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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돌보는 여성노인들, 정작 본인은 시설이나 나홀로 지내 돌봄 부담 과중해지면 노인학대 많아져 '돌봄은 공공재'로 인식 전환 해야
[여성논단] 100세 시대, 할머니는 누가 돌보나?
2022. 06. 22 by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6월 15일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노인인권을 보호하고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노인복지법에 따라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정부는 노인학대 예방 및 학대 피해 노인 보호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발간하는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살펴보면, 연도별 노인학대 신고 및 학대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1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2022)에 의하면, 전국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전체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19,391건으로, 전년 대비 14.2% 증가(1만6071건→1만9391건)했다. 현장조사를 통해 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6,774건으로 나타났다. 학대 발생장소는 ‘가정’(5962건, 88.0%), ‘생활시설’(536건, 7.9%), ‘이용시설’(87건, 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2020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피해 노인 중 여성은 4,710명(75.3%), 남성은 1,549명(24.7%)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약 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집 안 노인학대 증가

노인인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노인학대가 증가하고, 학대 발생장소로 ‘가정’의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노인학대는 성불평등한 사회구조적 맥락, 생애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돌보는 사람에게 과중한 돌봄부담이 집중될 경우 학대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사회는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 노인돌봄을 지원하는 사회적 지원체계가 구축되어 있지만, 가족은 여전히 노인돌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가족형태 및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배우자 돌봄 등 가족돌봄자의 특성이 다양해지고 있으나 이들을 위한 지원정책은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가족의 돌봄부담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년기 돌봄은 젠더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여성노인의 경우 노년기에도 높은 강도의 돌봄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절한 돌봄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상당수의 남성노인은 집에서 배우자에게 돌봄을 받으며 재가급여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여성노인은 상대적으로 시설급여 혹은 집에서 혼자 지내며 재가급여를 이용하거나, 급여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즉,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돌봄을 제공한 여성노인의 상당수가 정작 본인이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돌봄공백을 경험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요양보호사 95% 여성

돌봄노동을 제공하는 인력 역시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돌봄 인력의 대부분은 여성으로 구성(국민건강보험공단 2020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요양보호사의 약 95%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고착화된 성별 직종분리, 낮은 직업 안정성, 저임금 구조 등도 확인되었고, 돌봄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및 폭력 행위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음이 밝혀졌다. 돌봄노동의 관계적 특성, 상호성을 고려할 때 돌봄 인력의 노동환경과 처우개선이 선행되지 않고 양질의 돌봄을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돌봄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새 정부도‘100세 시대 일자리·건강·돌봄체계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건강하고 질 높은 노후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제는 ‘공공재로서의 돌봄’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돌봄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강화하여 보다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노인돌봄 정책이 시행돼야 할 것이다. 동시에 돌봄을 제공하는 인력에 대한 처우개선과 전문성 강화도 요구된다. 돌봄의 질을 높이고, 돌봄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여 국민의 돌봄권을 강화해야 한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에서 전희경 연구활동가는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돌봄을 받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p.63)라고 서술하였다. 노인돌봄정책이 더 강화되어 양질의, 안전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기를 기대한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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