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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드랑이 털 기르기는 ‘페미니즘 실천’ 당당히 겨드랑이 털 공개··· ‘천하제일겨털대회’ 올해도 열려 #bodyhair #bodyhairdontcare #bodyhairlove SNS 속 여성 제모 반대 움직임

[직접 물어봤습니다] 올여름, 겨드랑이 털 제모하세요?

2019. 06. 14 by 진혜민 기자
불꽃페미액션이 주최한 '천하제일겨털대회' 참가자들. ⓒ불꽃페미액션
불꽃페미액션이 주최한 '천하제일겨털대회' 참가자. ⓒ불꽃페미액션

20대 중반 여성 A씨는 겨드랑이 털 제모 면도기를 얼마 전 버렸다. 올해 여름부터는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을 계획이다. “예전에 비해 겨드랑이 털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 거 같다. 나도 겨드랑이 털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며 “사람이면 자연스럽게 다 나는 건데 왜 굳이 제모를 해야 할까. 팔과 다리에 나는 털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겨드랑이 털에 대한 사람들이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SNS 속에서도 여성의 제모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bodyhair #bodyhairdontcare #bodyhairlove 등을 검색하면 자신의 겨드랑이 털을 인증하는 여성들의 사진들이 68.7만 건 이상이다. 해외에서는 팝 가수 마돈나도 겨드랑이를 제모하지 않고 SNS에 사진을 게재했다. 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공식 석상에 민소매 원피스에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고 등장했다. 톱모델 지지 하디드도 한 매체 영상에 겨드랑이 털을 공개했다. 이처럼 해외 셀럽들도 여성 제모 반대에 지지했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 온 글로벌 스포츠용품 제조회사 나이키도 캠페인에 동참했다. 지난 4월 나이키우먼 인스타그램 계정에 ‘Big mood’(나도 동의해)라는 캡션과 함께 화보 캠페인이 공개됐다. 화보 속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가수 ‘아나스타샤 에누케’(Annahstasia Enuke)는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했다.

겨드랑이 털을 숨기려고 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미용의 목적으로 겨드랑이 제모를 한다. 수요가 많은 만큼 면도기, 제모크림, 왁싱, 레이저제모 등 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면서 겨드랑이 제모는 노출 전 꼭 해야만 하는 여성들의 관습이 됐다.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가수 ‘아나스타샤 에누케’(Annahstasia Enuke)는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이키위민 인스타그램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가수 ‘아나스타샤 에누케’(Annahstasia Enuke)는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이키위민

사춘기부터 제모를 해왔다는 30대 초반 여성 B씨는 “스스로가 남 시선에 민감한 편이다.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으면 내가 제일 불편하다”며 “특히 여름이 되면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민소매를 입을 때와 남자친구 앞에서 가장 신경 쓰인다. 그래서 올여름에 영구 레이저 제모를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겨드랑이 털은 깎아야 하는 것’이라는 제모 문화와 인식에서 변화를 가져온 중요한 요인이 ‘탈코르셋’이다.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겠다는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천하제일겨털대회’도 열렸다. 이 대회를 주최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겨털이 무성무성”, “겨털이 모(毛) 어때요”, “자라나라 겨털겨털” 등의 문구를 쓴 피켓을 들며 여성들의 겨드랑이 털을 당당히 공개했다. 올해도 ‘천하제일겨털대회’가 열린다. 당장 많은 사람들의 참여하진 않더라도 사회에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불꽃페미액션 이가현 활동가는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도 털이 나기 시작했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겨드랑이를 제모했다”고 밝혔다. “이후 성인이 돼서는 영구 제모를 시도한 적 있다. 그러나 첫 시술을 받을 때 겨드랑이를 들고 누워있는 모습이 수치스러웠다. 동시에 왜 제모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여자가 제모를 하지 않으면 더럽고 그 자체가 개그 요소가 되고 자기 관리를 안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겨드랑이 털을 깎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의 페미니즘의 실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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