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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수미 프로농구·야구 장내 아나운서 서일대 레크레이션 전공 유일한 여성 장내 아나운서 “여자 후배가 빨리 나타났음 좋겠어요”

여성 장내 아나운서 박수미 "여성팬이 더 많아요"

2019. 01. 20 by 김진수 기자·이도연 인턴기자

스포츠는 애국심을 불러 일으킨다 . 하계·동계 올림픽, FIFA월드컵 열리면 '대.한.민.국'을 외친다. 남녀노소 하나가 된다. 생활체육 보급률은 선진국 척도 중 하나다. 직접 참여를 하든, 눈과 귀로 즐기든 스포츠는 일상이 되고 있다. 스포츠의 미래 가치는 크다. 한국 스포츠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스포츠 속 '여성이슈'는 무엇일까. 여성신문은 '한국 스포츠를 키우는 인물들(스.키.인)' 연재를 통해 한국 스포츠의 과거와 미래를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서울 삼성 썬더스의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는 남녀프로농구를 통틀어 유일한 여자 장내 아나운서다. 박 아나운서는 프로야구 KT위즈의 장내 아나운서로도 활동 중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는 남녀프로농구, 프로야구를 통틀어 유일한 여자 장내 아나운서다. 올해로 15년 차다. 현재 서울 삼성과 용인 삼성생명, 프로야구 케이티 위즈에서 장내 아나운서를 맡고 있다.  
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제가 올해 15년차 장내 아나운서예요. 그런데 아직도 남자프로농구 장내 아나운서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막내거든요. 여자 후배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수미(35) 장내 아나운서는 15년 째 프로농구와 야구 경기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현재 남자프로농구 서울 삼성,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을 맡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는 수원 케이티 위즈를 맡고 있다. 홈과 원정 구분이 없는 실업 핸드볼은 특정 팀 관계없이 아나운서로 나서고 있다. 프리랜서인 그는 농구에서 제일 장내 아나운서를 오래했다. 지금까지 남녀 합쳐 8개 팀을 거쳤다. “한 때 제 영입전이 치열한 적도 있었어요(웃음)”

박 아나운서에게 항상 붙는 수식어가 있다. ‘홍일점’, ‘유일무이’, ‘최초’ 등이다. 그는 현재 남녀프로농구와 프로야구 유일의 여성 장내 아나운서다. 2002~03시즌 남자프로농구 전주 KCC에서 아르바이트로 장내 아나운서를 했던 게 지금의 길로 이어졌다. “예전에 3대3 길거리 농구대회에서 미국프로농구(NBA) 관계자가 왔는데 NBA에도 여성 아나운서가 없다고 했어요.”

박 아나운서의 업무는 농구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시작된다. 경기 중 열리는 이벤트 행사를 확인하고 리허설을 한다. 방송 장비 음향 검사는 기본이다. 관중석을 돌아다니면서 방송 소리가 잘 전달되는지 확인한다.

남녀 프로농구를 통틀어 유일한 여자 장내 아나운서인 서울 삼성 썬더스의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는 “더 많은 농구팬들이 농구장을 찾아 함께 농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남녀 프로농구를 통틀어 유일한 여자 장내 아나운서인 서울 삼성 썬더스의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는 “더 많은 농구팬들이 농구장을 찾아 함께 농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농구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규칙도 완벽하게 숙지해야 한다. 선수 소개는 물론 경기 중간 중간 득점이나 파울 상황을 팬들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뷰를 했던 10일 삼성-SK전에서 박 아나운서는 쉴 틈 없이 고개를 돌렸다. 경기 장면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박 아나운서가 장내 아나운서의 ‘홍일점’이라고 조명을 받은 건 이미 10년이 넘었다. 그렇다면 왜 ‘제2의 박수미’는 나오지 않을까. 그는 농구장에서는 남녀 모두 신입 아나운서가 들어와 생존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스포츠 중에서 농구에서 아나운서가 해야 되는 역할이 제일 커요. 이벤트도 진행해야 하고 경기 부연설명도 해야 돼요. 농구는 공수교대도 빠르고 파울 등 발생하는 상황이 너무 많아요. ‘진행 잘 한다는’ 아나운서가 들어와도 힘들어서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한 번 장내 아나운서를 맡은 사람이 오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자리가 잘 비지 않는 것도 새 얼굴이 들어서기 힘든 환경이다.

