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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흑인·성소수자/성병 인식 퍼져 낙인찍기 효과낼 뿐 질병 통제에 도움 안 돼
[팩트체크] ‘원숭이두창’이 성병? 차별·편견 퍼뜨리는 언론보도
2022. 06. 22 by 김민주 기자

전 세계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2,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우어월드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확진자는 2,549명이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이번 주 긴급회의를 소집해 원숭이두창의 확산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평가하는 자리를 가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숭이두창에 대한 오해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원숭이에게서 비롯?

원숭이두창이 해당 명칭을 갖게 된 것은 1958년 연구 중 원숭이에게서 바이러스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숙주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사람에게 원숭이 두창을 옮긴 동물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 설치류가 주요한 바이러스 매개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명칭으로 인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전 세계의 전문가와 함께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명칭을 변경하는 작업 중에 있다”며 “곧 새로운 이름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숭이두창 증상 사진 ⓒCDC
원숭이두창 증상 사진 ⓒCDC

흑인의 병?

원숭이두창이 흑인의 병이라는 인식은 원숭이두창에 걸린 흑인 사진에서 비롯됐다. 언론이 원숭이두창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사진은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진행된 원숭이두창 발병 조사 당시 찍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 원숭이두창이 발견되는 지역은 주로 유럽과 북미다. WHO에 따르면 6월 8일 기준 확인된 사례의 대다수(87%)는 유럽 지역(1,112명)에서 발생했고, 미주 지역(153명), 동부 지중해 지역(14명), 서태평양 지역(6명)에서도 확인됐다.

성소수자 병이다? 성병이다?

초기 발병 사례 중 일부가 성소수자로 밝혀지면서, 원숭이두창이 성소수자의 병이라는 편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WHO는 일부 사례가 성소수자, 특히 남성 동성애자에게서 발견된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원숭이두창의 위험성은 남성 동성애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 정체성에 상관없이 누구나 원숭이두창에 걸릴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원숭이두창이 성병이라는 생각도 일부 감염 경로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알려진 감염 경로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쥐, 다람쥐, 프레리도그와 같은 설치류 및 원숭이 등), 감염된 사람 또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 등이다. 한국 질병관리청에서는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 전파 가능성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숭이두창은 성적 접촉에서 비롯될 수 있으나 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감염 경로에 대해 “원숭이두창은 사람들 사이의 밀접한 접촉 동안 퍼질 수 있고, 이는 성관계를 포함해 밀접한 접촉뿐만 아니라 원숭이 두창 감염 증세를 보이는 신체 일부와의 접촉도 포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숭이두창이 성소수자의 병이라거나 성병이라는 오해는 원숭이두창 확진자에 ‘낙인찍기’ 효과를 내는 한편, 질병에 대한 빠른 대처를 막을 수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의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꾸 숨게 된다”며 현재 원숭이두창은 확산을 막기 위해 3주 이내에 접촉했던 사람을 찾아서 검사하고 격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숨게 되면 (병이) 더 확산되고 통제가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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