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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공범 사회복무요원 강씨, 10대 운영자 ‘태평양’ 이씨 등 형량 줄이려 법원에 반성문 제출 아동음란물 다크웹 운영자 손씨 1심서 반성문 500장 넘게 제출 성범죄 반성문 전문 대필도 손쉬워

‘N번방’ 공범들 줄줄이 성범죄 반성문 제출… 감경사유 악용 우려

2020. 04. 05 by 조혜승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재판부는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형식적 기준을 넘어서 ‘진지한 반성’임이 확실히 드러날 때만 이를 감경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서를 전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재판부는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형식적 기준을 넘어서 ‘진지한 반성’임이 확실히 드러날 때만 이를 감경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서를 전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여성들을 성착취한 가해자들이 줄줄이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의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법원이 ‘반성’을 감형 요소로 본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성폭력 가해자들 사이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반성문이 쓰이면서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업체들이 성업하고 있다. 단돈 몇천 원이면 소위 ‘모범 반성문’을 써준다며 광고하는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여성 성착취 영상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방’ 공범들도 재판을 앞두고 반성문을 제출한 것을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기소된 일명 ‘와치맨’은 이달까지 13번 반성문을 썼고, 조주빈과 함께  운영한 혐의를 받는 거제시청 공무원 천모씨도 2주에 한번씩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사이트에서 ‘성범죄 반성문’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손쉽게 각종 반성문과 탄원서 서식을 확인할 수 있다. 회원수 2만 명이 넘는 한 성범죄 관련 카페에는 ‘성범죄 대응 메뉴얼’ 게시판부터 ‘본인작성 오픈반성문’, ‘성범죄 양형자료’ 등 성범죄 피의자들을 위한 자료들이 빼곡하다. 카페에 변호사가 상주하며 성범죄 관련 고민 글에 직접 상담해준다. 카페는 한 법무법인 형사팀이 직접 운영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곳 카페와 제휴를 맺고 있다는 한 법률 서식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법률 소송에 사용됐다는 각종 반성문과 탄원서 서식이 올라와 있었다. 성범죄 관련 반성문 샘플은 1000원부터 다운받을 수 있었다.  

한 법률 서식 사이트에서는 성범죄 관련 반성문이 1000~5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 사이트 캡쳐
한 법률 서식 사이트에서는 성범죄 관련 반성문이 1000원이면 샘플 다운로드가능하고 대필도 1만원부터 가능했다. ©해당 사이트 캡쳐

 

포털 사이트에서도 반성문으로 검색하면 여러 반성문 대필 업체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대필업체는 전문 작가가 써주는 반성문으로 판사분석, 선례분석, 법률 분석과 최종 법조인의 감수를 통한 '높은 적중률'을 내세우며 광고하고 있다.

또 다른 대필업체는 ”문예창작학과 출신 전문 작가진이 하는 프리미엄 대필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해당 분야에 특화된 경험 많은 작가진의 대필 서비스로 합리적인 비용과 만족도 높은 결과물”이라고 홍보한다. 이 곳 시세는 1회 작업에 5만원이다. 성희롱 관련 반성문은 대리 작성비가 1만원 대 수준이다. 주문 방법은 업체에 내용을 전달하면 비용을 입금한 뒤 작업이 진행된다. 업체는 개인정보는 작업 후 폐기해 비밀에 부친다고 강조한다.

‘갓갓’에 이어 N번방을 운영한 닉네임 ‘켈리’ 신모씨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만 반성문을 11차례 제출했다. 1심 법원은 신씨가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반성하고 있는 점을 양형 이유에 포함시킨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19년 선고된 1,2심 성폭력 사건 137건의 판결물을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48건(35%)에 ‘반성’, ‘뉘우침’이 언급됐으며 실제 양형에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반성문 제출의 경우 형법에 특정되어 있지 않지만 제53조의 '작량감경(酌量減輕 ·판사가 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기를 법정 최저형의 2분의 1까지 깎아줄 수 있도록 한 제도)' 규정과 관계가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2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재판부는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형식적 기준을 넘어서 ‘진지한 반성’임이 확실히 드러날 때만 감경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며 “가해자의 반성 여부를 판단할 때 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어 “현재로서 반성문의 내용만으로 진정성의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으므로, 형식적 반성임이 드러나는 경우 이를 오히려 가중요소로 적용할 수 있음을 재판부 차원에서 명확히 하는 등 형식적, 기계적인 반성의 작출을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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