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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에세이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 펴낸 샤크·에리카 샤크짐 공동대표 운동에 빠져 운동 지도자 된 여성들 여성전용 체육관·여성운동 커뮤니티 열고 ‘여성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판’ 벌여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우는 체육관

2022. 06. 22 by 이세아 기자
여성 전용 체육관 ‘샤크짐’을 운영하는 샤크 코치와 에리카 코치.  ⓒ위즈덤하우스 제공
여성 전용 체육관 ‘샤크짐’을 운영하는 샤크 코치와 에리카 코치. ⓒ위즈덤하우스 제공

‘연금보다 근육’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운동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졌다. 하지만 운동하러 간 여성들은 여성혐오적 헬스장 문화와 마케팅, 여성이 지도자로 성장하기 어려운 피트니스 산업 구조에 부딪히기 일쑤다.

왜 여성들이 구조적으로 운동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지, 어떻게 바꿔나가면 좋을지 고민하고 실천해온 여성들을 만났다.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한국 1위에 올라 수년간 챔피언 자리를 지킨 샤크 코치, 사무직 직장인으로 살다가 운동 지도자가 된 에리카 코치다. 두 사람은 여성 전용 체육관 샤크짐을 운영해온 경험을 기초로 운동 에세이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를 펴냈다. 운동에 빠진 여성들, 그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판을 벌인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샤크 코치, 에리카 코치가 펴낸 운동 에세이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위즈덤하우스) ⓒ위즈덤하우스
샤크 코치, 에리카 코치가 펴낸 운동 에세이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위즈덤하우스) ⓒ위즈덤하우스

- 남성의 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운동 방식을 여성의 몸에 맞게 다시 설계하려 노력해오셨을 듯합니다. 

에리카: 근력이나 근비대와 관련된 운동들은 남자들의 것이라는, 여성들에게는 불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이 문제라고 봅니다. 운동 방식에는 죄가 없는데 그걸 멋대로 특정 성별의 전유물화하고 다른 성별을 배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인 거죠. 강한 어깨와 두꺼운 코어, 튼튼한 허벅지 같은 것들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에게 이롭게 작용합니다. 여자든 남자든 너무 강해서 나쁜 것은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더 자주, 크게, 널리 얘기하고자 유튜브나 책,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샤크: 운동 방식을 바꾼다기보다는 여성들이 차근차근 무게를 높여갈 수 있도록 덤벨, 케틀벨, 바벨 등 소도구들의 무게를 촘촘히 배치하려고 신경 썼습니다. 5kg 미만의 덤벨이 없는 헬스장이 생각보다 많아요. 5kg 다음 7kg, 그다음 10kg 식인 거예요. 운동을 막 시작한 여성들에게는 무겁기도 하고, 적응돼서 무게를 올려보려고 하면 너무 확 무거워지죠. 샤크짐에는 아주 가벼운 무게부터 충분히 무거운 무게까지 0.5~1kg 단위로 장비를 준비해뒀어요. 조금씩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요. 철봉이나 파워랙 같은 시설도 여성들의 평균 키를 고려해 너무 높지 않게 설치했습니다.

- 여성의 건강은 여성 혼자서 열심히 자기 관리하고 운동한다고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샤크짐처럼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 같이 이야기하고 운동할 수 있는 친구/동료, 지속가능한 운동의 방식을 제안하는 지도자와 커뮤니티가 더 늘어나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에리카: 여자들이 혼자 열심히 운동하게 가만 놔두지 않는 방해 요소가 아직까지 너무 많습니다. 남자들은 운동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죠. 하지만 여자들은 ‘너 그거 하면 몸 두꺼워진다’,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라며 훅훅 들어오는 원치 않는 참견들, 시선들로 위축되거나 번거로워지기 쉽습니다. 샤크짐은 그런 부정적인 외적 요소들을 차단하는 공간입니다. 남자들이 운동할 때 운동만 하면 되듯, 여자들 역시 최소한 운동할 때만이라도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줍니다.

제 모교에 여학우 전용 흡연실이 있었습니다. 캠퍼스에서 드러내놓고 담배를 피우면 와서 여자가 밖에서 담배를 피운다며 다짜고짜 와서 따귀를 때리는 남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폐지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성 전용 운동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사회적 풍토가 성숙해진다면 샤크짐은 기쁘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샤크짐 지점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부응하고 싶습니다. 메이저가 돼 흔해지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샤크: ‘여성들이 안전하게 운동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곳’이 샤크짐의 존재 목적 그 자체예요. 샤크짐을 만들기 전에는 ‘움직여’라는 여성 크로스피터 운동/기부 모임을 정기적으로 열었고요. 최근 여성들의 팀스포츠 참여 기회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혼자 하는 운동에서 나아가 함께 부딪치고 뭉치는 팀스포츠로 여성들의 운동 경험이 더 넓어지면 좋겠습니다. 현재 샤크짐에서 농구 동호회와 축구 동호회를 만들어서 관련 정부지원사업과제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단 안전한 곳에서 즐겁게 운동하는 재미를 알게 되면 주변 여성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고, 안 해본 다양한 운동을 해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샤크짐에서 근력운동을 하다가 농구 동호회에 합류한 분도 많고, 축구를 잘하고 싶어서 체력을 기르려고 왔다가 근력운동에 재미를 붙인 분도 있습니다.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나서 운동을 시작한 분들이 ‘이 재밌는 걸 모르고 살았다니 아깝다’는 걸 보면 안타까워요. 다른 사람은 하루라도 일찍 알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도 샤크짐에서 운동하던 편집자분의 제안으로 시작됐어요.

