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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대형 유통사들의 과열된 새벽배송 경쟁 야간 업무···노동자의 삶과 건강에 부정적 영향 국가 차원의 노동자 보호 제도 필요 기업은 '사회적 책임' 관점으로 노동 활용해야
편리한 새벽배송, 야간 노동자들은 힘겹다
2019. 06. 16 by 진혜민 기자
마켓컬리는 지난달 13일 신규 TV CF를 공개하며 ‘신선한 샛별배송’ 알리기에 나섰다. ⓒ마켓컬리
마켓컬리는 지난달 13일 신규 TV CF를 공개하며 ‘신선한 샛별배송’ 알리기에 나섰다. ⓒ마켓컬리

전날 저녁에 장을 보지 못해도 다음날 아침이면 문 앞에 신선한 식품이 배송된다. 그러나 편리해 보이기만 했던 ‘새벽 배송’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밤새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사용자는 “마켓컬리 사용 경험이 있는 친구들 중 꽤 높은 비중의 친구들이 컬리를 다시 이용하기를 꺼려 하는 이유로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면서 “새벽 세 시에 배달 알림을 받고 나니 죄송스러웠다”라고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새벽배송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 글은 약 4000번 공유됐다. 이 밖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새벽배송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새벽배송의 시장규모는 2015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4000억 원으로 3년 사이 약 400배가 성장했다. 이는 각종 온라인몰, 백화점, 홈쇼핑 등 대형 유통사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야간 배송 노동자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신선식품 e커머스업체 마켓컬리는 국내 새벽배송 시장의 선두주자로 “샛별이 뜰 때가 가장 신선할 때”라는 메인 카피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밤 11시까지 주문이 완료된 상품을 다음날 아침 7시 이전까지 배송 가능하다고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마켓컬리는 오후 9~11시 사이 주문이 들어오면 계약직을 포함해 약 400명에서 500명의 직원과 600~700명가량의 배송 차량 기사가 오전 7시까지 소비자 문 앞에 배송될 수 있도록 새벽 시간에 일을 한다. 재고팀과 생산팀은 오후 10시부터 시작해서 오전 1시까지 최종 포장을 완료한다. 이후 배송팀이 오전 7시 전까지 배달을 마친다.

물류업체 직원들이 배송물량을 처리하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물류업체 직원들이 배송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야간 배송 노동자에 대한 우려는 소셜 e커머스업체 쿠팡과 관련해서도 제기됐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는 자정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이전에 배송한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인 이마트도 작년 5월  새벽배송 서비스인 ‘쓱배송 굿모닝’을 시작해 전날 오후 6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6시부터 9시 혹은 오전 7시부터 10시 두 시간대에 상품이 배송된다. 롯데마트‧슈퍼도 작년 2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롯데프레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남서울대 국제유통학과 최재섭 교수는 새벽배송에 대해 “우리나라가 전 세계 배송 서비스 중 가장 빠르다. 외국 사람들은 1~2일 걸리는 것을 ‘퀵 딜리버리’라고 한다. 그러나 국내는 하루 내에 배송이 이루어져야 하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며 “이를 유통 업체가 충족시키려고 하다 보니 후생 복지에는 신경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명규 부소장은 야간 노동자의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 “기술발전에 따라 창출되는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장치(법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 한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률상 노동자라고 인정될 경우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법률에 따른 노동자라고 판단할 수 없는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보호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피자 30분 배달제’는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죽음과 함께 전 사회적 반향을 불러와 폐지됐다”며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노동을 활용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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