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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 기획자 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 김민솔 PD·장지영 드라마투르그 ‘코카와 트리스 그리고 노비아의 첫날밤’ ‘마음의 범죄’, ‘남의 연애’ ‘너에게’ ‘달랑 한 줄’ 대학로서 7월 21일까지 공연

연극에도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2019. 06. 20 by 김진수 기자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를 주최하는 (사진 오른쪽)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와 운영사무국의 장지영 드라마투르그, 김민솔 피디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를 기획한 (오른쪽부터)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와 운영사무국의 장지영 드라마투르그, 김민솔 PD. ⓒ이정실 여성신문 기자

“연극계 안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은 페미니즘이 필요한 것 같아요. 관객들도 원치 않은 폭력적인 장면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

연극계에서는 작은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불필요한 강간 장면이나 성소수자들을 불행한 인간으로 표현하는 작품 대신 페미니즘적 관점을 지닌 연극을 보여주기 위해 힘쓰는 연극인들이 있다. 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와 운영사무국의 장지영 드라마투르그(극작술 연구가), 김민솔 PD 등 여성 연극인들이 함께 만든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가 20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등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결혼을 앞둔 한 여성의 미스터리 심리극 ‘코카와 트리스 그리고 노비아의 첫날밤’과 여성억압에 대항하는 여성을 소재로 한 ‘마음의 범죄’ 등 5편의 연극이 공연된다. ‘경력단절여성연극인’을 주제로 한 전시·퍼포먼스와 페미니즘 관련 포럼, 낭독 등 행사도 함께 열린다.

올해 주제는 연대다. 페미니즘이라는 구호 아래 함께 손을 맞잡았을 때 변화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장지영 드라마투르그는 “미투 운동도 처음에 이야기를 꺼낸 사람들이 있었고 그걸 밀어주고 지지해준 분들이 없었다면 계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다 같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페미씨어터
ⓒ페미씨어터

지난해 처음 시작한 페미니즘 연극제는 연극 기획자 나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보고 페미니즘을 알아가기 시작한 그는 주변 연극 창작자들과 연극계의 문제의식을 나눴다. 결정적으로 연극제를 기획하게 된 건 2017년이었다. 당시 대학로에 페미니즘 연극이 20여편 나왔지만 대중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다. “연극을 주목받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극제라는 축제 형식으로 들고 나온 거예요.” 지난해 9편의 연극을 공연하며 페미니즘 연극제의 시작을 알렸다.

세 사람은 연극계에서 창작자들이 페미니즘 시각이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없는 작품을 만들려는 노력은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여성 연극이라고 홍보하지만 그냥 여성만 나오는 작품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솔 PD는 “관습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연출자가 의견 교환 없이 방향성을 잡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페미니즘 연극제는 준비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크라우드 펀딩 후원자가 절반 가량 줄었고 그만큼 관심도 줄었기 때문이다. 나 대표는 “어렵게 목표 후원액을 넘겼다. 처음보다 관심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관객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게 하나의 연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중의 관심이 줄었다고 해서 포기를 떠올리진 않는다고 했다. 김 PD는 “연극제를 계속 끌고 가는 게 저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 운영사무국의 (사진 왼쪽) 장지영 드라마투르그, 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 김민솔 피디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 운영사무국의 (사진 왼쪽) 장지영 드라마투르그, 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 김민솔 피디

공교롭게도 페미니즘 연극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연극제를 굳이 열 필요 없는 세상이다. 나 대표는 “폐미니즘 연극제가 의미 없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 10년 안에 폐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 드라마투르그는 “페미니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페미니즘이 과격하거나 혹은 자신은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엄마만 설거지하는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면 페미니스트다”고 강조했다.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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