여성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늘면 그 안에서 운동을 접한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에게도 운동을 권하고, 그렇게 운동하는 여성이 점점 많아지면 더 이상 우리가 특별하거나 유별난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을 테고, 그러면 운동 공간이 여성들에게 점점 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여성 전용 체육관 ‘샤크짐’을 운영하는 샤크 코치. ⓒ위즈덤하우스 제공
여성 전용 체육관 ‘샤크짐’을 운영하는 샤크 코치. ⓒ위즈덤하우스 제공

- 운동을 갓 시작하면 3~6개월을 넘기기가 힘들다던데, 흥미를 갖고 꾸준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리카: 운동을 지속하기 어렵거나 3~6개월 후에 지겨워진다면 그때마다 새로운 운동으로 넘어가도 되고요. 모두가 프로가 될 필요가 없듯이 굳이 한 운동을 평생 팔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다 보면 내가 어떤 종목을 좋아하는지 어떤 타입의 운동을 좋아하는지 자연스레 취향이 파악됩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운동한다는 겁니다. 작심삼일도 3일마다 반복하면 성실함이 됩니다. 좌절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세요. 그러다 보면 저처럼 어떤 운동에 어느 순간 푹 빠지게 될 지도 모릅니다.

샤크: 처음에 너무 큰 목표를 설정해서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요즘 요가를 하지만 솔직히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의 운동은 아니에요. 좋아하는 근력운동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내 몸에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주 1회라도 해보자는 목표로 시작한 지 석 달째인데요. 가기 싫은 날도 물론 있죠.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내 몸이 조금 더 좋아졌다는 게 느껴져요. 그럴 때 비로소 요가에 재미를 느끼고 요가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돼요. 한 번이라도 재미를 느끼려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조금 더 차분하게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처음에는 작은 목표를 정해서 시작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수강생의 입장에서 트레이너 보는 눈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리카: 어느 정도는 겪어봐야 알 수 있죠. 다만 잘 들으려는 트레이너가 좋은 트레이너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내가 어떤 환경에서, 주로 어떤 움직임을 수행하면서 생활하는지, 어떤 불편함이 있었는지, 운동 지향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려는 노력을 하는 트레이너라면 기본은 준비돼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안전과도 직결되는 태도입니다.

샤크: 사람마다 신체 구조와 근력 수준, 통증 유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동작을 가르치더라도 똑같은 형태나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정형화된 동작을 구현하도록 하기보다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끔 지도해야 합니다. 특정 동작에서 불편감이나 통증을 호소했을 때 트레이너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지, 현재 내 상태에 비해 과도한 과제를 주진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여성 전용 체육관 ‘샤크짐’을 운영하는 에리카 코치. ⓒ위즈덤하우스 제공
여성 전용 체육관 ‘샤크짐’을 운영하는 에리카 코치. ⓒ위즈덤하우스 제공

- 여성 전용 체육관을 창업하고 싶은 사람, 혹은 운동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하는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한다면?

에리카: 여성들이 왜 여성 전용 체육관을 찾는지 그 이유와 배경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최소한의 여성주의적 배경지식과 개념을 알고 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 역시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이슈에 대해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합니다. 최소한 배우고자 하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샤크: 해당 운동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여성 전용이건 아니건 체육업 종사자라면 필수로 갖춰야 하는 항목이고요. 우선 내가 왜 여성 전용 체육관을 하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 진지하게 탐구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운동 자체만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를 강조한다든가 마름을 기준으로 외모를 평가한다든가 쓸데없이 옷, 머리 모양, 피부 상태 같은 걸 함부로 언급하면 안 되겠죠. 운동하는 여자들을 언제나 진지하게 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필요한 장비나 시설을 갖출 때도 ‘여자들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라고 안일하게 저렴한 아이템들, 허술한 개수로 구색만 맞추면 대번에 티가 나요.

운동 지도자가 되고 싶은 여성들에게는 자기 가치를 스스로 잘 알고 정당한 대우를 챙겨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직도 남자 코치는 가장이거나 가장이 될 거라는 이유로 여자 코치들보다 급여를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저는 객관적인 대회 성적이 더 좋고 자격증도 더 많이 갖고 있고 각종 세미나도 훨씬 많이 들었는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 코치보다 연봉이 적었습니다. 퇴사를 불사하고 다섯 번쯤은 항의했을 거예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연봉 협상에 나선 후에야 당시 여자 크로스핏 코치들 중에선 최고 연봉을 받았지만 그래도 남자 코치보단 적었던 것 같아요.

아마 체육업을 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런 상황에 놓이는 일이 없지 않을 겁니다. 그냥 수긍하거나 내 가치가 그 정도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대표와 적극적으로 협상하면 다른 여성 동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연대하는 마음으로, 또 자기 자신을 위해 조금씩만 용기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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