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촬영한 ‘출발’ 연작과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연작 구성

내년 1월22일까지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전시

 

사진작가 주황이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온전한 초상(Her Portrait)’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사진작가 주황이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온전한 초상(Her Portrait)’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변지은 기자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외모지상주의’ 시대, 오늘을 사는 한국 여성의 다양한 얼굴을 통해 여성의 정체성을 묻는 사진전이 열렸다.

페미니즘 시각을 담아 작업하는 사진작가 주황이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개인전 ‘온전한 초상(Her Portrait)’을 열었다. 주황 작가는 미국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와 예일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한국에서는 2009년 개인전 ‘헤이, 소풍간다’로 처음 소개됐고, 올해 서울시립미술관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에서 여성 감정노동자들을 소재로 한 ‘의상을 입어라’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주황 작가는 1일 전시 오픈 리셉션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이 시대 한국 여성들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시는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Liking What You See: A Documentary)’ 연작과 공항에서 촬영한 여성들의 포트레이트 ‘출발(Departure)’ 연작으로 구성돼있다.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연작은 얼핏 보면 마치 국내 화장품 광고사진들을 나란히 걸어놓은 것 같다. 주황 작가는 이번 연작을 위해 전문 모델이 아닌, 동네 가게 사장님 등 주변 지인들을 섭외했다. 그들을 화장품 광고 모델처럼 분장시킨 뒤 스튜디오 조명 아래서 촬영한 사진들을 후반 작업 과정을 거쳐 실제 광고사진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 사진들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문 모델들과 다른 표정과 시선 처리 방식을 알아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 주황 작가 개인전 ‘온전한 초상(Her Portrait)’ 전시장.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 주황 작가 개인전 ‘온전한 초상(Her Portrait)’ 전시장.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주황 작가에 따르면 미국은 화장품 유행에 따라 광고 모델도, 콘셉트도 바뀌고 말 그대로 ‘제품’을 광고한다. 하지만 한국은 모든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 콘셉트가 비슷하다. 그는 “하얀 배경에 하얀 옷을 입은 광고모델들의 사진들을 늘어놓고 보면 대체 어떤 브랜드의 어떤 제품을 광고하는 건지 구분하기 힘들었다”며 “제품이 아니라 여성의 하얀 피부와 아름다움을 광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주황 작가는 “화장품 회사들이 여성 고객에게 ‘넌 피부가 하얘야 예뻐’와 같은 무의식을 강요하는 것 같다”며 “여성들이 하얗고 잡티 없는 피부를 원하는 것은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출발(Departure)’ 연작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들이 낯선 곳으로 떠나기 위해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공항에 서 있는 모습을 담았다.

주황 작가는 요즘 청년들이 ‘탈조선’을 꿈꾼다는 말을 듣고 ‘출발’ 연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연작을 위해 해외로 떠나는 주변 지인뿐만 아니라 공항에서 만난 여성들을 즉석 섭외해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주황 작가는 “해외여행이 보편화되기 전인 20~30년 전만 해도 공항은 주로 해외출장을 가는 남성들만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현시대에 해외로 떠나는 여성들의 모습을 공항에서 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작업했다”며 “여성들이 외국에 나가는 것 자체가 자기 삶을 개척하는 행위라고 생각했고, 꼭 이민이 아니라 어학연수든 출장이든 여행이든 스스로 어딘가로 떠나는 모습이 주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2017년 1월 22일까지 열린다. 문의 02-6929-4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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