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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방범 시설 설치하고 보증금·월세 비싸도 안전한 곳으로 '핑크 택스' 논란

여성 안전 비용은 여성 몫인가요?

2020. 01. 17 by 진혜민 기자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픽사베이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픽사베이

“대학교 시절 여성 네 명과 함께 자취를 했는데 속옷만 계속 도난당했어요. 방범창이 없는 저희 자취집이 범죄의 표적이 된 거죠.”

회사원 김서영(26)씨는 2년 전 셰어하우스에서 범죄 위협을 느꼈지만 전세 계약으로 자취를 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비용을 들여 안전시설을 보충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그는 방범이 약한 셰어하우스에서 나와 비용을 더 들여 치안이 좋은 원룸을 다시 구했다.

여성 1인 가구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7월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2018년 1인 가구는 590만7000가구로 전체 가구(1997만1000가구)의 29.6%를 차지했다. 이중 여성 1인 가구는 전체 1인 가구 중 49.3%인 291만4000가구로 2017년보다 7만1000가구 늘었다. 10년 전보다는 128.7%(161만 가구)가 증가했다.

집은 누구에게나 가장 안전해야 하는 곳이어야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더구나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거침입 범죄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2017년 주거침입 관련 범죄는 총 7만1686건이었다. 이 중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는 99.8%였고 특히 같은 기간 ‘주거침입 성범죄’는 하루 1건 꼴로(1310건) 발생했다.

혼자 거주하는 여성들은 월세가 비싸더라도 CCTV 등 방범 시설이 갖춰진 원룸을 계약했다. 근처에 대학교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명륜동 일대 보증금과 월세는 천차만별이다. 번화가로 CCTV 설치가 많은 명륜1가 일대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가 60만원까지 올라갔다. 반면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어 상권이 발달하지 않은 명륜3가 일대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가 40만원까지 내려갔다.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인 여성 유씨(22)는 “여성들 대부분이 정문 쪽에 거주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덜 비싼 곳에 살고 싶어도 양현관 뒤쪽인 명륜3가는 바바리맨이 네 번이나 출몰했다. 안전 문제 때문에 사실상 남자들만 살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들은 스스로 방범 장치를 설치해 자신의 주거 안전을 지키고 있었다. 이에 따라 사회연결망서비스(SNS) 속에서는 혼자 사는 여성을 겨냥한 제품들이 팔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주거자의 스마트폰으로 초인종을 받고, 방문자를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초인종도 있다. 집 앞에서 누가 서성이면 인체감지센서가 작동해 자동 녹화되며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가는 A 업체의 초인종의 가격은 10만원 중후반부터 20만원 초반대로 형성돼 있다. B 업체도 현관 도어락 번호를 가려주는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들이 개발한 보안 커버는 시야가 10도 정도만 돌아가도 시야각 차단을 한다. 따라서 도어락 비밀번호 보안 유지가 가능하다.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국장은 여성들의 불안에는 실체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사회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만연하고, 이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성들은 목격한다”며 “그래서 여성들이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을 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토킹 방지법을 제정하는 등 법제도가 마련돼야 범죄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다”며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개선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주거 안전문제를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하는 인식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여성 안전에 대해서는 무조건 정부가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정부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경찰청·지차체 등 여러 부처가 함께 참여해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지역마다 범죄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는 각각의 예방 대응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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