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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의 다른 정치①] 새로운 정치인류를 기대하며

2019. 09. 07 by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2018년 6월 13일 우린 지방선거가 있었고 미국은 11월 6일 중간선거가 있었다. 대통령 선거를 제외한 연방 및 주 의회 등의 선거를 치렀다. 결과는 예측했던 대로, 한국은 더불어 민주당의 압승이었고 미국은 하원은 민주당, 상원은 공화당의 승리였다. 이제 다시 한국과 미국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미국은 연방 및 주의회의원선거와 제46대 대통령선거이다. 1년 남짓한 시간을 앞둔 시점에서 김은주의 다른 정치에 대한 상상은 2018년의 선거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여기서부터 두 나라의 정치판을 흔들, 새로운 정치 인류의 탄생 서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2018년 6월 지방선거는 뜨거웠다. 무엇보다도 정권교체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선거였기 때문에 각 당은 거의 총선수준으로 선거를 치렀다. 또 하나의 이유는 미투(MeToo)국면이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시작된 미투운동은 성폭력은 남녀 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먼저 확대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확산시켰다. 그 결과 그동안의 선거운동에서 호출되지 않았던 아니 호출하기를 꺼려했던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라는 언어가 선거운동의 한 가운데 등장했다. 페미니스트 시장을 표방한 녹색당의 신지예 서울시장후보는 서울시민의 1.7%인 83,000명의 지지를 받았다. 제주도의 고은영, 마포구의 차윤주 등등 적지 않은 수의 청년여성들이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넘어서기 위하여, 차이와 평등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꿈을 안고 정치의 장에 등장했다. 안타깝게도 그녀들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녀들의 도전은 다른 정치를 보여줄 새로운 정치 인류의 탄생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의 무수한 차이를 정치의 장에
가시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2018년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의 이슈는 단연 여성이었다. 미국의 민주당과 민주당원들은 최초의 미국 여성대통령이라는 힐러리 클린턴의 좌절된 꿈이라도 복원하려는 듯 전체 235명의 하원의원 여성후보 중 183명인 78%의 여성을 공천했다. 뉴욕 주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80%에 달하는 득표율을 보이며 미국에서 가장 어린 여성 하원의원(만 29세)이 되었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민주당 소속이지만 미국 민주사회주의자소속이기도 하다. 그녀는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무상교육’, ‘인권으로써 주택 공급’, ‘이민자 보호’, ‘선거캠페인 개혁’, ‘뉴 그린 딜’(2035년까지 미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등 급진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미시간 주의 라시다 틀라입과 미네소타 주의 일한 오마르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연방의원된 무슬림 여성들이었다. 일한 오마르는 미국 정계에서 터부시되어 왔던 미 정부의 친 유대정책과 유대 단체들의 금권로비 등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반유대주의 논쟁의 정점에 서 있다. 뉴멕시코 주의 뎁 하랜드와 캔자스 주의 샤리스 데이비스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원주민 여성 출신 연방 하원의원이 되었다. 이처럼 자칭 사회주의자임을 선언하고 미국정치의 금기를 넘고 있는 비백인, 초선, 진보 여성들은 미국정치의 새로운 정치 인류로 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 인류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이지 않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 인류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지, 왜 그런 개념이 필요한지 등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도 많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사이보그가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인류는 지금의 인류와는 다른 정치 언어와 다른 문화 그리고 다른 이상과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치 인류의 탄생을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일까? 사람들에게는 무수한 차이가 있으며, 이 무수한 차이를 정치의 장에 가시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무수한 차이는 그동안 기득권 정치세계에서 대표되지 않았던, 나아가 몫이 없었던 자들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차이가 차별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정치인류 탄생의 서사가 청년여성과 페미니즘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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