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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민주주의 실현 목표 창당 결의 2주일 만에 약 400명 발기인 동의

“남성 중심 정치에 반대합니다”… ‘여성의당’ 15일 발기인대회 [발기취지문 전문]

2020. 02. 14 by 이하나 기자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1차 여성의당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이 창당 준비 일정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여성의당 창당주비위원회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1차 여성의당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이 창당 준비 일정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여성의당 창당주비위원회

 

여성주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한 ‘여성의당’(가칭)이 15일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을 위한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딛는다.

여성의당 창당주비위원회(주비위원장 김은주)는 15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여성플라자 2층 회의실에서 여성의당 창당 발기인대회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여성의당은 지난 2월 1일 ‘여해여성포럼’에서 여성 24인이 주축이 돼 여성정당 창당을 결의한 이후 지난 8일 1차 워크숍을 거쳐 2주일 만인 14일 현재 발기인 약 400명을 모았다.

여성의당 창당주비위는 발기취지문을 통해 “여성의당’은 여성시민과 함께 모두가 주인인 나라,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정치적 행동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여성의당’은 여성들의 서로 다른 경험과 비전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 것이며, 그들을 위한 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성의당은 동수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남성중심정치, 모든 혐오와 폭력, 경제활동에서의 차별과 불평등, 공정성을 해치는 모든 특권에 반대하며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여성의당 발기취지문 전문.

여성의당(가칭) 발기취지문

오늘, 우리 여성들은 여성의당을 선언한다.

우리 여성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호명한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이자 주권자로서 자유와 평등, 공정과 혁신, 참여와 대표가 동등하게 실현되는 민주정치를 이룩하고자 ‘여성의당’ 설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민주정치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성별, 성적 지향, 종교, 인종, 연령, 장애 등에 의한 차별 없이 동등한 권리를 향유하고 책임을 다할 때 실현됩니다. 여성이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여성의당’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동등한 권리를 회복하여 동수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1898년 9월 1일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서인 <여권통문>이 발표됐습니다. 서울 북촌에 사는 김소사, 이소사 등 이름 없는 여성들이 모여 ‘개화정치에 참여할 권리’, ‘남성과 평등하게 직업을 가질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주장했습니다. 여성의 근대적 권리실현을 요청했던 이 익명의 여성들이 122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 ‘여성의당’ 설립을 위해 이 자리에 다시 모였습니다. 2020년 2월 1일 “숭고한 광기와 창조적 소수의 여성 양성”을 목표로 하는 [여해여성포럼]에 참여한 2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24명의 여성들은 ‘여성의당’ 설립을 결의했고, 그 결의는 이제 2,600만 여성시민들의 꿈이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여성의당’은 모든 형태의 차별과 폭력, 불평등에 반대한다.

‘여성의당’은 남성중심정치에 반대합니다.

1948년 5월 10일 대한민국 첫 선거이후 7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성국회의원은 고작 17%에 불과합니다. 2020년 현재 국회 83%, 광역자치단체장은 100%, 기초자치단체장은 97%, 광역의회의원 81%, 기초의회의원 69%가 남성입니다. 여성들은 독립운동, 정부수립, 경제발전, 민주화 운동 등 역사의 모든 현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는 대부분 남성의 몫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여성들은 선출 공직에 대한 동등한 참여를 실현하여 보다 평등한 대의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의당’은 여성에 대한 모든 혐오와 폭력에 반대합니다.

대한민국의 강력범죄 여성 피해자 비율은 세계 1위입니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미투 성폭력 폭로, 故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설리·구하라의 사망, 소라넷·웹하드·텔레그램 N번방사건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와 폭력 사건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성범죄가 산업이 되고 유희가 되어 여성의 생명과 존엄성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가정과 직장, 학교와 거리,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디에도 여성들이 안전한 공간이 없는데 이를 막아줄 국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여성들이 혐오와 폭력에 위협받고 있는 모든 약자들을 보호하는 국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의당’은 고용, 임금 등 경제활동에서의 차별과 불평등에 반대합니다.

“성별 임금격차 세계1위이자 30%대를 넘는 유일한 국가, 노년 여성 빈곤율 세계1위” 이것이 대한민국 여성들의 현주소입니다. 성별화된 고용구조 및 불평등한 임금격차는 여성이 남성에게 생계를 의존하게 만들고, 비혼 여성 및 한부모 가구, 노년 여성의 삶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취약한 주거권은 여성을 범죄의 피해자로 전락시킵니다. 여성에게 전가된 아동 양육과 가족 돌봄은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과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돌봄 노동의 사회화를 통하여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또한 노동시장 밖에 존재하면서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 농민들을 위한 근본적인 접근을 모색해야 합니다.

‘여성의당’은 공정성을 해치는 모든 차별과 특권에 반대합니다.

공정이라는 구호 아래, 법치라는 미명 하에 기득권층의 특권이 은폐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정당화되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의 방아쇠를 당겼던 정유라 특혜입학이 그러했고, 32만 명으로 이루어진 불편한 용기가 모여 혜화역과 광화문에서 시위했던 경찰의 불법촬영 편파수사가 그러했고, 조국 사태로 드러난 진보-보수를 막론한 기득권층의 관행 같은 특권이 그러했습니다. 여성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여 탈락시켰던 서울 메트로의 성차별적 채용비리가 그러했습니다. 소수의 특권층과 남성만이 향유하는 그들만을 위한 평등의 고원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정의 사다리가 필요합니다. 우리 여성들이 그 사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여성의당’은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모든 폭력적 행위에 반대합니다.

남북분단은 남북의 물리적 대립을 넘어 우리 안에 남남갈등이라는 이념적 분단을 조장하고, 가부장적 질서를 유지하는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분단체제의 해체와 평화는 남남갈등의 적대적 정치를 종식시키고 세계 평화를 이끌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질서와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이제 ‘여성의당’은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시작한다.

세계는 지금 주체의 전환, 인식의 전환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사이보그의 출현은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신종 전염 질병의 생태적 위기는 세계적인 것이 되었고 기후위기는 전 인류의 문제가 되어, 일국적 차원의 대응과 노력을 무력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지구촌 시민들은 세계 곳곳에서 국가가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습니다. 자본과 기술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불평등을 교묘하게 은폐하고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모두를 극한의 경쟁으로 몰아넣고,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 및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증폭시킵니다.

오늘 우리 ‘여성의당’은 여성시민과 함께 모두가 주인인 나라,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정치적 행동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여성의당’은 여성들의 서로 다른 경험과 비전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 것이며, 그들을 위한 집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리고 다음 세대의 여성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사회를 위해 거리에서, 온라인에서, 일상에서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공명하면서 이 집을 가득 채워 나갈 때 보다 평등한 세상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평등에 대한 열망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원동력입니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평등은 누군가의 불평등에 대해 눈을 감게 만들고, 결국 고원에 올라가 있는 기득권층의 특권을 은폐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여성의 평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위계화된 성별 권력구조를 해체하지 않은 한 여성의 평등은 남성의 특권을 정당화하는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성 시민권의 온전한 실현 없이 대한민국은 바뀔 수 없습니다.

‘여성의당’은 여성과 여성주의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대변혁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모든 여성들은 권리와 책임을 가진 행동주체로서 역사적 피해자의 위치를 극복하고 정치의 주체로 혼탁한 정치를 일소하고자 합니다.

연대와 평등에 대한 열망은 더 나은 민주주의, 더 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여성시민 여러분
‘여성의당’과 함께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시작합시다.

2020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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