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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2년생 김지영' 주인공 배우 정유미

[인터뷰-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그늘진 그녀의 얼굴에서 김지영이 보인다

2019. 10. 24 by 김진수 기자
'82년생 김지영' 주연 배우 정유미. ⓒ매니지먼트 숲
'82년생 김지영' 주연 배우 정유미. ⓒ매니지먼트 숲

“시나리오를 읽고 가족들 생각이 났어요. 가족들에게 나는 어떤 딸인지 생각해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가족에게는 무심한 편이거든요.”

23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 주인공 배우 정유미(36)는 이번 작품이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한 첫 번째 영화라고 했다. 누군가의 엄마로, 딸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은 현실을 그린 이 영화의 주인공이 느낀 감정이었다.

영화의 원작인 동명의 소설은 숨겨져 있던 혹은 알고서도 말하지 못했던 이 시대의 여성들의 받은 차별과 설움을 끄집어냈다.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꿈을 내려놓기도 했고 육아와 집안일 대부분을 맡아서 하기도 했다. 너무나도 현실 같았던 이야기에 여성 독자들의 공감은 줄을 이었으나 일부에서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페미니즘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가혹한 비난과 직면하기도 했다. 영화 개봉 소식이 알려졌을 때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정유미는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 시나리오를 먼저 접하고 소설을 읽었다. 김지영에 몰입하기 위해 때로는 소설을 다시 읽기도 했고, 두 아들의 엄마인 김 감독에게 물어가며 연기를 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성공을 기원하는 시도 버팀목이 됐다. 시가 너무 좋아 시나리오 앞장에 써놨다고 했다. 남성 시인인 서효인 씨가 지은 ‘김지영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시였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관련 기사에는 상당한 악플이 달린다. 지난달 말에는 관객들이 고의로 평점을 주지 않는 '평점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관련 기사에는 상당한 악플이 달린다. 지난달 말에는 관객들이 고의로 평점을 주지 않는 '평점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공책을 펼친 정유미가 천천히 시를 읊었다. “당신의 이름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당신의 이름과 타인의 이름, 흔한 이름과 낯선 이름, 빛이 나는 이름, 앞에 있던 이름과 그 뒤에 있던 이름, (중략) 당신의 이름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잘 찾아온 것 같습니다.”

올해로 데뷔 15년 차인 정유미가 사회의 지독한 단면과 맞닿은 작품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내 깡패같은 애인’(2010)에서는 지방대 출신 취업준비생을, ’도가니‘(2011)에서는 인권운동센터 간사로 나와 성폭력을 당한 청각장애 아이들을 돕는 역을 맡았다.

정유미는 “모순적인데 작품을 하고 나서야 그런 일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제가 반성을 하는 계기도 됐다.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이어 “’도가니‘를 만났을 때는 겁이 나기도 했다. 실화이기도 했고, 그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건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어요. 주변에 물어보니 제가 몰랐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연기를 잘해서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유미는 “사회에서 용기를 내야 될 때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그럴 때마다 내가 배우라는 직업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고 다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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