에 기여한 배우자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자신의 지분 이외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대한민국 주부들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가사노동에 대한 물리적인 가치인정과 재상형성 기여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공식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법적 보완과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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