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제5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통령의 리더십 실종과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 상실에서 비롯된 사상 초유의 정치 위기 앞에 국가의 앞날은 풍전등화와 같다. 국민은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국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국정 공백과 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는 추락하고 국민의 삶은 팍팍해져만 가고 있다. 소비, 투자, 수출 등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 대비 6.1포인트나 하락한 95.8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94.2) 이후 최저치다. 40대의 가구소득은 2003년 가계동향조사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국민의 경제적 불평등은 확대되고 있다.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1997년 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보다도 더 차갑다.

며칠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부 재정지출 증가세 둔화와 정치 불확실성 등의 리스크로 2017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치(3.0%)에서 2.6%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게다가 글로벌 정치, 경제, 안보 환경마저 녹록치 못하다. 12월에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은 거의 130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에 짓눌려 가뜩이나 소비 여력이 미약한 우리 가계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도 무역의존도(GDP 대비 수출입 비중 70%)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우리 수출에 대한 미국의 규제는 작년 19건에서 올해 10월말 기준 23건으로 늘어났다. 중국은 지난 7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과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이후 영세 보따리상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업에 대한 여러 규제를 들이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엄중한 리스크에 직면한 우리 경제는 설상가상으로 떠날 날짜를 세고 있는 경제부총리와 청문회를 거치지 못한 경제부총리 지명자의 이상한 동거를 목도하고 있다. 경제 컨트롤 타워가 보일 리 만무하다. 예년 같으면 내년 1월 혹은 심지어는 올해 12월 말부터 시작될 2017년 업무보고 준비로 바빠야 할 공직자들은 리더십 부재로 인해 추진력을 상실한 채 세종시라는 고립된 섬에서 표류하고 있다.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는 정치 위기 상황 속에서 경제마저 구심점을 잃고 추락하게 될 지경에 있다.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피해는 서민들 몫이 된다. 불만과 불평등이 커지고 사회불안이 가중되면 포퓰리즘(populism)이 득세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이나 영국의 브렉시트가 바로 그런 것이다.

정치권은 하루속히 경제부총리 청문회를 실시해 단기적으로는 경제 살리기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의 확립을 위해 노력할 경제사령탑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경제가 무너지면 정치권이 가장 먼저 심판받게 될 것이다.

우리 정치권은 최근 60%가 넘는 지지율을 획득한 아베 일본 총리가 ‘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정책을 통해 국내 정치의 안정도 도모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가장 먼저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외국 정상으로서 국제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10월 말부터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의 빛나는 시민의식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강화에 필수적인 총요소생산성(TFP)을 높일 수 있는 희망의 촛불을 봤다. 정치권은 정치 위기가 경제 위기로 번지지 않게 이제라도 빨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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