“여자 목소리가 시끄럽다고 한 분도 계셨지만…”

박 아나운서는 자신의 활동 초창기 때만 해도 경기장에서 크게 울리는 여자 목소리에 반감을 가진 팬들이 있었다고 했다. “여자 목소리가 시끄럽다고 하는 분도 계셨어요. 똑같은 실수를 해도 ‘여자라서 그래’라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분도 계셨죠.”

시간이 흐를수록 박 아나운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팬들이 생겨났다. 농구 구단들도 박 아나운서의 실력을 높이 샀다. 팬도 늘었다. 최근에는 대구에서 한 팬이 박 아나운서를 보기 위해 잠실실내체육관을 찾기도 했다. 목에 좋은 영양제나 홍삼, 화장품 등을 선물 받았다고 했다. “여자 팬들이 남자 팬보다 많은 것 같아요.(웃음)”

서울 삼성 썬더스의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가 1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 하프타임에 이벤트 진행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삼성 썬더스의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가 1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 하프타임에 이벤트 진행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아나운서 생활을 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박 아나운서 목소리 덕분에 경기에서 이겼어요”라는 선수들이 말했을 때다. 지난해 허윤자(삼성생명) 선수는 은퇴식에서 박 아나운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가 은퇴식에서 장내 아나운서를 거론하는 건 이례적이다. “감사를 전할 인물이 많았을 텐데 저에게도 인사를 해서 너무 기뻤어요. 저도 허 선수의 은퇴식을 진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삼성의 이규섭 코치는 지난해 회식자리에서 “박 아나운서가 (장내 아나운서 중) 제일 잘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선수들은 “아나운서님 목소리를 경기장에서 들으면 이상하게 슛이 잘 들어가요”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삼성의 이상민 감독은 뭐라고 했을까? “감독님은 낯간지러운 말을 잘 못하시더라고요.(웃음)”

서일대 레크레이션학과에 입학한 그는 신입생 때 학과 교수님의 눈에 띄어 장내 아나운서를 시작했다. 수능시험 안내 방송을 흉내 낸 게 계기였다. 같은 학교 선배이자 현 서울 SK 장내 아나운서인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의 요청도 있었다.

서울 삼성 썬더스의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는 남녀프로농구를 통틀어 유일한 여자 장내 아나운서다. 박 아나운서는 프로야구 KT위즈의 장내 아나운서로도 활동 중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삼성 썬더스의 박수미 장내 아나운서는 남녀프로농구를 통틀어 유일한 여자 장내 아나운서다. 박 아나운서는 프로야구 KT위즈의 장내 아나운서로도 활동 중이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년간 아나운서를 한 그는 이후 잠시 ‘외도’를 하기도 했다. 뮤지컬 배우에도 꿈이 있었던 그는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로 편입했다. 교내 연극제와 뮤지컬에 나섰다. 이후 연예기획사 연습생으로 2년 연예계를 두드렸다. 가수 데뷔를 준비하면서 노래 녹음까지 했지만 무대에 서진 못했다. ‘Soo’(수)라는 이름으로 SBS드라마 ‘비천무’의 OST에 참여했고 한 통신사 광고에 나온 게 전부였다. 다시 장내 아나운서를 해달라는 구단의 요청에 2008-09시즌 SK와 금호생명(현 OK저축은행)에서 일을 재개했다.

박 아나운서에게도 고민은 있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여부다. “케이티에서는 60살까지 하라고 했어요. 은퇴식도 해주겠다고 했거든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나운서로 꿈을 이뤘지만 그에게도 새로운 목표가 있다. 아나운서를 맡고 있는 프로구단의 우승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맡고 있는 삼성과 삼성생명, 케이티의 우승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우승 세리머니 진행을 해야죠. 이게 제 새로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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